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서 뺏은 것들


엄마에게서 뺏은 것들

십삼 년을 ‘인천 집’에서 살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음악 방송 1위 수상, 2012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 풀이 방송까지. 나는 이 모든 것을 그곳에서 지켜봤다. 그러는 동안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했다. 스페인전을 보며 대접 가득 담긴 방울토마토를 나누어 먹던 나의 아버지는 이제 없고, 음악 방송에는 처음 보는 보이그룹들뿐이며, 매년 있는 수능 문제 오류 논란은 자기소개서에 묻힌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인 것처럼,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사실은 나도 변했다. 예컨대 나는 이제 그곳에 살지 않는다. 삼 개월 전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탓이다. 이제 나는 청소기보다 빗자루를 쓰는 게 더 편할 만큼 좁은 원룸에 산다. 나의 ‘서울 집’은 제 발로 걸어 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강박증 환자처럼 잠들 때마다 창문을 잠그면서도 가끔은 도어락이 너무 튼튼한 것 아닐까하는 위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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