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의 가을


단풍나무의 가을

단풍나무의 가을 -정혜- 어느 날 손바닥만 한 단풍나무가 8차선 길가에 위태롭게 서 있었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들었더니 단풍나무가 쏙 뽑아집니다. 나는 작고 여린 단풍나무를 어찌할까 하다 손에 들고 갑니다. 그렇게 단풍나무는 답답한 우리 집 베란다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키 큰 해피트리 옆에서 작은 가지를 흔들며 주인이 주는 물을 먹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먹고 가지각색인 우리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자랐습니다. 가끔은 물 주는 것을 잃어버린 덜렁거리는 주인이 못마땅하였지만 가끔씩 주는 쌀 뜻물을 먹으며 서운함을 털어버리곤 했습니다. 가끔씩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와 뜬금없는 애정의 목소리가 위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풍풍이~ 너무 이쁘다. 언제 또 아기잎이 난 거니? 풍풍이 덕분에 기분 업업!!" 가끔씩 선풍기를 틀어 바람 맛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럴 땐 날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되어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고 아침에 뜨는 햇살은 달콤했습니다. ...


#그리움 #단풍나무의가을 #단풍나무의집살이 #목마름 #상심 #정혜

원문링크 : 단풍나무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