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성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정지우 작가 글)


점진성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정지우 작가 글)

javiestebaan, 출처 Unsplash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처음 카지노를 방문했을 때, 가진 돈을 다 잃으면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큰 돈을 따면 신이 버린 사람이라고 말이다. 처음 우연히 자기 월급의 몇 배쯤 되는 돈을 한 번 따면, 그 자리에서 뇌가 폭발해버릴 듯한 쾌감과 두근거림을 느끼고, 그 느낌은 평생 잊을 수가 없게 된다. 나는 신에게 선택 받은 행운아라는 망상에 빠지면서 다시 월급을 들고 찾아가고,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파멸한다. 도박꾼들 사이에 떠도는 저 비유는 매우 촌철살인 같은 데가 있다. 우리가 신에게 선택받은 행운아라고 믿을 법한 그런 착각의 순간, 그런 표면적인 현실, 그렇게 믿는 게 당연해보이는 어떤 순간에야말로, 사실은 신이 버렸다는 그 아이러니가 인간사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가장 좋아보이는 것에 우리는 가장 취약하다. 우리가 환상적으로 좋아할 만한 것이 사실은 우리의 덫이고, 개미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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