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과 댓돌


마당과 댓돌

한옥의 주인은 집이 아니라 마당이다 마당 없는 한옥은 생각할 수 없다. 마당 없는 한옥은 한옥이 아니라 그냥 각 나라마다 한 종류 이상씩은 다 있는 ‘나무집’일 뿐이다. 면적으로 보아도 ‘아흔아홉 칸’ 대감댁이라지만 집이 차지하는 건평은 그 절반을 넘지 못한다. 공간 골격은 단순하고 소박한 편이어서 ‘초가 삼 칸’을 씨앗으로 삼아 증식, 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당은 단순하고 소박한 공간이 서로 어울려 더없이 풍부하고 복합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해주는 바탕이다. 때로는 넉넉하게 다 품어주고, 때로는 오밀조밀하게 나눠주면서 집 전체에 숨통을 터주기도 하고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마당은 공간의 안팎을 굳이 구별하지 않으려던 불이 사상이 구현되는 통로이다. 마당이 있기에 대청이 살고 퇴가 산다. 대청, 퇴, 누 같은 전이공간을 만들어낸다. 해풍부원군 윤택영댁 안채 안채의 서쪽 동이 제 앞까지만 치마폭처럼 그림자를 내리는 것도 빈 마당을 통해서이다. 건너편 땅은 내 것이 아니니 내 땅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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