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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내부링크]

<쥰세이 버전 - 츠지 히토나리>-땀을 흘리며 몇백 계단을 필사적으로 오르면, 거기에 기다리고 있을 피렌체의 아름다운 중세 거리 풍경에는 연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주는 미덕이 있다고 했어. -그렇다고 딱히 거기서 만날 약속은 안 해도 되잖아.서른 살 네 생일 때, 우리 같이 가도록 해. -응, 우리가 헤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소리 하지도 마. 꼭 우리가 헤어질 것처럼 말하네. 네가 무슨 예언자니?- 모르잖니, 미래일은. 그러니까,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약속해 줘. 오늘의 이 마음을 언제까지고 간직하고 싶으니까 약속하는 거야. 내 서른 살 생일날, 쿠폴라에서 기다려 주는 거야.만날 것을 믿고 있으면, 언젠가는 만.......

레몬(권여선) [내부링크]

상상도 실제만큼이나 고통스럽다. 아니, 실제보다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것에는 한계도 기한도 없다. 나는 가끔 예전 식으로 그를 불러본다. 하안만우우우, 라고. 그러고 나면 과연 이 한 많은 삶에 의미 같은 것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생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의 삶에 말이다. 그의 삶의 갈피갈피에도 의미 같은 것이 있었을까. 어떤 삶에도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시작되었다 무턱대고 끝나는 게 삶이라고. 태림의 눈에 언니는 얼마나 아름답고 무심하고 잔인해 보였을까. 그렇다. 언니는 누구나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내용 없는 텅 빈 형식의 완전함이.......

디 마이너스(손아람) [내부링크]

그 학기가 끝나고 강정환 교수는 우리 가운데 누군가에게 꼴등을 안겼다. 우리가 그에게 꼴등을 안겼듯이. 그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었다.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세상이었다. 세상은 꾸준히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좋았던 시절만을 회상하고 있다. 강정환 교수는 내가 졸업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석을 불렀다. "세상에 정말 잘 쓰는 사람이 많구나. 겁난다. 누구야?""글을 너무 잘 써서 주필이라고 불려. 중앙조직 간부라는데. 너도 이만큼 쓸 수 있겠어?""모르겠어. 하지만 결국 이렇게 쓰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이 사람 문장은 시인의 것에 가까워.""그럼 안 돼?"&quo.......

심장 박동을 담은 노래-Coldplay의 Viva la vida [내부링크]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는 어느 초겨울, 목요일 퇴근길이었다. 일주일간 쌓인 피로와 반복되는 생활에 대한 환멸로 나는 지쳐 있었다. 콜드플레이 팬은 아니었지만 워낙 음악을 좋아하니 명성이 자자한 그들의 노래를 들으려고 playlist에 넣어두긴 했다. 별 생각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Yellow, The scientist, Fix you를 거쳐 Viva la vida가 나왔을 때 나는 갑자기 나사 빠진 구체 관절 인형처럼 풀려있던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피가 빠르게 돌며 가슴과 머리가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죽어있는 것 같은 영혼이 느닷없이 소생했다. 환멸스럽던 인생마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이 번쩍.......

'아름답다(belle)', 너는 아름답다 [내부링크]

1. 아름답다! 너는 아름답다! 아름답다(Belle)! 너를 만나기 위해 춥고 비내리는 날씨를 뚫고 왔다. 너는 집시 아가씨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노래이지만 집시 아가씨 배역을 맡은 배우보다 더, 아니 훨씬 더 아름답다. 가수들의 목소리는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게 할 정도로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천사의 합창 같기도 하고 악마의 합창같기도 한 멜로디와 음성. 원래 사랑에는 양면적 속성이 있는 걸까? 그녀 에스메랄다를 원하는 남자들의 목소리는 천사의 음성 같기도 하고 악마의 음성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악마의 음성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어쩌면 지옥의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듯 음.......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내부링크]

일의 노예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간의 육신은 곧 토양으로 섞여 들어가 퇴비로 변한다. 옛 책에 쓰여 있듯이 사람들은 흔히 '필요' 라고 불리는, 운명처럼 보이는 것에 발목을 잡혀 곧 좀먹고 녹슬고 도둑이 침입해 훔쳐 갈 재물을 축적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마침내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이것이 바보 같은 삶임을 깨닫는다. 노동에 시달리는 인간은 매일매일 고결한 삶을 살 여유가 없으며 사람들과 진정으로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할 여력도 없다. 그랬다가는 시장에서 그 사람의 노동 가치는 점점 하락할 것이다. 기계처럼 일만 할 뿐 그밖의 다른 어떤 것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의 여생은 지금까지 내.......

