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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내부링크]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오늘부터 나는 반성하지 않을 테다. 오늘부터 나는 반성을 반성하지 않을 테다. 그러나 너의 수첩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채로 스프링만 튀어오를 태세. 나는 그래요. 쓰지 않고는 반성할 수 없어요. 반성은 우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너의 습관. 너는 입을 다문다. 너는 지친다. 지칠 만도 하다. 우리의 잘못은 서로의 이름을 대문자로 착각한 것일 뿐. 네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네가 없어지거나 내가 없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너는 등을 보인 채 창문 위에 뜻 모를 글자만 쓴다. 당연히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느다란 입김이라도 새어나오는 겨울이라면 의도한 대로 너는 네 존재의 고독을 타인에게 들킬 수도 있었을 텐데. 대체 언제부터 겨울이란 말이냐. 겨울이 오긴 오는 것이냐. 분통을 터뜨리는 척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중얼거린다. 너는 등을 보인 채 여전히 어깨를 들썩인

박은정 / 302호 [내부링크]

밤과 꿈의 뉘앙스 빗소리가 귓바퀴에 모래알처럼 쌓이고 우리는 마지막 담배를 나누어 피운다 이제 악수를 나누며 헤어져야 할 시간, 언젠가 읽다 덮은 소설처럼 시선을 거두고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이럴 줄 알았다면 새로 산 스웨터를 입고 멋진 작별 인사를 연습해 두는 건데 고장 난 짐승처럼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면 곧 죽을 듯 일생이 파노라마로 지나가지 멍청한 우리는 입을 벌리고 아름답구나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요상하고 아름답구나 의미 없이 혼잣말을 들려주는 일이 좋아서 어릴 적 죽도록 오빠에게 맞던 기억이나 동생이 연못에 빠졌던 기억들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 들려주듯 사랑을 다시 말하기엔 늙었고 이별을 다시 말하기엔 지쳤기에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의 신발을 신고 다시없을 다음을 기약하도록 창밖엔 구름 웅덩이 불 꺼진 방엔 모스부호처럼 떠도는 말들 꿈 없는 눈으로 앓듯 자꾸만 이불을 뒤척이는 기분을 아니 우박이 떨어지고 크리스마스가 오고 그 해 마지막 기도가 잊히면 가엽고 따뜻한 입술

가을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내부링크]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 며칠 전 뒷북으로 본 영화에서 헤어나오질 못 하고 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이 노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 ‘her’ I just wanted you to know there will be a piec

221017 [내부링크]

1. 그럼 너는? 2. 나도 그랬어 3. 야 거울 좀 보고 살아라 끊는다

안미옥 / 캔들 [내부링크]

안미옥 ‘온’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 분명 예전에 읽었던 시였는데 어제는 왜 이 시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을까. 안녕하지 않은 채 안녕하세요? 의미없이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같이 꾸벅 하면서 오늘은 얼마나 안녕하냐는 말을 들어야할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견디며 살까. 첫 구절을 곱씹다가 나도 매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운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나는 우울할 때 아니 어쩌면 시도 때도 없이 냉장고에 붙여 둔 행복을 빈다는 쪽지를 보러 가는데 그때마다 입술을 꽉 깨물어야한다. 사람들도 다 이렇게 살

제주 [내부링크]

친구와 제주도 갈 때 하나씩 좋아하는 거 하기로 했는데 친구는 말 타는 거였고 나는 토템오어에서 책을 읽는 걸 골랐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술도 진탕 마셨다. 특히 둘째 날은 여러모로 완벽했다. 숙소도 좋았고. 토템오어는 정말 특히. 아 진짜야 토템오어는 진짜야. 여행 가서 책 읽는 거 이해 못 해주는 친구도 토템오어에서는 눈치 안 줘서 편하게 시집 한 권을 다 봤다. 여기 가져가려고 책 고르는 데 일주일은 걸렸는데 좋은 시집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패키지는 두 개 밖에 없었지만 그걸 내가 다 사올 수 있어서 좋았다. 야심 차게 도전했던 고등어회는 정말 별로였지만 우엑 덕분에 빨리 나와서 그냥 숙소 앞 술집을 갔는데 우연히 독도 닮은 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콜리가 있었다. 친구가 화장실 갔을 때 달이가 내 앞자리에 앉았을 때 나 솔직히 너무 울컥하고 진짜 독도가 너무 보고싶었는데 달이 네 눈이 너무 맑아서 눈물을 잘 참을 수 있었어. 그 때 너랑 마신 술이 제주도에서 제일

한강 / 서시 [내부링크]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음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 이 시를 처

허회경 - 결국 울었어요 [내부링크]

아주 가끔 다정했던 날들에 작지만 모진 말로 밀어낸 적 있어요 아주 가끔 불행을 파고드는 쉽지만 못된 날을 좋아한 적 있어요 나의 작은 몸속에는 믿는 구석 없고 떠나야 할지 머무를지 몰라 난 울었어요 나의 작은 기도에는 믿는 구석 없고 내일의 사랑을 찾아 그저 난 울었어요 난 울었어요 사랑 같은 진실 다 알면서도 나 기다리다 못해 결국 울었어요 영원 같은 거짓 다 알면서도 나 모른 척하다가 결국 울었어요 아주 가끔 사랑했던 날들에 아픔을 핑계 삼고 미워한 적 있어요 나의 작은 몸속에는 믿는 구석 없고 내뱉은 말은 돌아와 결국 날 울렸어요 날 울렸어요 사랑 같은 진실 다 알면서도 나 기다리다 못해 결국 울었어요 영원 같은 거짓 다 알면서도 나 모른 척하다가 결국 울었어요 아주 가끔 다정했던 당신이 조금은 그리워도 외면한 적 있어요 - 이터널 선샤인 진짜 허회경님은 미친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김철수씨 이야기가 나오더니 오 마이 갓 세상에 정규 앨범이라니 감

이사라 / 뒷길 [내부링크]

