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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내부링크]

너와 헤어진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미련하게 붙잡다 못해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지만 너는 시간을 갖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울면서 전화를 끊었다. 전에 이별을 얘기할 때 네가 다신 울지 말라고 했기에 울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자꾸만 새어 나와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헤어진 첫날은 먼저 너의 흔적을 지웠다. 관물대에 붙여져 있던 사진을 떼고, 네가 보내준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다음 연락처를 지우고, 사진첩을 정리했다. 많은 사진들을 지웠지만 내가 직접 찍은 네 사진 한 장은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 아직도 나에겐 너무나도 예뻤다. 주고받은 연락들을 지워야 하는데 아직 지우지 못했다. 언젠가는 지워야 하겠지만 아직은 놔두고 싶다. 며칠째 너에게 불러줬던 노래를 듣고 있다. 몇 번을 들어도 자꾸 눈물이 나서 힘들다. 시간이 얼마가 흐르던 이 노랠 들으면 네 생각이 날 거 같은데, 내가 널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기를 써보려 한다. 일기를 더 이상 쓰지 않게 된다면 널 잊었다는 거니

22.10.30 [내부링크]

네 덕분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 너는 상관없다고 했었지만 네 품에 안겼을 때 좋은 향기를 기억시켜주고 싶었다. 처음으로 끊은 담배였지만 피고 싶을 때마다 너만 생각하면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꿈에 계속 네가 나와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운동을 하고, 바쁘게 일하고,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도 네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꾸만 비가 온다. 너의 집에 놓고 온 우산이 생각났다. 그 우산을 보며 언젠가는 문득 내가 떠올랐으면.

22.10.31 [내부링크]

너는 뜨거운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같이 밥을 먹을 때면 음식을 덜어서 천천히 식혀 먹곤 했다. 회식을 하는데 대화 주제가 된 뜨거운 음식에 나 홀로 네 생각에 잠겼다. 밥을 먹을 때도 계속 네 생각이 났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 네가 싫어하는 음식, 너와 함께 먹었던 음식, 너의 젓가락질마저도. 매 끼니 네 생각이 나서 수저를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너는 나만큼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경 써주지 않으면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던 사람인데, 나처럼 힘들다면 더 챙겨 먹지 않을 테니까.

22.11.01 [내부링크]

너와 난 음악 취향이 비슷했다. 네가 좋아하는 노래는 곧 내가 좋아하는 노래였다. 이제는 네 생각이 나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지 못하게 됐다. 너는 상처가 많은 사람 같았다. 너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간 사람들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게 상처를 주기 싫었다. 내가 널 가질 수 있게 됐을 때 평생 네 곁에서 상처 주지 않고 널 지켜주고 싶었다. 네가 우리의 마지막을 말할 때도 좋은 말만 하며 너를 보냈다. 이제는 지켜줄 수 없지만 더는 네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2.11.02 [내부링크]

너는 항상 나보다 늦게 잠들었고, 나는 항상 너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래서 밤늦게 보내놓은 네 연락을 아침에 읽고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매일 아침 네 연락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게 너무나도 허전하다. 너는 꽃을 선물받는 게 좋다고 했다. 좋아하는 네 모습을 보고 나는 꽃으로 네 방 안을 가득 채워주고 싶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네게 꽤 많은 흔적을 남겼다. 너의 집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었고, 벽에는 내가 선물한 것들이 걸려있었다. 궁금했다. 너도 나처럼 흔적을 지우는 데 애를 썼는지.

22.11.03 [내부링크]

오늘도 네가 꿈에 나와 잊혀지지 않는 추억들을 되새겼다. 새벽에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었다. 꿈에서도 난 너에게 닿을 수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곳에서라도 널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잠귀가 밝고 예민했던 너는 내가 옆에 있으면 잠에 잘 들지 못했다. 넌 잠이 많았고 꿈을 자주 꿨다. 그러곤 종종 꿈에 내가 나왔다고 말하곤 했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네 꿈에 내가 나와서 나를 잊어버리지 말았으면, 어떤 모습으로든.

22.11.04 [내부링크]

너는 내게 손 편지를 받고 싶어 했다. 며칠 동안 글씨 연습을 하고 몇 장을 버렸다 다시 쓰며 너에게 줄 편지를 적었지만, 차마 줄 수가 없었다. 나는 네 감정이 이미 식었다는 걸 알아차려버렸고, 내 편지가 네게 죄책감만 가져다줄 거 같았으니까. 너는 마음씨가 고와 차마 내게 차가운 말들을 꺼내지 못할 사람인 걸 알고 있었기에, 내 입으로 먼저 내가 다시 연락할 일은 없을 거라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참지 못하고 네게 다시 보고 싶다고, 너무 힘들다고 말해버릴 것만 같아서.

22.11.05 [내부링크]

전시회를 가도, 수족관을 가도, 함께 영화를 보아도 나는 그저 너만 바라보았다. 눈앞에 당장 볼 수 있는 것들 중에 그걸 바라보고 있는 네 모습이 가장 예뻤을 뿐이었다. 네 품에 안겨있는 게 너무 좋아서, 영화는 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네게 안겨있던 나였다. 너는 애니메이션 보는 걸 좋아했다. 난 사실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래전 너와 연락했을 때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어 네가 추천해 준 것들을 밤을 지새워 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너의 취미는 나의 취미가 됐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옷을 항상 얇게 입고 다니던 네가 걱정이 되지만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이젠 없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22.11.06 [내부링크]

오늘은 한숨도 잠에 들지 못했다. 많이 피곤했던 건지 아니면 네 생각에 집중을 못 했던 건지 아침 조리를 하다가 칼에 손을 베었다. 난 칠칠치 못해서 자주 다쳤었고 넌 항상 내 걱정을 해줬었다. 칼에 베여 손가락이 따가운 건 괜찮았다. 그냥 평소처럼 네게 얘기할 수 없다는 게 서러웠다. 내 일상은 전부 너였는데, 갑자기 네가 없어져 버리니 네 빈자리가 너무나도 공허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네게 달려가 얘기를 했었고, 네게만 말을 꺼냈다. 네가 너무도 소중해서 이외의 인간관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다. 평소라면 너와 전화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웃고 있을 시간이 너무 그리워서 미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