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퇴근

날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사무실의 폭신한 카펫 위와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벗어나 맞이한 회색의 삭막한 아스팔트 길이 너무나 반갑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하루 종일 형광등 불빛을 쐬고, 새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는 답이 없는 한글파일과 엑셀파일에 눈과 코를 박고 피로해진 눈을 비비며 정신없이 일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아 기다리고 고대하던 퇴근시간입니다, 이제 숨 돌릴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와 마주친 하늘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여러 색을 보여주는 하늘은 총천연색을 내뿜으며 어제보단 더 밝고, 엊그제보단 더더욱 밝은 빛을 내뿜습니다. 나날이 밝아지는 하늘을 느끼며 내 마음도 그제야 묵은 때를 벗기듯 밝아집니다. 하루 종일 숨통이 막혔던 사무실에서의 나는 금세 까먹고 조금은 비루한 보도블럭 길이 온전히 나를 위한 레드 카펫이라도 깔아놓은 길인 양 그 긴 길을 사뿐히 걷습니다. 삼성에서 선릉으로, 선릉에서 역삼으로, 역삼에서 강남으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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