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 / 박두진


도봉 / 박두진

도 봉(道峯)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먼 골 골을 되돌아 올 뿐.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불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이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감상> 이 시는 국권을 상실한 일제 말기의 막막한 삶과 도봉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적막한 자연과 조국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구체적 현장으로서의 도봉산 등산이라는 행위와 막막하기 짝이 없는 일제말 살아내기라는 두 상황이 절묘하게 중첩(오버랩)된 곳에 이 시의 절절함이 놓여 있다. 제1,2연은 황혼 무렵에 홀로 앉아 있는 가을산의 적막을, 제3~5연은 붉게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밤이 또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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