부의 추월차선(엠제이 드마코) [내부링크]

어느 주말, 코로나 때문에 갈 곳이 없어 들른 강남 교보문고. 코로나 때문에 좌석은 다 폐쇄되어 서서 읽어야만 했다. 몇 장 들춰보다 이건 서서 읽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샀다. 저자에 의하면 부의 서행 차선을 달리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파는 노예와 별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아주 강한 어조로 "당신의 그 망할 직장을 그만두라!" 고 말한다.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5일을 일해서 2일의 자유를 사는 것이다. 그러고도 나이들어서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부자가 되기 어렵고 설사 된다 한들 아주 나이를 먹어서야 가능하다. 저자는 인생의 황금기가 지나가기 전, 젊은 시절에 부자가 되기를 추천한다. 부의.......

10년만에 다시 본 드라마 추노 - 대길이는 왜 추노꾼이 되었나 [내부링크]

왓챠에서 드라마 추노를 다시 보았습니다. 예전에 재밌게 봤을 때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10년 전이더라고요. 헐...아! 세월이여..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오랜만에 봐도 여전히 재미있는 추노! 줄거리를 좀 살펴볼까요? 조선 시대에는 매매의 대상었던 비참한 계층인 노비가 있었습니다. 드라마에 의하면 병자호란 이후에 백성의 절반 이상이 노비로 전락했다 합니다. 이들은 가축처럼 이리저리 팔려서 한 가족이 함께 못 살기도 하고 젊고 예쁜 노비는 주인 양반의 성 노리개가 되어야 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도망 노비가 속출했는데 이 도망 노비를 잡는 사냥개 역할을 했던 존재가 추노꾼입니다(실제 추노꾼이 존재했.......

창조주여, 당신을 저주하리이다 - 드라마 W를 통해 엿보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내부링크]

(스포주의!! 드라마 W, 소설 프랑켄슈타인, 영화 트루먼 쇼의 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드라마 W의 세계에 요즘 푹 빠져 있다. 창조주의 세계인 현실 공간과 피조물의 세계인 웹툰 공간이 뒤섞이고 피조물이 의지를 갖고 살아 움직이며 창조주의 존재를 의식하고 급기야 창조주의 세계로 뛰쳐나오는 이 기이한 이야기에 나도 주인공처럼 빨려들어갈 지경이다. 드라마 속 상황이나 대사가 일종의 알레고리처럼 여러 가지 상황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1. 창조주로서의 작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 때 문학도로서 전공 수업 중 소설 창작 시간에 들었던 강의가 생각났다. 교수님들이 가장 주의를 주는 부분은 "등장 인물이 자유의지를 갖고 살.......

9월 7일 수요일 [내부링크]

http://www.sedaily.com/NewsView/1KYSC21821#cb

행복해야 해요 아픔없는 곳에서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 [내부링크]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소원이 무엇일까? 돈? 성공? 권력? 아닐 것이다. 아마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소원은 가족과의 행복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평범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동을 하고 온갖 고통도 슬픔도, 때로는 억압도 불합리도 견뎌낸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건강하게 행복하게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은 평범한 소망을 슬프도록 담백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양화대교라는 노래를 그래서 좋아한다. 별사탕과 라면땅을 먹고 싶어 아버지보다 아버지의 주머니를 더 기다리던 노래 속 귀여운 막둥이 소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먼 기억의 저편에서 언제나 소리없이 씩 웃으시던 아빠를 떠올린다.......

해변의 카프카 [내부링크]

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 폭풍과 비슷하지. 너는 그 폭풍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폭풍도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너는 다시 또 모래 폭풍을 피하려고 네 도주로의 방향을 바꾸어버린다. 그러면 폭풍도 다시 네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또 방향을 바꾸어버리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치 날이 새기 전에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거야. 왜냐하면 그 폭풍은 어딘가 먼 곳에서 찾아온, 너와 아무 관계가 없는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 폭풍은 그러니까 너 자신인 거야. 네 안에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시인 백석의 평전 [내부링크]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시인의 삶을 뒤덮은 무거움과 쓸쓸함이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백석인 이유는 그의 시를 이루고 있는 정서와 언어가 이루어내는 조화와 아름다움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 젊은 시절의 백석 시인을 알고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삶은 활기차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백석 시인의 말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을 통해서도 아주 조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고향이 있는 북한에 남은 그였지만 그의 문학 세계는 북한의 주류 문학에서 배척되었다. 그의 배경이 되어주던 한설야와 함께 북한 내부의 정치 싸움에서도 밀려났다. 그리고 51세부터 글을 쓰지 못.......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제현주) [내부링크]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쓰는 삶보다 어떤 식으로든 돈 들이지 않고 놀며 사는 능력을 조금씩 기르는 것, 더 나아가 돈 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관계망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럴 때만이 '돈벌이라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의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일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돈을 적게 쓰는 삶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욕구를 무작정 줄여야 한다면 그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그저 하나의 욕구를 다른 욕구로 대체할 수 있을 뿐이다. 욕구를 대체하려면 삶의 다른 배치로 들어가야 한다. 저비용 구조로 자신의 욕구를 재편하고 싶다면 다른 장소와 다른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우리의 일은 언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내부링크]

