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손을 잡고 걸을 때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엄마와 단둘이 걷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단둘이 걸었던 기억은 내게 얼마 없다. 스무 살에 두 개의 심장으로 세상을 살아낸 우리엄마는, 나를 먹여 살리느라 나와 손잡고 걸어다닐 시간이 없었다. 서른 살이 채 되지 않은 엄마의 손은 내가 스무살 무렵 잡아봤던 여자친구의 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생스러웠던 엄마의 손을, 왜 지금은 잡아주질 못할까. 몇 안되는 기억속에 엄마와 걷고 있다. 외할머니 댁으로 가고 있었다. 그 앞엔 문방구가 하나 있었고, 엄마는 내게 무엇인가 사주려 했다. 미니카에 환장하던 시절이라 아마도 그것을 샀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방구를 나서자 그 앞에 신기한 기계가 내게 손짓했다. '이리와서 한 번 봐봐!'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문방구 아주머니는 "100원을 넣어 기계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이기면 메달이 나오는데, 메달로 문방구에서 돈처럼 쓸 수 있어요." 마음씨 착한 우리엄마는 잔...
#세모멘의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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