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좁디좁은 내 방에 점점 물건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산 건 도쿄 DVD.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가 너무 인상 깊었다. 또 최근에 산 건 LOVE DEATH ROBOT+ 책. 며칠 전 시즌 3가 나왔던데 계속해서 시리즈가 이어져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작품들도 전부 좋았지만 Alberto Mielgo 감독의 작품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날로그. 연속적인 물리량들을 말하는 단어인 동시에 디지털의 반대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 와서 쓰이는 의미들을 생각해 보면 아날로그는 껐다 켰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디선가는 디지털은 소비고 아날로그는 수집이라는 말을 봤는데 그것도 맞는 것 같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기계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끝나고 나면 그 어디에서도 형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LP와 DVD, 종이책 같은 존재들은 시간이 지나도 물리적 형태로 그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한다. 창문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다가도 금세 잠잠해진다. 햇빛 맛집인 우리 집 창가에서 무럭무럭 크던 제라늄도 꽃대가 약해지고 있다. 제라늄은 여름 장마에 약한데 나도 약해져버렸다. 자꾸만 뭐가 고장 나는 6월이었다. 아끼던 빔 프로젝터도 고장 나고 노트북 배터리도 말썽이고 마우스도 갑자기 말을 안 들어서 기분이 별로였다. 사실 문제가 생긴 건 한참 전부터 알았지만 애써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21.08.20 에 봤던 비긴 어게인 / 고장 나버린 포켓빔 결국 못 쓰게 되어버린 빔프로젝터는 LG U+ 포켓빔 모델이었다. 같은 레이저를 쓰는 소니 MP-CL1A 모델이랑 한참을 고민하다 안드로이드가 되는 포켓빔으로 결정했었는데 결국 안드로이드 사양이 너무 구려서 고민했던 게 별 의미는 없었지만 크롬 캐스트랑 빔 스크린이랑 물려서 한참을 잘 썼었다. 맥주 한 캔
최근에 나온 노래들 중엔 막 애정을 붙이고 진득하게 들었던 노래들이 없었다. 그래서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했다 지웠다, 다시 옛날 플레이리스트들을 뒤지길 반복하고 어쩌다 우연히 발견했던 곡들이 오아시스처럼 갈증을 채워냈다. 그렇게 모으고 모아 써보는 근 5개월 만의 플레이리스트. 1. 바래진 기억에 - 박지윤 꽃, 다시 첫번째 아티스트 박지윤 발매일 2009.04.23. 지금은 사라져 버린... 유희열의 스케치북 594회(220610)를 보던 중 알게 된 노래. 더운 여름에는 발라드를 듣기 힘들어하는 편인데도 6-7월 내내 한참을 들었다. 가사도 정말 좋았고 어딘지 모르게 위태로운 목소리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날 함께 불렀던 신곡도 예전에 많이 들었던 Steal Away도 다 좋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이제서야 만난 이 노래가 참 좋았다. 중학생 때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으면, 늘 엄마는 거실에서 유스케 다시 보기를 보면서 내 공부가 끝나기를 기다려주곤 하셨다. 대학
쳇바퀴 돌듯 집과 중도만 왔다갔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내 일상 속... 포르투갈전을 보고 간만에 폭발해버린 도파민 탓에 들떠서 주체할 수가 없었고... 결국 지금 브라질전을 기다리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브라질 나와! 올림픽도 안 보고 버텼던 나였는데 월드컵은 못 참겠다. 요즘 내 도파민 충전제는 월드컵과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공통점은 둘 다 심장에 별로 안 좋다. 역시 심장에 무리도 없고 안전한, 유일한 국가 공인 마약은 음악뿐... 저번 편은 모으고 모아 글을 썼는데 이번에는 좋게 들었던 앨범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그럼 시작 0. 아니 벌써 - sogumm Precious 아티스트 sogumm 발매일 2021.10.22. 이번 편에 0번이 등장한 이유는 분명히 11월 안에는 쓰려고 맘 먹고 아래 리스트를 만들어놨었는데 글 저장만 해놓고 미뤄둔 채로 벌써 12월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또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 같은 따뜻한 감성은 집어치운 채 아니 벌써 12월? 아니 벌써 2