나는 언제부터 웃지 않게 되었을까. 비디오를 되감은 듯한 시간을 그저 소화해 나갈 뿐인 하루하루. "나는 굳이 일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야. 축구 리그에서 생각해 봐. 선수는 더 좋은 팀을 찾아 이적하지? 때로는 순위가 밑인 팀으로 가기도 하겠지. 하지만 순위는 매번 바뀌는 거야. 그곳에서 활약해서 팀과 함께 위로 끌고 가는 선수도 있어." "네 인생은 무얼 위해 있다고 생각해?" "...사회를 위해?" "완전히 틀렸어." "그럼 자신을 위해..." "절반은 그런 이유도 있겠군." "절반?" "그래. 네 인생 절반은 너를 위해서라면, 남은 절반은 누군가를 위해 있을까? 나머지 절반은 너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있어." "괜찮아. 인생.......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내부링크]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호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말처럼 쓸데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사상이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퇴화한 집오리의 한유(閑遊-한가.......

생리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내부링크]

한 여학생이 망설이는 표정으로 쭈뼛거리면서 와서 어렵게 입을 연다. "선생님, 제가 .......는데요." 모기만한 목소리라 들리지가 않는다. 눈동자를 굴리고 눈치를 보면서. 두려워하는 것 같고 불안해하는 것 같다. 옆자리 남자 선생님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감이 온다. "아..생리한다고?" 목소리를 낮춰서 얘기해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갑자기 시작되서 당황했다고, 해결하고 가려면 수업 시간에 좀 늦겠다는 말을 한다. 생리대는 있냐니까 빌렸다고 한다. 생리통이 심하면 보건실에 가서 약을 받아가라고 말해주니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얼굴이 펴진다. 그냥 큰소리로 얘기하면 안되는 걸까? 왜 우리나라에서 생리는 쉬쉬하고 감추.......

핑거스미스(세라 워터스) [내부링크]

하지만 신기한 일이었다. 모드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나 자신에게 <모드는 내게 아무런 존재가 아니야> 라고 말을 하면 할수록, 모두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날이 밝은 동안엔 내내 모드와 함께 앉아 있거나 걸었으며, 내가 모드를 끌어가고 있는 운명 때문에 모드를 만지거나 시선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날이 지면 나는 모드의 한숨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밤새도록 담요를 머리끝까지 올리고 등을 돌린 채 누워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모드가 자기 삼촌에게 가 있는 동안, 나는 모드를 느낄 수 있었다. 눈먼 사기꾼은 촉감으로 자신이 만지는 것이 금인지 아닌지 알 수 있.......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필립 K.딕) [내부링크]

'저들, 그리고 저들이 세우고 있는 저 식민지를 공격해야 해. 거기서 전쟁이 났으면 좋겠어. 전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잖아.그리고 저들도 지구가 겪은 것과 뚝같은 운명을 겪어야해. 그러면 거기 이주한 모든 사람들이 '특수자' 가 되는 거지.' '그런 때가 있었지. 삶이 지금과 달랐던 때가 있었어. 예전에, 저주가 내리기 전에 삶이 행복했던 때가 있었어.' 여기서든 아니면 다른 어디서든 말이다. 사람들은 탈출을 하고, 머나먼 어딘가로 떠나기만 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정 이입이란 분명히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능력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미류까지 포함해 모든 동물에서 찾아.......

경애의 마음(김금희) [내부링크]

"힘들지""힘으 들지, 그런데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어져.""그렇네,안 힘들다고 해야겠네.""야,안 힘들다, 안 힘들다 해도 힘들어진다.""그럼 뭐 어쩌라고?""힘이 나서 사는 게 아니다, 살아서 힘이 나는 거지.""멋지네."대학 때 상수의 선배 중에는 출가해서 스님이 된 사람이 있는데, 언젠가 상수가 형, 번뇌를 어떻게 없애요, 하고 묻자 선배는 못 없애, 라고 단언했다. 아니 그렇다면 대체 불공은 왜 드리고 108배는 왜 올리는가 싶어서 상수가 항변하려고하자 선배는 좀 머뭇거리며 "야, 내 번뇌도 못 없애." 하고고백했다. 그런 선배의 승복안으로.......

