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시인의 '얼굴'이 떠오르는 요즘


박인환 시인의 '얼굴'이 떠오르는 요즘

저녁 준비를 하다 도마 위에 덩그러니 놓인 도미를 바라본다. 슈퍼마켓에서 깨끗이 손질된 도미는 아직 살아 있는 듯 생생하고 반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불현듯 도미를 먹는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어린 시절 돼지 도축을 목격한 친구는 이후 돼지고기를 못 먹게 됐다. 그가 본 것은 도축이라는 행위가 아니라 죽어가는 돼지의 얼굴이 아니었을까? 얼굴을 본다는 것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서로 연결된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박인환 시인의 시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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