소리 없이 눈이 퍼붓던 날 길들이 길들 아니고 건널목이 건널목 아니고 발자국이 발자국 아닌 날 병실도 사라지고 집도 사라지고 새들도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는 날 이렇게 고요한 흰 바탕을 앞에 두고 나는 바탕 아래의 길로 접어든다 말없이 걷고 또 걷다보면 천년만년 녹지 않는 눈의 빛들이 있어 언젠가는 나를 하얗게 반사하고 그러면 나는 반사의 힘을 빌려 뒷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하얀 등을 보이며 하루하루가 돌아갈 때 잘 달리던 구름이 멈춰 설 때 밥을 먹다 말고 홀연히 당신처럼 밥술을 놓을 때 흰 바탕 아래에서 저 혼자 한참을 부풀다가 그 부푼 힘으로 걸어가는 날의 뒷길 - 어떤 날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싶다가 또 어떤 날은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다가 내 삶에는 한번도 방학인 적이 없었는데 해야 할 일들은 왜 꼭 방학숙제처럼 날 재촉하는지 낙엽은 떨어지고 가을은 저만치 가고 있고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녹아도 여전히 차갑다. 뒷심. 뒷길. 오늘의 내 뒷심은 엄마가 다시 보낸다

다린 - 축 [내부링크]

사랑이 기우는 무게에 나의 세상을 맡길 때 나는 너를 따라 계속 넘어지는 걸 끝나지 않는 밤에 갇힐 때 우리 두 눈 마주 보면 쏟아지는 눈물은 모두 멈춰버린 별처럼 아무도 모르는 밤 너만이 나를 바라보네 너는 알고 있지 나를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을 우리뿐인 세상을 하나둘 사라지고 시간으로 밀려날 때도 너는 알고 있지 나를 저 멀리 함께 보았던 사랑을 말해줘 나 두려움에 눈 감을 때 나 다시 눈을 떠 너를 바라보게 나는 너를 따라 음 - - 이렇게 예쁜 노래를 이렇게 쓸쓸하게 부르다니 반칙이다. 이 노래에 도대체 어떤 형용사를 써야할 지 모르겠다. ‘너는 알고 있지 나를’ 이 부분 듣다가 너무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다. 쇼파에 등받이가 없었으면 뒤로 넘어졌을 거야. 사랑하고 싶어지는 노래다. 너는 알고 있지 나를. #다린 #축

220815 [내부링크]

오랜만에 쓰는 일기. 그냥 오늘은 기록하고 싶어서. 친구 부부 귀국 기념으로 오랜만에 만나서 밥 먹었다. 몇 년만에 처음으로 내 차로 움직인 것 같다. 예약도 내가 했고 무튼 오늘 착한 일 많이 했다. 사실 내가 너무 소고기가 먹고 싶어서였는데 하도 칭찬을 해주니 으쓱해져서 내가 샀다. 소고기는 사람들을 온화하게 해주는 것 같다. 기념품으로 선물을 사왔는데 내 반응이 시큰둥했는지 색상의 유니크함에 대해 20분 넘게 들은 것 같다. 아니 내가 저런 색을 입은 적이 없는데 무슨 ; 롯데마트 갔다가 제일 좋아하는 레쓰비도 보고 책 읽기 좋은 카페에서 책은 못 읽고 빙수랑 커피랑 마셨다. 놀만큼 놀았다고 생각 해서 데려다 주고 혼자 영화보려고 예매했는데 갑자기 둘다 따라와서 결국 셋이 봤다. 다 내려주고 집에 돌아올 때 날씨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선선한 공기에 산책도 혼자 하고 책도 읽어봤는데 그냥 집에 왔다. 멍 때리다가 오늘 운동 쉬는 날인데도 가서 한 시간 뛰고 왔더니 좀 괜찮아졌다

이현호 /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 [내부링크]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지옥이 있어." 귀밑머리를 쓸어올리듯이 네가 말했을 때 아름다운 네 앞에 서면 늘 지옥을 걷는 기분이니까 그 어둠 속에서 백기같이 흔들리며 나는 이미 어디론가 투항하고 있었다 네 손금 위에 아무것도 놓아줄 게 없어서 손을 꼭 쥐는 법밖에는 몰랐지만 신이 갖고 놀다 버린 고장난 장난감 같은 세상에서 퍼즐처럼 우리는 몸이 맞는다고 믿었었고 언제까지나 우리는 서로에게 불시착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우리가 비는 것은 우리에게 비어 있는 것뿐이었다 삶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습관 우리는 살아 있다는 습관 살아 있어서 계속 덧나는 것들 앞에서 삶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불행 그것마저 행복에 대한 가난이었다 통곡하던 사람이 잠시 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를 때 그는 우는 것일까 살려는 것일까 울음은 울음답고 사랑은 사랑답고 싶었는데 삶은 어느 날에도 삶적이었을 뿐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 않고 떠났으면서 너무 미안하다 말하려 너를 서성이는 오늘 같은 지난날 아름다운 너를 돌

제목없음 [내부링크]

‘싫어한다’ 와 ‘꼴도 보기 싫다’는 닮지 않았다. 싫은 건 어찌 저찌 견딜 수 있지만 꼴도 보기 싫은 건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마음의 어떤 구석 변두리에도 남아있는 동정 없이 온전히 누군가를 진짜 진심으로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침대에 누워서 어쩌다 이런 사이가 됐을까 생각이 스친 적도 있었지만 더이상 같은 공간에서 숨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는지 너는 모르겠지. 파란 하늘도 안 보고 책도 안 읽고 노래도 안 듣고 사람도 안 만나고 한 달 내내 너만 싫어해서 나는 이제야 좀 괜찮아졌어. 남아 있는 몇 개의 법적 절차들과 오고 가야 할 돈이 남았고 너는 여전히 근거리에서 나를 매우 거슬리게 하고 그런 너를 보면 나는 가끔 돌아버릴 것 같겠지만 이제 그만 이 괴로운 동굴에서 나갈까 싶다. 아 물론 너를 용서하거나 그럴 일은 없어. 여전히 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으니까. 어쩌면 제일 공과 사를 구분 못했던 건 나였던 것 같다. 해고는

무창포 [내부링크]

쭈꾸미 낚시는 노가다였다. 아 아직도 손가락 안 구부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보고 소질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인지 다 낯설었다. 비장의 무기로 산 내 쿨토시는 차에 놓고 내려서 하루종일 바람막이 입고 있었다. 여름 내내 못 봤던 바다도 실컷 보고 적당한 날씨, 적당한 바람도 좋았고 출렁 출렁 파도 치는 소리도 좋았고 깜깜한 새벽에서부터 쨍한 낮까지 서서히 해가 뜨고 지는 모든 순간이 참 좋았다. 나중에 오려면 큰 맘 먹어야겠지만 내년이면 또 가고 싶어질 것 같다. 별 걱정 없이 평온했던게 눈 앞에 펼쳐진 바다 때문인지 낚시대를 계속 움직여야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다 좋았던 것 같다. 오래 오래 기억해야지. 2022년의 여름을 보내며.