나는 서울이 좋다 [내부링크]

미혼의 장점 중 하나가 명절의 자유 아닐까. 평소 하고 싶었지만 하지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했다. 너도나도 떠나서 조용한 서울은 평소보다 더 다니기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다. 일단 설 전날인 일요일은 삼청동 나들이. 날씨는 춥지만 햇빛이 좋았다. 북청 한옥마을에도 갔다. 명절 기간 동안 무료 전시회를 다녀보기로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안데르센 전시회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인어 공주, 눈의 여왕, 백조 왕자,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등 안데르센의 동화는 참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특히 성냥팔이 소녀는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의 간접 아동 살인이다. 지금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천국과 이 세상의 중간 - 네르하의 바다 [내부링크]

1월 8일 여행 기록 론다에서 짧은 일정을 마치고 아쉬운 마음으로 네르하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론다에서 네르하에 가는 것은 만만치 않다. 직행이 없어서 말라가를 경유해야 하고 대기 시간까지 총 소요 시간이 4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 사진을 보고 이미 반한 상태여서 도저히 뺄 수가 없었다. 또 워낙 바다를 좋아하기에 안달루시아의 멋진 바다를 지나칠 수도 없었다. 나즈막한 언덕, 귀여운 올리브 나무들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가끔 버스가 안달루시아식 하얀 작은 마을에 경유할 때면 골목 사이를 다니기도 한다. 버스가 말라가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운동하거나 개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차안남녀 - 이별풍경 [내부링크]

내 마음 속 한켠에는 언제나 눈오는 그날 밤의 차 안이 있어. 언제까지나 지워지지 않을 풍경으로 각인되어 있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난 영원히 그날의 풍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 나는 울고 있고 당신이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나를 달래주고 있지. 어두운 밤, 당신의 차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어.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무너져버린 것 같은 비통함, 피를 토할 것 같은 서러움, 두려워하던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공포. 아마 당신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그런데 억지로 나 때문에 참은 거겠지? 많이 망설였지. 마음먹은 날짜가 다가올수록 죽을 날을 알고 있는.......

극도의 아름다움과 그 속의 눈물, 알함브라 궁전 [내부링크]

1월 9일 여행 기록 네르하에서 5시 버스를 탔다. 차창으로 노을 지는 코르타 델 솔(태양의 해안)을 마음껏 보다가 피곤했는지 잠들었다. 8시 다 된 시간에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그라나다에서 숙소로 선택한 에어비앤비는 이틀에 7만원 정도로 가격은 괜찮았지만 간판도 없고 후미진 골목에서 막상 찾기가 힘들어서 고생했다. 하지만 예쁜 방과 거실을 보고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손님이 없어서 거실과 화장실도 혼자 쓸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 유명하다는 타파스 골목으로 갔지만 집마다 사람이 꽉꽉 차 있어 자리가 없었다. 겨우 하나 자리를 찾아서 앉아 맥주와 함께 빠에야를 먹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커피를 마.......

바르셀로나 [내부링크]

1월 11일~15일 여행 기록 짧은 여행이 아니면 힘든 점은 중간에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혼자 다닐 때도 이럴 때가 힘들다. 타향이라 뭐든 낯선데 이동까지 해야 하니 고달프고 어설프고 긴장된다. 오늘은 스페인 여행 중 가장 걱정과 긴장을 많이 한 그라나다 - 바르셀로나 이동을 해야 한다. 걱정한 이유는 저가 항공 부엘링이 짐 분실과 연착, 불친절 등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새벽 6시부터 이러나서 짐을 정리하고 챙겼다. 장기 여행은 짐과의 전쟁이다. 어떻게든 짐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짐은 점점 늘어난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직 주변이 어둡다. 저 사진의 L자 밑에서 기다리다가 8시 18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이제 막 결혼한 동생에게 언니가(feat. 장범준, 그대가 곁에 없다면) [내부링크]

지난 주 일요일이 너의 결혼식이었지. 너가 신혼 여행을 떠난 지금에야 너의 결혼과 너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구나. 솔직히 집안을 비추던 환한 빛 하나가 어딘가로 가버린 것 같아서 허전하고 서운하다. 너의 결혼식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진행되었지. 하객들은 신부가 너무 이쁘다며 칭찬했고 식도 매끄러웠어. 식이 끝나고 사진 찍는 시간, 너희가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 장범준의 노래,"그대가 곁에 없다면" 이 흘러나왔지. 너희의 결혼식과 꼭 어울리는 노래였어. 너도 알듯이 나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국 흔해지고 빛이 바래지지 않을까 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싶기도 했어. 차.......