어느새 야금야금 올라가던 누적 조회수가 1000을 찍었다. 하루에도 1000을 가뿐히 넘어가는 조회수를 찍는 블로그들도 많겠지만 간간이 써나가는 내 블로그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뭐랄까....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 구독자 1000명 달성 느낌 뭐 요런 거 언젠가 <유리병 편지>라는 게시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어느새 내 블로그 속 글들이 1000병의 유리병 편지가 되어 어딘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다. 앗싸 조회수 1000 달성 블로그 조회수가 찍히면 유입경로를 들여다보곤 하는데 이게 은근 재밌다ㅋㅋ 전혀 관련없는 검색어가 있을 땐 뭔가 낚시글을 쓴 것 같아 웃기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고 블로그에 들어와서 다른 글들까지 보고간 사람들을 보면 괜한 내적친밀감도 생기고. <맛집 자판기> 글 유입 중엔 네이버 Keep 도 있었는데 그날은 온종일 뿌듯하다 못해 약간의 책임감까지 느껴버렸다. 소소하면서도 은밀한 취미랄까.. 연말 즈음이면 왓챠, 네이버, 멜론
자취하면서 늘 느끼는 건 밥 잘 챙겨 먹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아침잠이 많은 내게 아침 챙겨 먹기는 고난이도의 퀘스트다. 그렇지만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으면 하루 시작부터 나를 잘 챙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오버나잇 오트밀은 맛도 좋고 간편해서 아침으로 자주 찾는 메뉴.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 [재료] - 아몬드 브리즈 오리지널 100ml - 바나나 1개 - 플라하반 포리지 오트밀 20g - 그릭 요거트 50g (+ 골드 스탠다드 웨이 프로틴 파우더 더블 리치 초콜릿맛 30g, 운동한 날에만 추가해서 먹는 중) [Tip] - 바나나는 1송이 통째로 사서 껍질 깐 후 썰어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놓으면 보관도 편하고 먹을 때 식감도 더 좋다. - 그릭 요거트는 너무 뻑뻑한 제품보다 약간은 묽은 제품이 더 잘 섞인다. 피코크 그릭 요거트도 잘 썼는데 요즘은 직접 만들어 쓰는 중. - 프로틴 파우더는 먹기 직전에 넣으면 좀 역하고 처음
때는 2014년 여름. 전설 같은 쇼미더머니 3가 전파를 탔고 그렇게 내가 앉아있던 중학교 3학년 3반 교실에도 연결고리가 울려 퍼졌다. 긴 방학을 보내고 이제 막 개학한 아이들의 서먹함 같은 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지워졌고, 쉬는 시간마다 각 반에 달린 모니터는 쇼미더머니로 가득 채워졌다. 그렇게 수많은 힙찔이들이 양산됐고 나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느덧 쇼미더머니 10까지 달려왔고, 딱 붙는 교복을 입고 하얀색 아이리버를 들고 다니던 중학교 3학년의 나는 오버핏 맨투맨을 걸치고 에어팟 맥스를 낀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있었다. 참가자보다는 피쳐링이 더 기대되는 지금의 쇼미더머니는 내심 아쉽지만, 어제의 쇼미 10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여러분 힙합 좋아하세요?"로 시작했던 소코도모의 BE!는 왠지 모르게 "이 노래 알어? 따라불러."로 시작했던 바비의 연결고리와 오버랩 되며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나는 한동안 그 향수에 잠긴 채 플레이리스트를 새벽 내내 오
어느덧 올해도 연말입니다. 간만에 좋아하는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향, 조명, 커피, 음악,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어 나중에 내가 살 곳엔 꼭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꾸민다 노력해도 그곳의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래서 더 애정하고 또 질투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영영 사라지지 않고서 오래오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날이 밝을 땐 몰랐는데, 돌아오면서 본 해진 백양로에는 저 멀리 트리가 켜져 있었습니다. 2년 전 이맘때의 그곳에는 이유 없이 설렌 연말의 마음을 가득 안고서 트리 점등식을 보러 갔던 내가 있었습니다. 놓쳐버린 올해의 점등식이 못내 아쉬워 사진첩을 열어 지난 기억들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읽어내려간 휴대폰 속 사진첩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렸던 그때의 트리 점등식도, 그리운 할아버지의 음성이 담긴 어느 여름의 한때도, 친구의 고마운 마음과 정성이 들어간 달콤한 마들렌도, 꿈만 같
