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생각해보면 항상 삶을 온전히 바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왔던 것 같다. 진리, 사랑, 아름다움, 재미, 절대선 같은 추상적 관념부터 음악, 쾌락, 학문, 인간관계 같은 구체적 실재들까지... 무수히 고민하고 방황해온 날들이었지만 결국 정답을 찾을 수 없었고 완전히 연소되지 못한 삶에는 회의와 권태만이 쌓여 갈 뿐이었다. 나는 참 바보였다. 등잔 밑을 보지 못한 채 너무나도 먼 길을 돌아왔다. 나의 삶을 온전히 바칠 수 있고 또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무엇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 없다. 그것은 바로 나의 삶 그 자체이다. 삶을 위해 삶을 바쳐야 했다.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필요충분조건이기에 분수에 넘칠 일도 없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정답은 여정의 시작부터 항상 내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한시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모든 사유의 끝에서 마주치게 되는 재귀적이며 무한한 반복의 모순, 지옥 같은 조롱으로 느껴졌던 그것이야말로 끊임 없이 내게 주어지고 있던 단서였다. 모든 것이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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