사랑이란 뭘 해줄 수 있냐고 묻지 않는 것이다 [내부링크]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쎄시봉과 그들의 노래에 대해서 소싯적 팬이셨다는 엄마께 가끔 들어 알고 있기는 했다. 언젠가 한 가요 프로그램을 초집중해서 보고 계셔서 함께 봤지만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티비에서 영화 '쎄시봉' 을 해주어서 잠깐 앉았는데 순간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이동한듯 영화에 빠져버렸다. 영화 속 청춘들은 눈부시고 열정적이었고 나는 아름다운 선율과 보석같은 가사의 노래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트윈폴리오' 라는 가수들을 알게 되었다. 통기타로 포크송을 연주하는 그룹, '트윈폴리오' 를 결성하려는 근태, 창식, 형주는 노래와 성공을 모두 거머.......

너희가 너무 아프다...언제까지나... [내부링크]

모두가 무사히, 건강하게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2년 전의 그 날,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그 날, 나는 인솔교사로서 수학여행을 약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너희와 같은 제주도에 갈 예정이었다. 전 국민이 통곡과 절망에 빠졌다. 내가 근무한 학교 현장은 학부모님들의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전화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결국 수학여행은 취소되었다. 신을 믿던, 청춘의 한 때는 신을 위해서 내 남은 인생을 모두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었던 나는, 그 날 이후로 무신론자가 되었다. 거기, 그 안에서 그렇게 죽어갔던 너희를 보고만 있었을, 그 모든 상황을 허락한 신이라는 존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불의하거나 무관심한 신에게는 기.......

멀고도 먼 너에게로 가는 길-겉과 속이 다른 반전노래 1(너에게로 또 다시, 변진섭) [내부링크]

가수 변진섭의 노래 "너에게로 또 다시" 는 우리 세대 노래가 아니라서 잘 몰랐지만 워낙 좋은 곡이라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 이 곡은 2011년 화제가 된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이소라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잔잔한 목소리로 부르면서 재조명되었다. 원래 가수 이소라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기에 그녀의 목소리와 분위기 자체에만 빠져 있었지 가사에 주목하진 않았던 것 같다. 슬픈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던 듯. 그냥 잘 모르던 숨은 명곡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짙은 어둠에서 서성거렸나 내 마음을 닫아 둔 채로 헤매이다 흘러간 시간 / 잊고 싶던 많은 일들은 때론 잊은듯이 생각됐지만 고개 저어도 떠오.......

삶과 죽음의 갈림길(제망매가 읽는 시간) [내부링크]

꿈에 언제나처럼 엄마와 동생, 내가 함께 있었다. 나는 문득 아빠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언제 오냐고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는 모르겠다고 했고 나는 문자를 보내볼까 했다. 그래도 나는 문자를 보냈던가 어쨌던가. 깨고 나서 역시 난 모든 것이 허무한 꿈임을 알았다. 아빠가 가신 후 한참은 꿈 속에서 그 사실을 몰라 깨고 나서 오랫동안 울곤 했다. 몇 년이 지나니 꿈 속의 나도 이제 알고 있어서 그럴 일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빠한테 문자로 언제 오냐고 보내본 기억이 딱히 없다. 휴대폰이 보편화될때 쯤 나는 집을 떠났다. 별로 아빠를 챙기거나 궁금해하진 않았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돌아보면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

인생의 화양연화는 너였다-겉과 속이 다른 반전노래 2(이승환, 화양연화) [내부링크]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꼽으라면 주저않고 꼽을 수 있은 가수가 이승환이다. 앨범이 나오면 주저않고 사는 가수 역시 그이다. 보통 가수들은 앨범 전체에서 타이틀 곡 포함 많아야 두세곡 정도가 좋기 마련인데 대체로 전체 앨범 곡들이 다 좋아서 믿고 듣는 몇 안되는 가수이기도 하다. 화양연화를 처음 들었을 때는 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밝고 귀여운 사랑 노래인 줄 알았다. 한참 뒤에야 가사를 알고 곡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완성도가 있다. 슬프고 서글프고 씁쓸한데 아름답다.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는 바로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다. 너무도 빛나는 순.......

서랍 속 빨간 상자-솔솔부는봄바람 '가지마라' [내부링크]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서랍이 있다. 그리고 그 서랍 안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했던 당신이 있다. 아주 오래 전 한 때, 당신을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 숨이 막히게 아파서 어느 순간 당신을 마음 깊은 곳 서랍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나도 살아야 했으니까.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당신을 서랍 속에 넣어둔 채로 오랜 세월이 흐르면 당신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은 언제나 바빴고 시간은 흘렀지만 도무지 당신을 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당신을 잊는 것이 나에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형벌처럼 당신이 내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 당신을 떠난 내가 받는 벌인가 하는 생.......

