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라디오를 좋아했다


그녀는 라디오를 좋아했다

그녀는 라디오를 좋아했다. 달이 훤하게 뜬 날이면 퉁퉁 부은 눈을 감추기위해 모자를 쓰고 왔고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달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비가 오는 날이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비를 구경하는 것을 즐겼고 의미는 없지만 즐거운 대화를 좋아했다. 오 겡 끼 데 스 카 오 뎅 끼 고 갈 게 아직도 이 문장들을 잊지 못한다. 그녀가 처음 내게 건낸 농담. 군대에 가기 전 그녀를 만나 증명 사진 한 장을 받았다. 누가 촬영했는지 실물이 훨 나은, 참으로 못나온 사진이었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군대시절 그 못난 증명사진은 언제나 내 전투복 속 주머니에 있었다 한 겨울, 한 여름. 힘들 때. 기쁠 때. 슬플 때. 아플 때. 이 것 역시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고백하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100일 휴가를 나와 그녀와 종로에서 대추차를 먹었을 때였다.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차가 얼마나 소중하고 맛있는지. 그 때 내가 그녀를 잡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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