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 한용운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 한용운

논개(論介)의 애인(愛人)이 되어서 그의 묘(廟)에 한용운(韓龍雲 1879~1944) 날과 밤으로 흐르고 흐르는 남강(南江)은 가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에 우두커니 섰는 촉석루(矗石樓)는 살 같은 광음(光陰)을 따라서 달음질 칩니다. 논개(論介)여,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同時)에 주는 사랑하는 논개여. 그대는 조선의 무덤 가운데 피었던 좋은 꽃의 하나이다. 그래서 그 향기는 썩지 않는다. 나는 시인으로 그대의 애인이 되었노라. 그대는 어디 있느뇨. 죽지 않은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고나. 나는 황금의 칼에 베어진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운 그대의 당년(當年)을 회상(回想)한다. 술 향기에 목맺힌 고요한 노래는 옥(獄)에 묻힌 썩은 칼을 울렸다. 춤추는 소매를 안고 도는 무서운 찬바람은 귀신 나라의 꽃수풀을 거쳐서 떨어지는 해를 얼렸다. 가냘핀 그대의 마음은 비록 침착하였지만 떨리는 것보다도 더욱 무서웠다. 아름답고 무독(無毒)한 그대의 눈은 비록 웃었지만 우는 것보다도 더욱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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