올 해 최고의 행운 - 황석영 작가 북 콘서트를 다녀오다 [내부링크]

수요일 저녁 황석영 작가의 북 콘서트가 있었다. 그분의 작품을 읽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젠 그분의 작품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대학 시절엔 도서관에 가서 그 분의 작품 목록을 다 출력해서 읽지 않은 작품들을 일일이 찾아 읽은 기억이 난다. 손님, 오래된 정원, 한씨 연대기 등의 작품들은 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 북콘서트 유감 이번에 나오는 신간의 한정수량에 친필 사인이 되어있고 가수 전인권 씨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해서 바로 구매했다. 그리고 참여할 수 있다는 문자가 왔을 때 진심 기뻤다. 그 뒤 수요일을 기다려왔다. 유난히 퇴근이 기다려졌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믿을 수 없는 고요함과 아름다움 - 겨울 두물머리를 만나다 [내부링크]

겨울 두물머리 출사. 해질무렵. 동생이 너무 아름답지만 좀 쓸쓸해보인단다. 겨울의 스산함, 황량함이 물씬 느껴지지만 아름답다. 온 사방이 거울같은 강으로 둘러져있다. 그래서 산도, 나무도, 노을, 강 위를 유유자적 헤엄치는 오리조차도 모두 쌍둥이처럼 두 개다. 사진을 찍은 후 반대로 돌려보아도 별 차이가 없다. 한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곳. 온 사방에 사람이 많아 왁자지껄하지만 장소 자체가 가진 고요함과 평화로운 아우라는 나를 무겁게 압도한다. 나도 모르게 천국이 이런 곳일까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천국이 정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있다면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름답지 않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

여행도 인생이다. 현실 도피가 아니다. [내부링크]

1/1-2 여행 기록 1. 우아한 순간, 설레는 순간은 언제나 짧다 벼르고 벼르던 보름 간의 스페인 여행의 시작은 좋았다. 창가 자리에 앉았고 몇 달 간의 계획과 노력이 드디어 실현된 순간이었고 여행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 생각되는 날씨도 체력도 다 좋았다. 새해 첫날이라 어마어마한 인파가 공항에 몰릴 것이라는 위협적 예측 보도와 달리 사람도 그렇게까지 많진 않아서 괜히 일찍 간 나는 세 시간 전에 출국 수속에 면세품 인도까지 다 마쳐 버렸다. 남은 시간 동안 일기나 쓸까 하다가 카페 베네에 빈자리를 발견,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앉았다. 어젯밤부터 짐싸고 일찍 일어나느라 고단했기에 나름 한가하고 우아한 시간을 보낼 수 있.......

천상의 성, 톨레도 [내부링크]

1/2 여행 기록 <천상의 성, 톨레도> 여행 초반의 악재로 상한 마음은 톨레도에서 반전을 이루게 된다. 마드리에서 동행하기로 한 동생을 만나 톨레도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마드리드의 하늘은 흐리고 우중충했는데 톨레도가 다가올수록 하늘은 맑아졌다. 톨레도에 도착한 순간 스페인에 온 후 처음으로 파란 하늘과 찬란한 햇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의 톨레도는 마치 천상의 성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아기자기하고 아담하고 섬세한 그 도시에 완전히 반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내가 이걸 보려고 이 고생을 해서 여기 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첫 순간이 바로 톨레도에서였다. 처음으로 스페인이 나.......

저질체력으로 겁없이 프라도 미술관에 가다 [내부링크]

1/3 여행 기록 1. 미술관에서 만난 예수님의 세계 톨레도 여행 다음날인 3일, 오전에 전날 빨리 마신 샹그리아 때문인지 속이 안좋고 머리가 멍했다. 오전에는 숙소에서 좀 쉬다가 오후에 프라도 미술관으로 갔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라는 프라도 미술관은, 내가 그다지 끌리지 않아서 빼려 했던 마드리드를 결국 넣은 이유이기도 했다. 날씨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잔뜩 찌푸린 날씨이다. 여행지에서 날씨가 이 모양이면 매우 의기소침해진다. 어쨌든 실내에 계속 있는 날이니 상관없지 않나 하며 나섰지만 기분은 그저그랬다. 게다가 속이 안좋아 아무것도 안먹어서인지 몸에 힘이 없었다. 프라도 미술관에선 한국어로.......

세고비아에서 발견한 불운 대처법 [내부링크]

1월 4일 여행 기록 1. 안풀리면 어때? 그게 인생인데 시차 때문인지 매일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견딜 수 없이 졸려 8시 정도에 잠들고 열한시 경 깼다가 다시 잠들고 새벽 5시면 깬다. 한국은 이 시간이 훤한 대낮이라 지인들과 밀린 연락을 주고받는다. 오늘은 그나마 잠을 좀 자서 7시에 일어난다. 스페인에 온 후로 톨레도에서 빼고 날씨가 계속 흐려서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밤 같이 깜깜하다. 해도 8시가 넘어서야 뜬다. 아침을 먹고 다 준비해서 8시에 나섰는데 밖은 깜깜하고 비까지 흩날리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민박 직원분이 1월은 스페인의 우기에 해당해서 날씨가 안좋다는 말이 맞았다. 겨울 스페인이 따뜻해서 여.......