30대 중반쯤 접어들게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잘 찾아듣지 않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어디선가 봤었다. 10년 뒤 20년 뒤 나는 아직도 지금의 노래들을 듣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계절마다 스치는 음악들과 순간들이 소중하기도 해서 가끔 수집 겸 기록 겸 즐겨듣는 음악들을 여기에 써내려가볼까 한다. 1. Something In The Way - Nirvana Nevermind (Remastered) 아티스트 Nirvana 발매일 2011.01.01. 원래 록 음악을 즐겨듣는 편은 아닌데 얼마 전 더 배트맨(2022)을 보고 꽂혀서 듣고 있는 노래다. 배트맨이 바이크를 타고 쭉 내달리는 장면 뒤로 흘러나오던 이 음악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시간이 지나서 OST를 전부 찾아봤는데 없어서 또 한동안 잊고 있다 Nirvana 음악인 걸 알게 되었다. 1991년도에 나온 노랜데도 너무 세련됐다. 그거랑 별개로 더 배트맨..... 갑자기 분위기 로맨스 엔딩에 길 표시까지 다 해주는 너무
조용히 울리던 풍경과 염불 외는 소리 나른한 햇살과 나직이 밟히던 풀들의 감촉 2년이 지나도 켜지던 라디오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순간들
2020.12.13 01:37 잠에 들기 전이면 지나온 오늘의 하루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가끔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하루에 대한 생각은 어느새 미래의 내가 살아갈 하루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어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이기에 수많은 변주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가끔은 무표정으로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내는 하나의 무서운 가능성을 생각한다. 누구나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함에도 엠마가 그랬듯 나 역시 내 삶은 뭔가 특별할 것이라는 환상을 단단히 품고 있는가 보다. 그 환상을 깨는 권태에 견딜 수 없이 숨 막혀올 때는, 만약에 만약이 꼬리를 무는 상상 속 일탈의 결말 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어질 때는, 그녀의 결말이 그닥 비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결국 그녀는 소설의 주인공으로 남았고, 그녀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되기까지 그녀가 영위했던 일상은 티끌만큼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 마담 보바리 저자 귀스타브 플로베르 출판 민음사 발매 2
신촌 거주 4년 차에 접어드는 사람으로서 친구들에게 항상 듣는 질문. "나 신촌 가는데 맛집 추천 좀" "카페 괜찮은 데 없어?" 등등... 왠지 모를 의무감에 언제부턴가 맛집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는 맛집 자판기란 별명을 수여받았다. 맛집을 추천해 줄 때 항상 고민하게 되는 건 시간대/약속 상대/계절에 따라 너무 달라진다는 점이다. 또 밥약을 잡으려니 항상 애매... 그렇게 시작해 보는 맛집 아카이브 신촌편.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업데이트할 예정 밥 [미분당/쌀국수] - 점심~저녁/1-2인/다찌석인데다가 조용히 밥 먹는 분위기라 혼밥 또는 친한 친구.연인과 단둘이 가는 것 추천 : 이미 유명하고, 체인점도 많지만 그래도 신촌이 본점이니만큼 항상 추천하는 곳. 추천메뉴: 양지차돌쌀국수 [훗카이도부타동스미레/돼지고기숯불덮밥] - 점심~저녁/1-2인/여기도 마찬가지로 다찌석이고 조용한 분위기. : 주말에 가면 먹기 힘들다.. 그래도 넘 맛있음 ㅋㅎㅋ 월요일은 휴무!! 추천
'히키코모리가 히키코모리를 만나려면 방법은 하나다.' 흔들리는 도쿄, 봉준호 TOKYO! 는 제목대로 도쿄를 배경으로 한 3부작의 옴니버스 영화다.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Interior Design)', 레오 까락스의 '광인(Merde)',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까지. '광인'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끝까지 보기 힘들었지만 '아키라와 히로코'와 '흔들리는 도쿄'는 내 마음속에 꽤나 오래 머무를 것 같다. 먼저 '아키라와 히로코(Interior Design)'. 영어 제목이 한글 제목과 달라 의아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영어 제목이 더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인 히로코가 영화감독인 남자친구 아키라와 도쿄에 정착하려고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히로코가 의자로 변한다길래 어떻게 그 과정을 풀어낼까 궁금했는데 미셸 공드리의 방식은 나름 설득력 있었고, 끝까지 재미있게 봤다. 특히나 히로코가 의자가 되어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엔딩이 좋
