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이 가렵다, 진란


봄눈이 가렵다, 진란

봄눈이 가렵다, 진란 kiyomishiomura, 출처 Unsplash 그대라는 꽃잎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어색하던 첫 만남처럼 쑥스러운, 무성한 그대의 안부가 훌훌 날아온다 뭉텅뭉텅 어디에 숨겨두었던 말인지 손을 내밀면 금새 눈물로 글썽이는 솜눈이 하염없을 것처럼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닿자마자 사라지면서도 무심코 던지던 말처럼 내 어깨를 툭 툭 건들고 가는구나 꽃잎같은 그대 그 날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간신히, 손 내밀어 잡지 못하던 고요를 뭉치며 주머니 속의 손난로만 만지작거렸었지 두 마리 짐승만 남아 서로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여우 구름 피어오르는 골짜기에 묻히고 싶다던 그 생각이 차갑게 뺨을 때린다 잊혔다고 접어버린 마음 위에 봄눈 흩날린다 산벚꽃 질 때처럼 글썽이는 입술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눈 시린 그대 불투명했던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가볍고 차갑고 쓸모없는 잔정처럼 무책임한 봄눈 같았다고 봄눈 날린다 진란 시인 프로필 1959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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