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실낙원

... 나(죄)는 홀로 여기에 앉아 있는데, 얼마 안 가서 당신(사탄, 욕망)이 잉태시킨 내 배가 너무 불러서 이상한 태동, 애처로운 진통을 느꼈습니다. 드디어 당신이 보는 바 이 흉측한 자식(죽음), 당신의 소생이 난폭하게 빠져나오느라고 내 내장을 갈라놓았지요. 그 때문에 두려움과 아픔에 뒤틀려서, 내 하체는 모두 이렇게 변형된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낳은 저 원수는 밖에 나오자 파멸을 초래하는 죽음의 투창을 휘두르며 덤벼들었습니다. 나는 달아나며 '죽음이다!' 하고 소리쳤지요. 그 무서운 이름에 지옥도 떨었고, 온 동굴도 한숨 쉬며 '죽음이다' 하고 메아리쳤지요. 나는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그놈은 나보다 훨씬 빨리 뒤쫓아와(분노라기보다는 음욕에 불타는 듯한 모습으로) 몹시 겁에 질린 제 어미인 나를 붙잡아서 강제로 추악한 교접을 벌였습니다. 그 능욕의 결과로 태어난 것이 이 짖어대는 괴물들로서, 당신이 보는 바와 같이, 끊임없이 울부짖으며 나를 에워싸고 시간마다 잉태해서 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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