스페인에서 만난 첫 낙원, 코르도바 [내부링크]

<스페인에서 만난 첫 낙원, 코르도바> 1월 5일 여행 기록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안달루시아다. 처음부터 마드리드를 빼고 안달루시아와 바르셀로나만 볼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기대하고 또 기대하던 안달루시아 5박 6일 일정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그렇게 설레지 않았다. 마드리드의 날씨는 끝까지 잔뜩 찌푸린 채 바람과 비가 흩날려 거지 같았다. 아토차 역에서 처음 타보는 렌페(기차) 때문에 긴장도 되었다. 하지만 별 일 없이 무사히 렌페에 타고 짐도 짐칸에 올리니 긴장이 풀렸다.(성수기에는 짐칸 사수 전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아까 아토차역에서 산 크로와상과 과일을 먹었다. 스페인에서 먹은 크로와상은 다 정.......

스페인의 심장 혹은 진짜 얼굴 세비야 [내부링크]

1월 6일 여행기록 1. 주헌절 때문에 공치게 된 하루 일정 - 뭐 어때? 놀고 쉬면 되지 세비야는 그라나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여행 전부터 기대가 컸던 곳이었다. 그런데 하필 1월 6일은 주헌절(동방박사의 날, 스페인의 어린이날 같은 날로 공휴일)로 웬만한 곳은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오전 아홉시부터 거리를 돌아다니고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거리는 관광지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적이 없고 조용했다. 플라멩고 박물관에 표를 사기 위해 갔지만 10시, 11시 두 번 다 문이 닫혀 있었다. 게다가 동행하는 동생과 세비야 대성당에 갔으나 오늘은 문을 닫는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여행의 악재는 여기서도 계속되는 건가. 미리 조사를.......

칼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제단 - 세비야 대성당 [내부링크]

1월 7일 여행기록 세비야에서 보내는 마지막날. 눈을 뜨자 어제의 햇살은 온데간데 없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일어나자마자 론다로 가는 버스표를 사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갔다. 혼자서 우산을 쓰고 가노라니 좀 서글픈 기분이 든다. 3시 반에 출발하는 론다행 직행 버스표를 사서 돌아왔다. 돌아와서 어제 못 본 세비야 대성당에 들어갔다. 입장 시간인 열한시에 시간을 맞춰서 갔지만 이미 줄은 성당을 한 바퀴 돌 정도로 길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줄은 팍팍 줄어들었고 생각보다 빨리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자 고딕 건축의 가장 훌륭한 예라고 하는 세비야.......

절벽 끝에서의 기이한 체험 - 론다 [내부링크]

1월 7일 여행 기록 세비야 대성당을 보고 츄러스를 먹은 후 론다로 간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한참 잤다. 두 시간 정도 달려 론다에 도착. 10분 가량 걸어 누에보 다리에 도착했다. 누에보 다리 바로 앞, 파라도르 맞은편에 숙소인 돈 미구엘 호텔이 있다. 숙소인 돈 미구엘 호텔에 도착해서 창문을 여니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눈앞에 바로 누에보 다리가 보인다. 숙소의 발코니는 매우 좁다. 의자 하나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 난간 밑이 바로 아찔한 절벽이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깊은 협곡이 아찔하게 눈앞에서 펼쳐져서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오금이 저리다. 잘못하다 카메라나 휴대폰을 떨굴까봐 손에서 식은땀이 날 듯하다. 허.......

월정리 해수욕장 [내부링크]

월정리 해변. 바다 빛깔이 너무 아름답고 김녕보다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북적거려서 제주의 가로수길 혹은 경리단길 느낌. 비성수기에 사람 없을 때 오면 좋을 것 같다. 월정리 해변의 상징과도 같은 의자 해맞이쉼터의 해물라면모래비 카페의 한라봉 슬러쉬

애월에 반하다 [내부링크]

제주 여행을 여러 번 왔지만 늘 중문과 서귀포시 위주로 다녔다. 위쪽이라 해봐야 성산일출봉과 우도 정도. 처음 가 본 애월 해변에 완전히 반했다. 애월 리치망고레이 망고 스무디 정말 진하고 맛있다. 드라마에 나왔다는 봄날 카페에 가려다가 아수라장같은 주차난을 보고 깜놀, 뒤돌아나왔다. 결국 제주까지 와서 체인점에 왜 가냐며 중얼거리며 지나쳤던 커핀 그루나루에 들어갔다. 의외로 시원한 바다 전망임에도 조용한 분위기에 또 놀람. 역시 남들 다 좋다는 것 뒤늦게 쫓아가다가는 좋은 게 없다는 것, 남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의외로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애월 더럭 분교. 넘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반했다. 그래서.......

