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코 끝에서 봄바람이 스치듯 지나간다.

아직은 모른다. 꽁꽁 얼어붙은 들판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은 언제나 그랬듯이 어느덧 코 끝에서 봄바람을 느끼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 코 끝에 스치는 봄바람은 항상 좋았던 추억을 아지랑이 피어 오르듯이 몽글몽글 되살린다. 나는 딱 그 때의 그 느낌이 좋다. 아주 뚜렷한 기억보다 뭔가 가물거리는,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기억날 듯 하지만 나지 않는, 하지만 떠올리면 무척 기분이 편안해지고 좋은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나는 봄바람이 코 끝을 스치며 불러오는 뽀얀 추억이 너무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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