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 보거라


사랑하는 내 딸 보거라

지금쯤 잘 도착했으려나. 아빠 없다고 울지 말고, 겁이 많아서 잘 적응하려나 모르겠다. 2017년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배고파 끙끙대던 널 며칠간 츄르와 사료를 사다주면서 굶지 말라고 챙겨주다, 날 따라오는 널 데려다 키우면서 경계도 심하고 겁 많은 널 처음 키우는 고양이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더 힘들 때라 3평 남짓한 원룸에서 아빤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너에게 좋은 것만을 해주고팠단다. 길냥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안기는 것도 싫어하고 새침데기였지만 말도 많고 애교도 많았던 너 때문에 혼자여서 힘들던 나날을 잘 버틸 수 있었다. 힘들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동물이 어떻게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더욱 말 걸어주고 옆에 있어주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그때도 그랬지만 내가 정말 많이 힘들 때면 같이 식음을 전폐하는 바람에 내가 억지로 네 앞에서 뭘 먹는 시늉을 하지 않으면 너도 안 먹어서 둘이 안고 많이 울었는데⋯. 참 네가 있어 지금까지 살 수 있...



원문링크 : 사랑하는 내 딸 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