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7)_무라카미 하루키


[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7)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환상은 늘 거기에 있었고, 그것은 나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비가 내리면 시마모토가 당장에라도 나를 찾아와 줄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비 냄새를 머금고 그녀가 살며시 문을 연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상상할 수 있었다. 내가 뭔가 틀린 얘기를 하면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나의 모든 언어는 힘을 상실하고 유리 창문에 매달린 빗방울처럼 현실의 영역으로부터 서서히 흘러내리고 말았다. 비가 내리는 밤엔 늘 숨이 찼다. 그것은 현실을 일그러뜨리고 시간을 뒤틀리게 했다. 환상을 보는 것에 지쳐버리면, 나는 창가에 서서 언제까지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나 자신이 생명의 흔적도 없는 메마른 땅에 홀로 남겨져 버린 듯이 느껴졌다. 환상의 무리가 주변 세계에서 색채라는 색채는 모조리 남김없이 빨아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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