곽진언 - 함께 걷는 길 [내부링크]

함께 걷는 길 위에 그대와 나 둘이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서 그대에게 물었지 당신 괜찮으냐고 내게 속삭이네 난 괜찮아요 함께 걷는 길 위에 그대와 나 둘이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서 그대에게 물었지 당신 날 사랑하냐고 내게 속삭이네 그댈 사랑해요 그대에게 물었지 당신 괜찮으냐고 그대에게 물었지 당신 날 사랑하냐고 내게 속삭이네 내게 속삭이네 내게 속삭이네 그댈 사랑해요 - 알고리즘 통해서 차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이렇게 슬픈 노래가 있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세상 따뜻한 노래였다. 슬프게 들었던 이유는 뭘까. 사실 난 그 이유를 알면서 모르는 척 한다. 좋은 노래다. #곽진언 #함께걷는길

속초 [내부링크]

빡빡한 계획이 아니라서 여유롭게 가져간 책을 다 읽을 수 있어서 그리고 서점을 두군데나 구경하고 분위기에 맞는 책도 사고 바다도 실컷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실은 네가 나를 배려해줬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고마웠어. 아무튼 다 좋았다. 마지막 날 카페 앞 해변을 걷다가 돗자리 사고 싶다는 말에 트렁크에 갑자기 꺼낸 의자로 실컷 웃다가 책 읽었던 두 시간 동안 그때 듣던 파도 소리 좋았던 시집들 갑자기 하게 된 물 놀이 맨발로 걷던 촉감 그림 같던 속초의 하늘들 속초를 처음 가봤는데 따뜻한 기억으로 굉장히 오래 남을 것 같다. 더이상 개인적인 일기는 블로그에 적지 않기로 했다. 무언가 적어야할 것 같은 압박이 생기는 것 같고 블로그는 너무 많은 말을 하게 된다. 예전 일기 계정을 다시 살릴까 하다가 새로 만들었다. 일기장의 새로운 시작이 속초라서 퍽 마음에 든다. 나중에 해변가의 평화로운 파도소리가 그리울 때 다시 올게. 속초 안녕. PS. 초당 순두부는 정말 내 스타일 아니었다.

유지원 / 첫사랑, 여름 [내부링크]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 (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 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2018 제 26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중등부 시 부문 동상 수상작 - 나

정승환 - 보통의 하루 [내부링크]

나 말이야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겨우 지켜내 왔던 많은 시간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을 막아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나는 괜찮아 지나갈거라 여기며 덮어 둔 지난 날들 쌓여가다보니 익숙해져 버린 쉽게 돌이킬 수 없는 날들 그 시작을 잊은 채로 자꾸 멀어지다보니 말 할 수 없게 됐나봐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지나가 너 말이야 슬퍼 울고 있는 거 다 알아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너는 괜찮니 지나갈거라 여기며 덮어 둔 지난 날들 쌓여가다보니 익숙해져 버린 쉽게 돌이킬 수 없는 날들 그 시작을 잊은 채로 자꾸 멀어지다보니 말 할 수 없게 됐나봐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 보통의 하루가 지나가 - 마음이 힘들 때마다 꺼내 듣는 노래. 따지고 보면 예전만큼 힘들 것도 없는데 왜 마음은 이렇게 약한 건지 오늘은 할 수 있다 속으로 외치고 집에서 나왔는데 사실 뭘 해야하는지, 해내야하는지

곽진언 - 일종의 고백 [내부링크]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또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또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나는 가끔씩 이를테면 계절 같은 것에 취해 나를 속이며 순간의 진심 같은 말로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또 어떤 날에는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나를 좀 안아줬으면 다 사라져 버릴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날 사랑한다고 서로 다른 마음은 어디로든 다시 흘러 갈 테니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 전에 이영훈 버전도 진짜 좋아했는데 요즘엔 곽진언 버전만 듣는 것 같다. 첫 소절을 무심히 부르고 뒤이어 나오는 반주를 들으면 마음이 쿵 가라앉는다. 꼭 뭔가 들킨 것처럼. 일 마치고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면서 집에 왔다. 쌀쌀한 날씨도 적당히 떨어지는 낙엽도 좋았다.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고치고 고친다. 고치면서 무너지고 다시 일으켜 세우고 요즘은 마음이 너무 자주 고장난다. 마음에도 입력값과

220720 [내부링크]

커피를 몇 번 먹었는지 모를 바빴던 하루의 기억들 1-10 생략 그냥 바쁘게 친구 따라 계속 어딜 다님. 유명한 작가라고 해서 산 시집 같은 책은 나랑 안 맞았다. 소설 책은 재밌었는데 친구가 진짜 말을 계속. 진짜 계속. 계속 계속 시켜서. 결국 다 못 읽고 다시 가방에 넣음. 일기 쓰려고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집 앞에서 찍은 달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오늘 하루 중에 제일 좋았던 순간은 조용한 집에서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먹으면서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보고 있는 지금

최지인 / 섬 [내부링크]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바위 위 사마귀 바위색 사마귀 그것들 뒤로 그림자 나는 벌써 백발이 되었다 그날 운세는 이러했다 쪽배가 큰 파도를 만나 예상치 못한 일로 변고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불의를 행하지 마라 트럭을 피하려다 벽에 차를 박았다 보조석 범퍼가 깊게 파였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어제는 저녁에 한강 공원을 걸었다 죽은 지렁이들을 보았다 실패한 사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괜찮은 변명거리다 누구나 실패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다 형광봉을 흔드는 한 사람과 참 캄캄한 하늘 네가 가리킨 것은 맑고 향기로운 잘못들이었다 너는 슬퍼지지 않는 것 따위는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데 손끝이 닿았다 다음 생은 엉망으로 살고 싶어, 마음껏 엉엉 울고 그 누구도 되지 않는, 그럼 아쉬워도 태어나지 않겠지, 나뭇가지에 옷을 걸어두고 이제 여름으로, 여름으로 사랑한다 말하면 무섭다 그것이 나를 파괴할 걸 안다 초파리가 과일

220721 [내부링크]

하루가 진짜 바쁘고 길었는데 쓰려던 말도 많고 사진도 찍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냥 지금은 8월이 빨리왔으면 좋겠다. 8월의 나는 더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끝.

