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한번쯤은...

사당행을 명동에서 탔다. 충무로에서 엄마랑 아이가 탔다. 건너편 잠자는 남자 옆 빈자리에 엄마가 앉아 내 옆자리에 아이더라 앉으라고 한다. 아이는 앉지 앉겠다며 때를 쓴다. 내가 웃으며 자리를 바꾸자고 양보하고 모녀가 나란히 앉았다. 내 옆에 앉아 곤히 자는 남자는 늦지 않은 시간인데 취기인지, 피곤인지 물론 전자겠지만 정신이 없다. 급기야 회현역을 지날 무렵 꾸벅꾸벅 내 어깨를 베개 삼는다. 그러더니 나를 벼개로만 쓰기엔 아까웠는지 내 가방위로 주기적으로 파고들어 요를 삼고 또 바로서고를 반복한다. 기대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밀쳐낼까 했지만 그냥저냥 버틸 만하다 친한 척 앉아 있다. 나랑 남자랑 아무 관계가 없는 줄 잘 아는 건너편 아까 그 아이는 내 가방에 머리를 대고 자는 낯선 남자의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맑게 웃는다. 아이의 웃음에 민망한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된다 하며 나무라다 같이 웃음이 터진다. 나도 아이와 엄마를 번갈아 보며 피식 웃다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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