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4) _ 류시화


[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4) _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9.03.11. 리뷰보기zz “나는 이 유리잔을 좋아한다. 이 유리잔으로 물을 마신다. 이 유리잔은 놀라울 만큼 훌륭하게 물을 담고 있으며, 햇빛을 아름답게 반사한다.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낸다. 그러나 나에게 이 유리잔은 이미 깨진 것과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 선반에 올려놓았는데 바람이 불어 넘어지거나 내 팔꿈치에 맞아 탁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면 유리잔은 산산조각이 난다. 나는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이 유리잔의 속성 안에 ‘필연적인 깨어짐’이 담겨 있다. 그것은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유리잔이 이미 깨져있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이해할 때, 그것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해진다. 그것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 그 유리잔처럼 나의 육체도, 내 연인의 육체도, 이미 부서진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 때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소중함과 가치가 두려움과 슬픔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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