장혜진 - 1994년 어느 늦은 밤 [내부링크]

오늘밤 그대에게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이런 마음을 종이 위에 글로 쓴걸 용서해 한참을 그대에게 겁이 날만큼 미쳤었지 그런 내 모습 이제는 후회할 지 몰라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 지를, 사랑하는 지를 외로이 텅빈 방에 나만 홀로 남았을때 그제야 나는 그대 없음을 알게 될 지 몰라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 지를 사랑 하는지를 그대 이제는 안녕 1994년 어느 늦은 밤 - 있는 것 있다는 것 있다는 걸 알려 주는 것 그뿐이면 됐는데 너무 많은 말들을 얹었다. 어떤 소리는 저장하지 않아도 저장되는 것 같다. 웃음 소리 우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창문 너머 들리던 새 소리 #장혜진 #1994년어느늦은밤

못 (Mot) - 나는 왜 [내부링크]

난 왜 커피를 마시면 난 왜 우스운 걸 보면 난 왜 우산이 없으면 그러면 난 왜 난 왜 흰 눈이 내리면 난 왜 좋은 것을 보면 난 왜 울고 싶어지면 그러면 난 왜 나는 왜 아직도 네가 자꾸 생각나는지 나는 왜 너희 집 고양이가 보고 싶은지 나는 왜 아직도 네가 자꾸 걱정되는지 나는 왜 한밤중에 깨어 숨죽여 우는지 난 왜 흰 눈이 내리면 난 왜 좋은 것을 보면 난 왜 울고 싶어지면 그러면 난 왜 나는 왜 아직도 네가 자꾸 생각나는지 나는 왜 너희 집 고양이가 보고 싶은지 나는 왜 아직도 네가 자꾸 걱정되는지 나는 왜 한밤중에 깨어 숨죽여 우는지 - 비 오는 날 들으려고 평소에 애써 지나치는 노래 #못 #Mot #나는왜

박소원 / 너밖에 없었다 [내부링크]

박소원 ‘즐거운 장례’ 손톱들 단정하게 깎은 그 날의 일기에 처음 ‘사랑’이라고 맹세처럼 쓰고는 그 붉은 글씨 위에 ‘잘 모르겠다’고 휘갈겨 쓴 적이 있다 성북동 경사진 골목들 손을 잡고 오르내릴 때 사랑이 유일한 믿음이 되었을 때 사랑의 독즙처럼 두려움들 흘러넘칠 때 샴쌍둥이처럼 맞붙은 몸이 되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나의 모든 두려움에는 너밖에 없었다 수량을 잴 수 없는 붉은 두려움들 이정표가 없는 길 위로 자욱하게 깔리고 방류하고 방류하는 여백 없는 일기 위에 이것도 ‘사랑’이라고 쓴 뒤 ‘잘 모르겠다’고 휘갈겨 쓴다 나무들 빽빽이 서 있는 숲 속을 해매고 되돌아올 때 사랑은 나에게 폭력이 되고 그 폭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나는, 두려움의 포로가 되었다 수시로 단단한 어둠의 벽에 금을 긋고 돌아선 다음에도 나를 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다 #박소원 #너밖에없었다 #즐거운장례 #나를울리는사람은너밖에없었다

첫 운동 [내부링크]

화요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어제 PT선생님이랑 처음 봤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가 필요한 말은 선생님 못 하겠어요. 선생님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 살려주세요. 선생님 진짜 못 해요. 선생님 이건 안 돼요. 선생님 제발요. 선생님 한 개만 줄여주세요. 선생님 PT시간 끝났어요. 선생님 저한테 왜그러세요. 딱 이정도 말 뿐이라는 걸 알았다. 살면서 내가 이렇게 애원해본 적이 있었나. 운동을 하고 내 체력이 저기 바닥이라는 걸 알았다. 어제 운동하고 몇 시간 쉬니까 걸을만은 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악 소리가 난다. 낮에는 걸을 때도 너무 아파서 낮에 운동도 못 갔다. 선생님은 그럴 줄 알았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 순간 내가 아플 줄 알고도 그렇게 시킨 건지 억울해서 물어보려다 참았다. 출근할 때 근육통 약 사와서 먹었는데 효과는 정말 1도 없는 것 같고 직원들이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길래 했는데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만

220802 [내부링크]

기다리던 8월이 왔다. 중복도 지났다. 아직도 낮에는 너무 덥고 여전히 밖에 나가는 건 싫다. 주말 빼고 매일 운동하러 나가고는 있는데 한 번 PT 받고 무슨 하체 다 뜯어지는 줄 알았다. 심지어 직원 두 명이 코로나 때문에 못 나와서 다리만 멀쩡했어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인생에서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아프다. 아프니까 운동이라는 소리하는 사람들 (선생님 포함) 다 나처럼 아팠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렇게 7월은 갔고 8월이 왔다. 아침 6시에 운동을 가야할지 낮에 가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상태 되는대로 간다. 선생님이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이 어떠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하체 뿌신 건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 오늘은 오래 쓰던 세무사를 바꾸려고 상담도 잘 받았고 나간김에 밥도 밖에서 맛있는 거 먹었다. 엄마가 휴가차 왔고 이번주까지 집에 같이 있는다. 술도 안 마시고 운동하는 내가 좋은 눈치다. 전에 선물 받았던 위스키도 엄마한테 양보

