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는 시골에 사신다. 지금 사시는 곳은 와이파이도 되고 바로 앞엔 포장된 도로가 보이는 나름 개발된 곳이지만, 10년 전까지만해도 정말 책에서나 나올 법한 시골에 사셨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 타 2시간쯤 졸고 나면 항상 덜컹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할아버지 댁을 가려면 꼭 굽이굽이 굽어진 비포장 도로를 지나쳐야 했다. 길은 생각보다 거칠고 우둘투둘해서 차로 넘어가면 엉덩이가 들썩거리곤 했다. 비포장 도로가 나오면 할아버지 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인데, 가는 길의 양 옆에는 온통 나무와 풀이 가득했다.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이파리들을 구경했다. 한참을 눈으로 창 밖을 훑다보면 눈 앞에 할아버지의 밭이 보였다. 할아버지 콩밭이 보이면 이제 정말 도착한 것이다. 댁 앞에는 항상 꽃무늬 알록달록한 바지를 입고 긴 고무 장화를 신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를 맞이하고 계셨다. 환한 미소로 “왔는가?”, “우리 손주들 왔냐~” 하는 말씀을 하시며 우리를...
원문링크 : 꼬마 식물학자와 끄나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