제주에서 카페로 힐링하기 [내부링크]

제주 여행 내내 쨍하니 맑은 날씨로 이번엔 날씨운이 참 좋다. 기분도 좋고 바다 사진도 잘 나오는데 정말 덥다. 타는 듯한 햇빛에 잠깐만 밖에 서 있어도 땀이 줄줄. 그래서 카페 투어는 계속된다. 외돌개, 쉬리의 언덕 다 포기하고 선택한 산방산 카페 젠 하이드어웨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잔잔한 음악, 조용한 분위기, 멋스러운 인테리어, 무엇보다 바다 전망이 정말 끝내준다. 지금까지 간 어떤 카페보다 바다 전망이 훌륭했다. 여행을 위해 제주에 온 건지, 카페를 위해 제주에 온 건지 햇갈리지만 그래도 좋다. 여유롭게 쉬면서 힐링할 수 있어서. 이렇게 멍하니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오랫동안 원없이 수다를 떨.......

방주 교회 [내부링크]

마지막 날이라 아쉽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 마지막 일정은 유명하다는 방주 교회로 마무리. 그저그렇거나 혈압을 올리는 잔소리일것 같아 사진만 찍고 가고 싶었으나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예배를 안 볼 수 있냐는 어마마마의 호통에 꼼짝없이 예배를 봤다. 그런데 의외로 설교가 깔끔하고 좋아서 다행이었다. 방주 교회는 유명한 건축가라는 아미타 준이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어릴 때는 두려움과 하나님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꼈었고 그 때 이 건물을 봤으면 큰 감동을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 저변에 깔린 배타적 선민 의식이 이젠.......

왜 한국 교육은 수학에 집착하는가 [내부링크]

나도 학창시절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될 뻔 했다. 오죽하면 고3 담임 선생님께서 개인 상담 때 다른 과목은 다 괜찮은데 수학 때문에 원하는 대학 못가게 생겼다며 어떻게 좀 해보라고 하셨다. 수학은 고등학교 3년 내내 나의 뇌를 짓누르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좋은 대학은 가고 싶지 수학 성적은 안나오지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야간 자습 시간과 독서실 공부 시간의 팔 할을 투자해도 성적은 안 올랐다. 결국 답답하니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의외의 집요함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노력을 하는 성격이므로 나는 별별 시도를 다했다. 풀릴 때까지 답 안 보기, 수학.......

고등학생에게 독서란? [내부링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서서 나의 독서량 역시 현저히 줄었다. 물론 또래 친구들에 비해선 많이 읽는 편이었겠지만. 요즘 학생들은 책을 정말 지독히도 안 읽는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어휘조차도 몰라서 수업 시간에 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여가 시간에 독서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야간 자습까지 모든 일과를 마친 시간은 10시. 집에 가서 간식 먹고 씻으면 11시는 될 것이고 다음날 일과는 8시에 시작하기에 잠들기 바쁠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빌려줄테니 읽으라고 한다. 가끔 정말 빌리러 오는 학생도 있.......

하늘과 가까워 하늘 공원 [내부링크]

가끔 하늘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 답답할 때,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듯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 가위눌렸을 때처럼 뛰어도 뛰어도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을 때, 하늘을 본다. 하늘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을 때 하늘 공원에 간다. 그곳에는 하늘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추석 연휴 전 몸도 마음도 무겁고 힘들 때, 이유없이 분노 지수가 목까지 차올라 있던 나를 힐링시켜준 하늘 공원. 가을 하늘이라 갑절은 높아보이는 하늘. 그리고 노을이 지는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환한 해바라기밭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한 번도 생각지 못했는데 해바라기가 아름답.......

'아름답다(Belle)', 너는 아름답다! [내부링크]

아름답다(Belle)! 너를 만나기 위해 춥고 비내리는 날씨를 뚫고 왔다. 너는 집시 아가씨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노래이지만 집시 아가씨 배역을 맡은 배우보다 더, 아니 훨씬 더 아름답다. 가수들의 목소리는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게 할 정도로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천사의 합창 같기도 하고 악마의 합창같기도 한 멜로디와 음성. 원래 사랑에는 양면적 속성이 있는 걸까? 그녀 에스메랄다를 원하는 남자들의 목소리는 천사의 음성 같기도 하고 악마의 음성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악마의 음성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어쩌면 지옥의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듯 음산하고 괴기스러우면서도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