권진아 - 운이 좋았지 [내부링크]

나는 운이 좋았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어려운 이별을 한다는데 나는 운이 좋았지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던 사랑을 했으니까 나는 운이 좋았지 서서히 식어간 기억도 내게는 없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한없이 사랑한 날도 우리에겐 없던 것 같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스친 인연 모두 내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으니 후회는 하지 않아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참 많이도 아팠지 혼자서 울음을 삼킨 날도 정말 많았지 이젠 웃어 보일게 긴 터널이 다 지나가고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으니 아주 자잘한 후회나 여운도 내게 남겨 주지 않았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내 삶에서 나보다도 사랑한 사람이 있었으니 내게 불었던 바람들 중에 너는 가장 큰 폭풍이었기에 그 많던 비바람과 다가올 눈보라도 이제는 봄바람이 됐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넌 내게 전부였지 나는 운이 좋았지 내 삶에서 나보다도 사랑한 사람이 있었으니 - 무슨 노래가 시보다 시 같아. 노래 너무 좋다.

이훤 / 왜냐고 물을 때마다 [내부링크]

떠난 이들을 간헐적으로 삭제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과부하에 걸린 사람처럼 어떤 날은 계속 웃었습니다 지워진 것들이 자꾸 밤을 무너뜨립니다 어떤 표정은 다시 지을 수가 없습니다 - 지워진 것들이 밤을 무너뜨린다면 지우려고 노력하는 것들은 새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다. 어제는 이 시를 읽고 내가 잃어버린 어떤 표정들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해가 길어진 덕분에 새벽이 짧아져서 암막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보고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아직 진정한 여름은 시작도 안 했는데 겨울을 기다린다. 밤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이훤 #왜냐고물을때마다 #너는내가버리지못한유일한문장이다

허연 / 칠월 [내부링크]

불온한 검은피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 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어떤 다짐들은 때때로 너무 무력해져서 예를 들면 일기를 자주 남겨야겠다는 것 같은 것들 쓰다가 지우기도 몇 번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블로그는 말을 많이 하게 되니까. 누가 그랬다. 1. 2. 이렇게 10까지 하루를 숫자로 나열하면 하루가 잘

220705 [내부링크]

일기를 쓸 때 가장 고민 됐던 건 어쩌면 날짜였다. 하루를 다 보내면 나는 대체로 내일이 되니까. 7월의 다짐대로 시작해볼까. 노력은 하겠지만 자주 써질지는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지. 시작. 1.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다. 2. 한시간 반을 기다리다가 그냥 집에 가려는데 다음 번호가 나라고 해서 진료를 받았다. 3. 허리에 주사 두방 맞았다. 와 진짜 아팠다. 눈물 날 뻔 4. 물리치료 받고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 왔다. 5. 횡단보도에서 할머니가 우산을 씌워 주셨다. 6. 감사 인사를 쑥쓰러워서 적극적으로 못 했다. 7. 아니 쓰다 보니까 그냥 줄간격마다 번호를 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 의도와 너무 다른 일기가 되고 있다. 8. 이건 아닌 것 같다. 9. 10까지 금방 채울 것 같다. 10. 벌써 10이다. 11. 망했다. 12. 의사선생님께서 그만좀 누워있으라고 했다. 13. 건강 어플 켜서 다 보여드렸는데도 똑같이 말했다. 14. 어떻게 알았지. 무당인

220707 [내부링크]

1. 하루를 마무리 하는 루틴이 지겨워서 아니 어쩌면 책을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버린 플스는 계륵이 됐다. 돈 아까워서 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시리 오면 같이 하기로 한 게임이 마지막 희망이라 아직 꺼내두고 있긴 하다. 2.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일 마치고 책 읽을 생각에 하루종일 신났는데 에어컨을 켤 수가 없었다. 오분동안 땀 흘리다가 예전에 갔던 곳으로 다시 갔다. 돈만 날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날씨에 에어컨 안 켜두는 건 상해죄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3. 어렵게 가서 읽은 책은 한 권은 소설, 한 권은 시집이었는데 둘 다 내 취향 아니어서 끝까지 읽는게 힘들었다. 4. 출근할 때 가져간 차를 홀짝요일 주차로 해놨는데 어제 쉬면서 차를 안 옮겨둬서 카메라 찍혔다. 차 옮기려는데 방전돼서 이십분 기다리고 사십분 주행했다. 5. 돈을 차라리 땅에 버리는게 속이 편할 것 같다. 6. 집에 와서 어제 있었던 일들에

이제재 / 맑은 계절에 걸린 거울 [내부링크]

소란을 빛으로 태울 때 그 냄새를 따라가 소리가 들리지 음악은 공간을 이뤄 성가대의 흰 벽 색 유리의 높은 천장 사람이 한 명 떠났어 사실은 여럿 비슷한 행동을 여러 번 하면 잔상이 남지 테이블 위 물컵은 습관처럼 한번씩 빙글 돌고 명상을 시작했어 듣기로, 나는 지켜볼 수 있대 실체는 왔다가 사라진대 숨을 쉬어 살면서 나는 내가 많은 가명을 가졌으면 했어 성을 가졌으면 했어 숨을 쉬어 귤 껍질로 만든 자개장 칸칸이 이름을 넣어뒀는데 언제 망가뜨리게 된 건지 꼭 강물에 빠뜨려야 했는지 그게 슬퍼서 줄곧 반대로 생각해왔어 줄곧 반대로 생각해왔어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공중에서 거울이 흔들렸어 - 덜 축축한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 이상하지. 이해되지 않는 어떤 말들은 마음에 더 오래 남는 것 같아. 미안해하지마 미워하지마 연속적일 수 없는 말 같은데 막상 붙여놓으니 퍽 다정하게 보이기도 하네. 이 시집에서의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연속적인

220708 [내부링크]

