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 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길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형도_기억할 만한 지나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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