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억새

흘러가는 게 다.. 바람만은 아니다.. 억새의 목을 살짝 누르고 지나가는 건.. 바람만이 아니다.. 마음 속엔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회한에 떠밀리고.. 방향을 잃은 발걸음은.. 빛과 어둠 사이에 흔들린다.. 한 번만이 아니다.. 지나가면 끝이 아니다.. 여름 소나기처럼 잠깐이 아니고.. 달팽이 숨처럼 천천히.. 숨어서도 울고.. 껴안고도 울고.. 한 데 엉켜서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도 운다.. 흘러가는 건.. 시간만이 아니다.. 바람이 살짝 누르고 지나가는 건.. 내 목숨만은 아니다.. 후회와 미련과 섭섭함과.. 모오든 좌절 끝에.. 넘어뜨리는 게 아니고.. 다시 일으키는 것이다.. 아직 가슴가득 빈 벌판이다.. 잘가거라 아쉬움아.. 잘가라 눈물아.. 이제 작별한다.. 이별의 손짓을 날린다.. - 2010년 11월 2일에.. 하늘공원 억새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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