1. 막상 일할 때는 크게 내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내가 표정 관리를 잘 했다기보단 모두가 내 눈치를 봤기 때문인 걸 안다.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아직 어리거나 참고 싶지 않은데 참거나 둘 중 하나겠지. 2. 금요일이기도 하고 기분도 꿀꿀하고 바쁜데 일찍 퇴근해서 맥주 마셨다. 카프리 다섯병에 기분좋게 집에 왔다. 술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한다. 3. 책을 다시 읽고 있다. 내 하루에 마지 못해 책이라도 잡고 있던 것 같아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꽤 오래 책을 읽지 않았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돌고 돌아 다시 책을 읽는다. 평온하다. 나는 그냥 책을 좋아했던 것 같다. 4. 으으음 툭 으으음 툭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가 좋아서 요즘은 빨래가 없어도 빨래를 돌린다. 하나 단점은 베란다가 너무 덥다는 것. 아 거실도 더워. 솔직히 이 소리 듣고 있으면 여기 제주도다. 멀리 갈 필요가 없지. 바다가 내 베란다에 안에 있는데. 역시 집이 최

내 친구에게 [내부링크]

절대로 블로그 들어오지 말라고 해놓고 나중에 언젠가 읽겠지 하는 마음이 모순되는 걸 알지만 뭔가 카톡으로는 좀 쑥스럽고 어딘가 저장해두고 싶은 기분에 그냥 여기 남겨둘게. 모르겠다. 정신 없이 왔다 가버린 느낌이 없지 않은데 내 기분과 컨디션이 여러 가지 일들로 대책 없을 때 네가 와서 내가 너까지 눈치보게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고 나서야 하네. 빗길에 운전을 세시간도 넘게해서 피곤했을텐데 나는 내 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어색할지도 모르는 내 친구들 사이에 너를 맡겼는데도 싫은 내색 없이 내 친구들과 나보다 더 잘 놀아주고 즐겁게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그렇더라. 네가 가고 나니까 오히려 너랑 나눈 대화들,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너무 무거워서 오히려 가볍게 말했던 내 버거운 회사 이야기에 네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잖아. 솔직히 너가 나한테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거든. 그래서 결국 평소에 연락할 때 하지도 않던 길고 길었던 내 깊은 빡침의 서사에 대해 너에게

이소라 - 난 별 [내부링크]

모든 일의 처음에 시작된 정직한 마음을 잃어갈 때 포기했던 일들을 신념으로 날 세울 때 별처럼 저 별처럼 삶과 죽음의 답없는 끝없는 질문에 휩싸인 채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 빠져 혼자 괴로울 때조차 별처럼 저 별처럼 난 별, 넌 별, 먼 별, 빛나는 별 살아가며 하는 서로의 말들 그 오해들 속에 좀 참아가며 이해해야 하는 시간들 속에 원하든 원치 않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 속에 저 별처럼 우주의 한 부분으로 살며 믿는 대로 생긴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을 때 오는 빛나는 결과들에 감사하며 별처럼 저 별처럼 난 별 빛나는 별 살아가며 하는 서로의 말들 그 오해들 속에 좀 참아가며 이해해야 하는 시간들 속에 원하든 원치 않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 속에 사는 별처럼 나, 너, 지금, 이곳, 다시 별처럼 저 별처럼 - 풀리지 않는 매듭을 애써 풀려고 하지 않고 굳이 잘라버리지 않고 그대로 둘 수도 있는 거라고 좀 참아가며 이해 해야 하는 시간들을 견디는 것도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럴 수

220718 [내부링크]

1. 지난주는 하는 거 없이 시간이 빨리 갔던 느낌이다. 일기로 자주 남겨보려고 했는데 일도 바빴고 교우관계도 자주? 두번이지만; 쉬면서도 쉬는게 아니었다. 2. 책 고르는게 쉽지가 않으니까 사둔 책이 거의 없어지면 스트레스 받게 된다. 그래서 그냥 이 책, 저 책, 재밌어 보이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샀고 한 달은 걱정 없을 것 같다. 3. 허리 아플 때 내가 아프긴 했었나보다. 요즘은 의식적으로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일어나려고 한다. 이제 와서 건강 챙기는게 웃기지만 영양제도 많이 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헬스장에 PT등록도 했다. ‘열심히 하자’ 보다는 ‘꾸준히 해야지’ 라고 다짐했다. 4. 운동을 하려면 내가 싫어하는 세 가지를 해야한다. 운전, 밖에 나가기, 운동 ㅋㅋㅋ 6.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7. 하루를 기록 하자는 생각을 자주 까먹지 말자. 8. 아무리 9. 별 다를 것 없는 10. 하루라고 해도

정다연 / 월화수목금토일 [내부링크]

잘 지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잘 지내 답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려놓고 기름기 묻은 손을 세제로 씻으며 물기를 닦던 사소한 습관과 벨을 누르면 가장 먼저 반겨주던 당신에 대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음성에 대해 — 잘 지내고 있어? 벽장에 비치는 것이라곤 그림자 하나뿐인데 문득 묻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비를 모으고 모으다 못 견디고 무너지는 댐처럼 폭설에 쓰러지는 나무처럼 어떻게 지내 묻고 싶은 순간이 — 오늘은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던 음식을 앞에 두고 왜 싫어했을까? 이렇게 먹기 좋은 것을 웃으면서 월화수목금토일 당신을 잊다가 - ‘더는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지 않겠지’ 시를 읽고 이 시인이 시집을 내면 꼭 사겠다고 다짐했다. 이 작가님의 시집을 샀고 잘 읽었다. 해가 어스름하게 지는 날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볼 때 하늘이 유독 파란색일 때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윤종욱 / 철학자 [내부링크]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얕은 얼굴 속에서 잠영하고 있는 내면에게 다른 누구도 아닌 누구에게 인간 이전의 언어로 모르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머리 밖에서 우두커니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생각과 생각보다 비좁은 이름에게 발 디딜 곳 없는 이야기에게 빛줄기를 딱 잘라 말하기 위해 혀끝을 벼리고 있다면 나는 몸이기를 그만둔 몸짓을 추슬러 잠 속에 밀어 넣으며 개켜지지 않는 너를 향한 마음을 나는 푸른색의 무게를 재기 위해 수없는 새벽을 매달아야 하고 그러나 슬픔이라는 어떤 장소는 며칠 후의 날씨쯤이거나 먼눈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 같아서 헤쳐 나갈수록 사방으로 뒷걸음질 치는 경험은 사람이라는 현상에 무뎌지는 일 착시처럼 난데 없이 서로를 마주치는 일이라면 이 모든 잠꼬대에게 영원히 되풀이 되는 불면을 기다릴게 나는 내일까지 몰락하고 있을게 - 아직 마저 오지 않은 더운 여름 앞에서 선선한 저녁 바람을 아쉬워하며 푸른색의 무게는 얼만큼일까 생각한다. 모든 말이 가렵고 세상

