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불편

이미 무언가를 이루었다든지, 이미 무언가가 끝나버렸다든지, 이미 무엇이 확정되어버렸다든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한 단정은 현재에의 집중을 과거의 무시로 만들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 행복도 끝나버리겠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끝날 수 없다. 현상계의 연장성은 무한하고 시공 너머에 존재하는 영원의 관념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불편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렬하다. 하지만 누구나 결국에는 그것을 직면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옳은 길이라는 직관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현재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은 불편한 과거를 무시한다는 뜻은 아닐테다. 과거로부터 끝나지 않은 채 나의 현재에 깃들어 있는 모든 것들을 똑바로 마주하며 만들어가는 길이 가장 올바른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직관, 지혜일 것이다. 현재에의 집중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과거와 미래를 배제하는 행위가 아니라 삼세三世를 하나 안에 이끌기 때문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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