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저


소설가의 일, 김연수 저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경찰에게는 경찰의 방식이 있고, 어부에게는 어부의 방식이 있다. 마찬가지로 독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재를 경험한다. 독자에게 과거란 어떤 책을 읽지 않은 상태를 뜻하고, 미래란 어떤 책을 읽은 상태를 뜻하겠지. 그렇다면 독자에게 현재란? 어떤 책을 읽고 있는 상태다. 프루스트 씨는 그때 뭔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내용이 뭐든, 내가 이해하든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든, 그는 뭔가를 썼고, 그의 시간은 11권의 책으로 남았다. 소설가의 일생이란 그런 것이다.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도, 그렇다고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는 세계 속에서,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도 없이, 마치 그 일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말하자면 인사기계는 인사하지 않기 위해서, 기도기계는 기도하지 않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호두과자기계와 달리 인사기계는 인사를 만들지 않고, 기도기계는 기도를 만들지 않는다. 그것들은 사람들의 죄책감이나 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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