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친구펀치’라고 아시는지. 예를 들어 누군가의 뺨에 어쩔 수 없이 철권을 날려야 할 사정이 되어 주먹을 굳게 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주먹을 잘 보길 바란다. 엄지손가락이 주먹을 밖에서 휘감아 싸는데 그건 다른 네 손가락을 무쇠로 잠그는 것과 같다. 그 엄지손가락이야말로 우리의 철권을 철권이게 하여 상대의 뺨과 긍지를 무자비하게 뭉개버리는 것이다. 폭력이 더한 폭력을 부르는 것은 역사가 가르치는 필연이니 엄지손가락에서 생겨난 증오심은 요원의 불길처럼 세계로 퍼져 나가 드디어 다가올 혼란과 비참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남김없이 변기에 흘려보내게 되리라. 그러나 여기서 일단 그 주먹을 풀고 다른 네 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휘감듯이 쥐어보자. 이렇게 하면 남자 주먹 같던 울퉁불퉁한 주먹이 분위기를 싹 바꾸어 자신 없어 보이는, 마치 마네키네코(한쪽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시늉을 한 고양이 장식물옮긴이)의 손같이 앙증맞아진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주먹에는 온몸의 증오를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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