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액면 허연 39층에서 내려다본 이승의 액면. 뚜렷한 금이 사라졌다가는 이어지고. 거리를 가득 메운 세상의 수많은 모자들. 모자에 감춰진 금서들과 개 같은 여름의 추억들. 거칠기만 한 모서리들. 굴뚝 속에서 날아오르는 깨달음의 새들. 하나 둘 하나 둘. 일기를 쓰는 그날 저녁의 근육들. 야근조의 눈에 반사된 십자가. 숯이 되어버린 길 잃은 양들. 버스를 가득 채운 근심스러운 성자들. 폐수와 나란히 흐르는 생生. 전동차 속 처박힌 외투들, 그리고 비슷한 무게의 이데올로기. 봉인되지 않는 회색 유골함. 출간되지 못한 서책들. 이승이라는 신전. 빨랫줄에 내걸린 무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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