황인찬 / 사랑과 자비 [내부링크]

맞아, 그 여름의 바닷가에선 물새들이 끊임없이 울고 있었어 젊은 사람들이 해변을 뛰어다녔고 맞아, 우리는 개를 끌고 나왔어 그런데 그 개는 어디로 갔지? 쌓인 눈을 밟으면 소리가 난다 작은 것들이 무너지고 깨지는 소리다 우리는 그때 맨발로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고 있었어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신발을 잃어버리고도 서로를 보며 그저 웃었고 그때 우리는 두 사람이었지 한 사람의 발자국이 흰 눈 위로 길게 이어져 있다 아주 옛날부터 그랬다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웃고 있는 서로를 보며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을 보고 또 알았는지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 받았는지 "이런 삶은 나도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니 새하얀 입김이 공중으로 흩어졌고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가득한 여름의 도시를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젖은 발이 뜨거운 지면에 남긴 발자국이 금새 사라져버리는 것도 모르는 채로 겨울 호수를 따라 맨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Slowcity - 왜냐하면 나는 널 [내부링크]

괜찮지 않을까. 우리 이렇게 잠시 멈춰 있어도 모두 떠날 거라는 말은 잠시 넣어두고 나는 너의 우울을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너의 길 잃은 시선하며 외로움을 너의 사랑을 그렇지 않을까. 우리 두려움 같은 건 잊어버려도 모두 잊혀질 거라는 말은 잠시 넣어두고 나는 너의 우울을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너의 길 잃은 시선하며 외로움을 너의 사랑을 나는 너의 우울을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너의 길 잃은 시선하며 외로움을 너의 사랑을 - 다정한 노래인데도 울적한 건 내 삶을 관통하는 어떤 감정선 때문인가. 미루는 삶 끝난 기념으로 하루에 백개씩 올려야지. 아 물론 구라. #slowcity #왜냐하면나는널

나의 해방일지 [내부링크]

요즘은 토요일 일요일이 좋다. 일 마치면 나의 해방일지 보는게 그나마 늘 같은 일상에 기다려지는 하나였으니까. 난 기다리는 것도 싫어하는데도. 13화는 배신이었다. 그러면 안 됐다. 작가님이 솔직히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였다. 엄마. 엄마도 그랬어? 조카 돌봐주다 지쳐서 내 집에 와서 쉰다고 했을 때 무심한 내가 미처 못 버리고 들켰던 소주병들, 와인 병들, 맥주 캔들 못 하는 거짓말로 그냥 모아둔 거라고 얼버무릴 때 차마 더 묻지 못 하고 잠든 사이에 버려주면서 엄마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일 마치고 솔직히 신나서 나의 해방일지 보는데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하려다 말았어. 엄마. 있잖아. 잘 지내는 게 뭘까. 지지난주였나. 전화도 아니고 문자도 아니고 카톡도 아니고 무슨 생전 처음 음악 어플 메세지 기능으로 잘 지내냐는 안부를 받았어. 엄마 생각하면 나한테 왜 다시 연락했냐고 화를 내도 모자란데 그냥 잘 지낸다고 해버렸어. 꼭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원래 잘 지내냐는 인사말에는 잘

박시하 / 나의 도덕 [내부링크]

애초에 삐딱했지 버려진 담배꽁초처럼 더러운 흰색 아름다울 가망이 없다 도-덕은 그러므로 둔덕이나 도닥이나 도랑 도어-더억이랄까 한 마리의 오리가 그려진 문이다 사랑은 숨겨진 채로 별들이 떠다니는 호수로 가나요 거기서 헤엄치겠어요 빠져 죽을까요 세계의 각도를 비틀 수는 있지만 마음은 비틀어지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은 사랑은 짐작하지 않는 나의 도덕 분명하게도 그러나 나는 말했지 바다에게 하늘에게 달에게 구름에게 천 번도 넘게 말을 했다 짐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을 주세요 오리처럼 꽥꽥거렸지만 문은 닫혔다 문고리가 없는 나의 도어덕 가장 달콤한 칼이여 내가 살아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기를 - 저렴한 토이 필름카메라를 샀다.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랐는데 잘 찍혔으면 좋겠다. 자주 밖에 나가려고 샀지만 오늘은 그냥 쉬고 싶었다. 어제 읽다 잠든 책을 일어나서 마저 다 읽고 커텐을 열고 사두었던 시집의 시 몇편을 더 읽었다. 출근하는 길에 아파트 상가 끝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레쓰비를 하나

220601 [내부링크]

5월이 가고 6월이 왔다. 대체로 덥지만 선선한 날씨가 5월 내내 계속 됐다. 5월의 나는 어느 때보다도 지루했던 것 같은데 대신 일도 열심히 했고 대체로 흘러가듯 살았다. 나를 괴롭히던 어떤 단어에서도 조금 헐렁해졌다. 일주일에 두 번으로 정했던 것 같은데 한 번만 마셨던 적도 있고 집에서 와인도 더이상 안 먹는다. 나의 해방일지는 지난주에 끝났다.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는데 그나마도 주말을 기다리지 않게 될 것 같다. 손석구 술 마시는 모습도 못 보겠지. 좋았는데. 시간 좀 지나면 다시 봐야지. 필름 카메라를 하나 샀는데 36장 찍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덕분에 가방이 조금 무거워졌지만 하늘이나 나무같은 것들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에 산 시집이 너무 좋아서 매일 읽는다. 읽어도 읽어도 좋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다짐들이 들어가 있는지 나는 안다. 6월 6월도 있다보면 알아서 가겠지. 야구도 계속 잘 했으면 좋겠고. 블로그도 자주 쓸 거고.

