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


법정스님 말씀

어제 해 질 녘, 대학입시를 치른 고3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그 녀석은 들어오면서부터 한숨이었다. 시험 잘 보았느냐고 의례적으로 물었더니 그저 보는 체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자기는 애초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없는데, 부모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그리고 더욱 괴로운 것은 자기 아들은 틀림없이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 부모님의 처지라고 했다. 왜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 하냐고 물었더니, 비정한 경쟁에다 이기주의자만 양산하는 오늘날의 대학교육에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세상의 탁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어린 뜻이 가상하게 여겨지면서도 나는 선뜻 동의할 수만은 없었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순수한 뜻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시에 낙방당..


원문링크 : 법정스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