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직 시간이 남아 있다

아침마다 나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한 번씩 쓰다듬어주고 집을 떠난다. 그러나, 나는 그 개의 죽음을 미리부터 예감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 개도 잃게 될 것이다. 내 주위의 온갖 죽음 투성이들. 덧없는 생명체들의 죽음. 나는 온갖 죽음들을 예감한다. 장미꽃의 향내, 미모사, 물 속에 핀 온갖 수초들, 흰 비둘기와 집토끼, 심지어 이름 없는 닭들과 어슬렁대는 고양이들의 죽음......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아직도 살아있는 이들의 죽음을, 그럴 때마다 모든 것에 대한 고통스런 사랑이 나를 휘어잡는다. 그들을 질리도록 사랑해주지 못한 회한들...... 나의 수목들과 친구들과 나와 접했던 온갖 피조물들에 대해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했다는 후회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늦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아직도 그동안 게을리 했던 것들을 보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 테니까. 루이제 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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