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복효근


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복효근

천변 잔디밭을 밟고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하자 잔디밭에 외줄기 길이 생겼다 어쩌나 잔디가 밟혀죽을 텐데 내 걱정 아랑곳없이 가르마길이 나고 그 자리만 잔디가 모두 죽었다 오늘 새벽에도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데 멀리서도 보였다 죽은 잔디싹들이 사람의 몸 속에 푸른 길을 내고 살아 있는 것이 푸른 잔디의 것이 아니라면 저 사람들의 말소리가 저렇게 청량하랴 걷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얘기소리에서 싱싱한 풀꽃 냄새가 난다 그제서야 나는 잔디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비켜서 있거나 아예 사람 속에서 꽃피고 있음을 안다 그렇듯 언젠가는 사람들도 잔디에게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도 알겠다 복효근, 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 학생들이 읽는 시, 올해 고2 모의고사에 나온 복효근의 시다. 이렇게 몇달에 한편이라도 학생들이 시를 볼 수 있다면, 물론 학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겠지. 복효근의 이 시는 일상의 경험에서 새로운 인식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니 시인이겠지. 같은 것을 보는데 보다...


#모의고사시 #복효근 #아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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