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고


소  고

문산행 경의선, 이른 시간이라 군대군데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는 문 옆 구석 자리에서 졸린 눈을 덮었다 열었다 하며 무념하게 앉아 있었다. 백마역 이었을 것이다. 기차가 도착하고 문이 처~~억 하며 열렸다. 덩치 좋은 어르신이 기차에 올랐다. 어르신은 내 옆자리에 앉으려다 중심을 잃고 휘청하더니 내 발을 꾹 눌러 주셨다. 덮여가던 눈이 확 떠지는 순간이었다. 어르신은 쇠봉을 잡고서 몸의 중심을 금세 다시 잡았다. 그리고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고개를 까딱하시는가 하더니 옆자리에 바로 앉았다. 뭐라 할 수도 없는 찰라의 시간이었다. 발이 시큰했다. 몸무게가 평균 이상 나가는 어르신이 분명했다. 왜 하필 여러 자리를 놔두시고 굳이 내 옆에 앉으시려다 내 발을 꾹 하고 눌러 주셨을까 약간의 원망을 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이상하게도 조금 지나니 멀쩡하던 코도 시큰했다. 잠자던 내 추억을 건드리는 냄새가 코끝을 스친 것이다. 기억해 내기 어려운 먼 기억속의 냄새가 아련하게 찾아왔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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