드디어 기리보이 콘서트를 다녀왔다. 잠시 꿈을 꿨나 싶기도 하고... 사실 2022.05.22의 일상 기록에 더 가깝지만 지금이 아니면 애정 카테고리에 영영 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내 멋대로 분류해버렸다. 뭐 어때 ㅋ.ㅋ 공연장 좌석에 단차가 없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앞자리 분이 안 오시는 바람에 너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대체 왜 안 오신 걸까.... 처음 콘서트 소식이 떴을 땐 200석도 안되는 좌석 수를 보며 어이가 없었는데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과동기들의 밴드 공연에 온 듯한 시야와 거리감에 더 당황했다. 낯가리는 편인 나는 6번째 줄에 앉았는데도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가까워서 한편으로는 1열이 아니라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했다. 라식이랑 이혼서류를 밴드 라이브로 듣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하면서 들어갔는데 셋 리스트 구성도 게스트도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돌아버릴뻔했다. 그리고 밴드 편곡은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너무 좋아서 집에 와서는 그 좋은
자취 2년차 벌써 방이 가득 차고 있다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걸 어떡해 넓진 않아도 내 취향이 곳곳에 묻어 나오는 방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열심히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가장 최근에 산 건 오디오테크니카 턴테이블 엄청 고급 모델은 아니어도 내 맘에 쏙 드는 한정판 색상에 조금은 아이러니한 블루투스 기능까지 바이닐을 골라서 올려놓고 틀고 또 뒤집고 손이 많이 가지만 그래서 아껴듣는 기분에 듣는 거지 한참을 알아보고 고르고 골라서 산 빔프로젝터랑 내 방 창문에 꽉 차는 스크린 산지 좀 됐지만 여전히 애정하는 니콘 데세랄이랑 삼양 14mm 렌즈 새하얀 인스탁스 와이드랑 그걸로 찍은 내 방 창문 뷰 폴라로이드 작년에 프랑스 갔을 때 퐁피두센터에서 샀던 센 강이랑 에펠탑이 그려진 보라색 엽서 2년째 잘 크고 있는 제라늄까지 하나하나 다 소중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어 난 어쩔 수 없는 방구석 맥시멀리스트니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천체망원경도 살거다
여기다 글을 쓰는 건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동안 쓴 적 없는 아이디로 새 계정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일기장에다 쓰지 않고 여기에 쓰는 이유는 이 글이 떠돌아다니다 누군가에게는 닿았으면 하는 그런 알 수 없는 마음도 조금은 있기 때문이다. 문득 창을 띄우고 글을 쓰다가 마치 이 글들이 바다로 띄우는 유리병 편지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류 최초로 유리병 편지를 띄운 사람은 누굴까, 그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나만 궁금한 건 아니었는지 구글에 유리병 편지를 검색하자마자 자동완성에 '유리병 편지 나무위키'가 떴다. 뭔가 웃겨서 눌러봤는데 정작 나무위키에는 그런 문서가 없었다. 다시 뒤로 돌아가서 유리병 편지의 유래를 검색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차마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누군가에게는 닿겠지 하고 털어놓은 가슴 속 비밀, 아련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원전 310년에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가 대서양의 물이 지중해로 흐르는 걸 실험하려