유병록 / 망설이다가 [내부링크]

움직이면서도 늘 그 자리인 그네처럼 흔들리다가 봄은 가고 여름이 와요 그 여름에 당신은 없어요 망설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없어요 나는 또 그네에 앉아 가만히 있어요 망설이는 건 자꾸 멍청이 같아서 사람을 놓치고 기회가 지나갈 때까지 머뭇거리고 사랑을 빼앗기지만 망설이는 건 가끔 설탕처럼 달아서 걱정도 사라지고 후회도 멀어지고 저절로 많은 일이 없어지고 그네에 앉아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내가 무엇을 망설이는지도 모르다가 가을이 올 거예요 그 가을에 당신은 없을 거예요 망설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없을 거예요 우리 무관한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네와 나만 흔들리고 있을 거예요 -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제목만 보고 샀는데 몇 주를 이 시집에 빠져있었다. 생각없이 아무곳이나 펼쳐도 다 좋다. 지금 올려두는 시의 제목이 망설임이 아니고 망설이다가 라서 좋다. 이 시를 읽고 나서 아파트 놀이터에 있는 그네에 자주 앉는다. 출근 하는 사람들 아기들 소리 자동차 소리들 그러다

김소연 / 그래서 [내부링크]

잘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 가요 내가 혼자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삐용,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 하고 내가 말하고 나 혼

김소연 / i에게 [내부링크]

밥만 먹어도 내가 참 모질다고 느껴진다 너는 어떠니. 지난겨울 죽은 나무를 버린 적이 있었다. 마른 뿌리를 흙에 파묻고서 나무의 본분대로 세워두었는데. 지난겨울 그렇게 버려지면 좋았을 내가 남몰래 조금씩 미쳐갔다. 남몰래 조금만 미쳐보았다. 머리카락이 타오르는 걸 거울 속으로 지켜보았고 타오르는 소리를 조용히 음미했다. 마음에 들었다. 실컷 울 수도 실컷 웃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화사한 얼굴이 되었다. 끝까지 울어보았고 끝까지 웃어보았다. 너무 좋았다. 양지에 앉아 있었을 때 웅크린 어느 젊은이에게 왜 너는 울지도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젊은이의 눈매에 이미 눈물이 맺혀 있더라. 그건 분명 돌멩이였다. 우는 돌을 본거야. 그는 외쳤어. 미칠 것 같다고! 외치는 돌을 본거야. 그는 더 웅크렸고 웅크림으로 통째로 집을 만들고 있었어. 그 속에 들어가 세세연년 살고 싶다면서. 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 지내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매일매일 일어나니. 아무에게도 악의를

정읍 [내부링크]

너무 늦게 올리는 2월의 정읍. 눈이 예쁘게 왔었는데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무슨 단합이 필요하다고 여길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쌍화차?거리?에서 먹은 떡갈비 맛있었다. 물놀이에 진심인 나는 수영복 다 챙겨갔다. 아 물놀이는 진짜 좋았다. 너무 추웠는데 물은 따뜻해서 노는 동안은 행복했다. 다이빙을 열번도 넘게 했는데 다이빙 금지 팻말을 나가면서 봤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쪽팔려; ;; 오덜오덜 떨면서 물을 뚝뚝흘리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사람 많은 엄청 핫한 카페를 지나가는 줄 알았더라면 분명 나는 그딴 차림으로 나가지 않았을 거라고 빠른 걸음을 걸으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진짜 놀랍도록 아무도 밥 차릴 생각을 안 해서 나랑 범이랑 고기 구웠다. 술 맛있게 먹고 부족해서 술 더 사왔다. 가위바위보 이겨서 따뜻하게 있을 수 있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우리 핵꼰대님이 와이프한테 김치찌개 끓이라는 거였다. 부부싸움으로 확전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말

220410 [내부링크]

회사 앞에도, 집에 가는 길도 사방이 벚꽃이다. 봄이 이렇게 그냥 다 가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가까운 대학까지 걸었다. 대충 신문지 깔고 누워서 책도 좀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고 멍도 때리다가 맛없는 아메리카노도 마셨다. 시간이 너무 빨리간다. 4월. 4월. 여름이 오고 있다. 반팔 위에 걸치려고 챙겨온 바람막이도 필요 없었다. 이러다 5월도 금방 오고 6월도 곧 올 거 같다. 7월의 나는 술독에서 빠져나왔을까.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 너무 많이 보다는 너무 자주 마시고 있다. 아니 자주 많이 마셔서 문제야. 정상적인 삶의 궤도가 내 삶에 있었던 적이 있던가. 행복했던 때도 분명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떨 때 행복했는지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다. 걸어야지. 나가야지. 돌아오는 화요일에는 친구랑 야구도 보러 갈 거고. 드라이브 비슷한 것도 가끔 할 거고 아니 문득 든 생각인데 내 차 또 방전됐겠다; 읽기 싫은 두꺼운 책들도 기꺼이 읽을 거고 비타

이준규 / 얼룩 [내부링크]

당신은 갑자기 얼룩의 소용돌이고 지문이고 옛날의 유리창이다. 당신은 유리창이라는 단어보다 어떤 책의 제목인 유리문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했다. 지금 창밖엔 귀뚜라미 울고 아직 여름의 얼룩은 남아 당신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다. 당신은 모든 계절이었다. 당신은 그러나 점점 깊어지며 커지고 번지는 소용돌이로 다시 텅 비었다. 내가 당신을 너라 부르거나 당신이라고 부르거나 여보라고 부르거나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당신의 부재는 더욱 깊어져 이미 볼 수 없고 볼 수 없음으로 나와 함께 있다. 당신은 끈적거리고 더럽고 감미롭고 깨끗하고 부드럽고 질퍽거리며 떼어낼 수 없고 늪이고 죽음이고 또 사랑이고 그리움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끝내 여기에 없다. 당신의 웃음이 가라앉고 있다. 웃음의 반점을 남기며. 문득 드러나는 상처. 하얀, 드리워지는 것.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당신의 부사를 싫어했고 나는 비유를 싫어했다. 당신은 관사를 싫어했고 나는 모국어가 미웠다. 우리 저 더러운 늪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