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저


경애의 마음, 김금희 저

제인 에어가 어린 시절, 불우 아동들을 위한 기숙학교에 갔을 때 경험했던 그 교사(校舍)의 차가운 공기가 상상되어 울었고 로체스터에게 숨겨둔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혼자 도망치며 쌓인 눈을 헤쳐나가야 했을 때 그녀가 경험했을 통증이 어땠을까 헤아리면서 슬퍼했다. 그 작고 가녀린 몸으로 침투했을 것이었다. 처음에는 작고 깨끗하고 포근해 보이는 눈이지만 얼어붙었을 때에는 얼마나 쓰라린 느낌을 주는지. 그건 사랑이 사라지면서 남기는 날카로운 상처와 같았다. 경애가 일영을 좋아하는 건 그렇게 빡빡한 생활에서 일영이 획득한 세상만사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먹고사는 일에 대한 지긋지긋함 같은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살겠다’라고 하는 일관된 당위가 있었기 때문에 그 태도는 무던함, 씩씩함과도 연관됐다. 경애는 언제나 어찌 되었건 살자고 말하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렇게 말해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잦아들기 때문이었다.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원문링크 : 경애의 마음, 김금희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