나는 사실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게임 자체는 좋아하지만 게임을 하면서도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 제대로 즐기지 못할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정하는 게임이 딱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카트라이더고 하나는 포켓몬고다. 카트는 자주 하진 않지만 항상 바탕화면에 깔아둔 채 마음 속에 담아놓고 있는 게임인데, 언젠가 라이센스를 다 따는 게 목표다. 라이더 생성일이 2005년이었는데,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나름 애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켓몬고는 처음 등장하고 한창 열풍이었을 때는 잠깐 하고 말았었는데, 2019년 초에 다시 시작한 뒤 푹 빠져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은 게임을 하면서도 한번도 현질한 적이 없었는데, 포켓몬고는 내가 처음 현질을 한 역사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관동 도감을 다 채웠다는 사실은 나름의 자랑인데, 시작하고나서부터 꼬박 2년이 걸렸다. 나의 뒤틀린 수집 욕망을 채워주고 있는 사랑스러운 게임이다. 관동도감 완성 최근에
나도 어느덧 상경한지 3년 반이 지난 대학생. 코로나로 자취방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집에 대한 생각과 고민도 늘어간다. NEXT EPISODE 아티스트 AKMU(악뮤) 발매일 2021.07.26. 얼마 전 AKMU의 신곡 중 빈지노가 피처링한 '째깍 째깍 째깍'을 듣는데 '많은 서울 언덕 중 하나쯤은 내께 될라나' 라는 가사가 참 공감 갔다. 그래도 아직은, 언젠가 나도 서울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겠지라는 불안한 희망을 붙잡고 있다. 대학생 신분이 되고 학생증을 만들 때 청약통장 가입을 권유받았었는데, 과연 청약에 당첨되려나 라는 생각 + 괜히 떠밀려 가입하기 싫은 기분으로 가입을 미루다가 꽤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나도 언젠가 서울에서 꽤 괜찮은 주방과 거실과 방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청년전세대출을 받을 때 주택청약통장도 함께 가입했다. 만 19세에서 만 34세 사이에 해당되는 연 3천6백만 원 이하의 소득이 있는 무주택 세대주라면 일반 청약통장이 아닌
수영을 시작했다. 운동 자체를 시작한 지는 어느덧 1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플라잉 요가, GX 등등 이것저것 시도해 봤지만 강력한 의지 없이 그냥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했던 운동들은 전부 1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어느덧 대학교 3학년을 지나며 컴퓨터 앞에 앉아 목이랑 어깨가 점점 움츠러드는 나를 보며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만 같은 생각에 시작했던 필라테스와 요가는 생각보다 잘 맞았다.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지금껏 20년이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나 할 줄 알았지 내 몸 움직이는 방법 하나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다. 몸 쓰는 법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일이나 공부 외에서 얻는 성취가 새로웠고, 아무런 연락과 알림도 신경 쓰지 않고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기분이 좋았다.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는 시간도 좋았고, 자기 몸을 아끼려 노력하는 사
종강을 맞은 대학생인 내게 크리스마스는 사실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당분간 난 매일매일이 빨간날이니까.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모처럼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그동안 미뤄오던 영화 리스트에서 이 제목을 발견해버렸다. 너무 진부한 연결인가 싶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진부함의 정석이 주는 즐거움도 나쁘지 않다. 결국은 전하지 않은, 속으로 되뇌이고 사라져버린 편지 속 말. 사랑을 간직할 채 떠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 사랑이 추억이 되는 순간은 늘 지나가서야 알 수 있겠지. 뻔한 소재와 예상되는 결말 속에서도 없던 추억의 향수까지 이끌어내는 영화의 능력은 새삼 놀랍다. 며칠 전 우연히 폴라로이드 사진 상자를 꺼내보았다. 내 휴대폰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과는 또 다른 존재의 사진들. 만져진다는 사진의 촉감이 새삼 어색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동시에 수정할 수 없는 필름들을 보며 추억이라는 보정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임을 알기에 생기는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