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 조창규


쌈 / 조창규

쌈 / 조창규 mpetrucho, 출처 Unsplash 나는 쌈을 즐깁니다 재료에 대한 나만의 식견도 있죠 동굴 속의 어둠은 눅눅한 김 같아서 등불에 살짝 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낱장으로 싸 먹는 것들은 싱겁죠 강된장, 과카몰레*등 다양한 <쌈장 개발의 기원> 봄철, 입맛이 풀릴 때 나는 구멍이 송송, 뚫린 배춧잎을 새로운 쌈장에 찍어 먹습니다 달콤한 진딧물 감로를 섞어 만든 장 어떤 배설물은 때로 훌륭한 식재료가 되죠 두꺼운 것들은 싸먹기 곤란합니다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에도 누명과 모함은 숨겨있죠 적에게 붙잡히면 품속의 기밀을 구겨 한입에 삼켜요 무덤까지 싸 들고 가는 비밀도 있습니다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 구멍 난 방충망의 경계가 소홀합니다 누군가 달의 뒷장에 몰래 싸놓은 알들 나는 긴 혀로 나방을 돌돌 말아먹는 두꺼비를 증인으로 세웁니다 사각사각, 저 달을 갉아먹는 애벌레들 수줍은 달을 보쌈해간 개기월식 삼킬 수 없는 과욕은 역류하기도 하죠 보름달을 훔쳤다는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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