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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주] 일리아스(Ilias) [내부링크]

(그리스어 원전 번역) 일리아스, 개정판,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15. 책에 대한 글을 시작하는 첫머리로는 역설적(?)이지만 나는 '일단 쓰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옹, 1982)'기 이전의 구술문화에 관심이 많다. 워낙 말주변이 없다보니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에 경외심이 들기도 하고, 아이가 어릴 때 베개맡에서 들려주었던 급조된 '옛날 이야기'에 이야기를 듣는 아이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나도 묘한 몰입감을 느꼈던 경험이 한몫하는 것 같다.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일리아스'를 접하려면 원전 번역본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일단 대부분의 내용이 대화 형식이라서 (인용 부호가 있는 문장을 대사, 그 앞 뒤의 문장을 지시문으로 처리하면) 이야기보다는 극본의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뿐만 아니라 'OO의 아들', '준족인 OOO' '신과 같은 OOO', '멀리 쏘는 OOO" 등으로 다양하게

[제2주]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내부링크]

어린 시절 주위에는 회사에 다니는 존경스러운 어른이 많았고, 그 영향이었던지 나는 사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제법 뾰족한 시선을 가지면서도 기업은 정당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어느 사회 주체보다도 더 많은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경영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거치면서 비로소 기업도 하나의 사회이고 기업과 고객, 기업과 노동자들의 관계가 계약 관계인 동시에 인간 관계임을 체감하게 되었고, 이제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를 완화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기업과 사회가 가능할지 고민한다. 그동안 수많은 이론과 주장들을 접했지만, 고바야시 세카이 씨가 직접 '미래식당'을 운영하며 집필한 내용을 읽으며 어떤 이론서보다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오픈 소스(open source)와 같은 개념을 가게 영업 노하우 전수에 적용한 것도 흥미로웠고, 특히 지식경영 이론에서 개인

[제3주] 조씨 고아 [내부링크]

기군상(紀君祥) 지음, 정유선 옮김, 조씨 고아, 지식을 만드는 지식 희곡선집, 2011.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손에 들자마다 30분 만에 다 읽었던 책으로, 몇년 전에는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연극으로 관람하기도 함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멸문지화를 당한 충신 조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갓난아기가, 어머니였던 공주, 문지기 장수, 은퇴한 노대신의 희생, 그리고 자신의 갓난 자식을 조씨 아기 대신 희생시킨 '정영'의 노력으로 살아남게 되고(제1절~제3절), 정영의 자식으로 자라 원수인 '도안고'에게 복수(제4절~제5절)하는 이야기 권력의 허망함과 의인들의 댓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대를 이은 복수 등 어찌보면 뻔한 인과응보 이야기지만, 문고판형 136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속도감있게 촤악 펼쳐져서, 마치 격정적인 기타 리프가 툭 끊기며 끝나는 하드 락 곡을 들은 듯한 느낌 원 잡극은 '제목'와 '정명'이라는 전체 극을 요약하는 2~8구 시구로 마무리되는데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음 제목 공

무기력증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블로그씨는 요즘 많은 일에 지쳐 번아웃 무기력증이 온 듯해요. 무기력증 극복 방법이 있을까요? To, 블로그씨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쳤다면 40~50시간 쯤 짬을 내어 무협 시리즈 정주행을 권해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세상, 세대와 민족, 성별과 관계없이 실력과 인성으로 평가받는 무림의 세계관에 푹 빠져있다 보면 잠시 다른 세상에 휴가를 다녀온 듯 마음이 리셋되더라구요.

[제4주] 데카메론(Decameron) [내부링크]

조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1, 2, 3, 민음사, 2012. 구윤숙, 데카메론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 작은길, 2014. [데카메론]은 저자인 보카치오(Boccaccio)가 고대부터 14세기까지의 다양한 나라로부터 이야기를 수집해, 1348년 피렌체의 청춘남녀 열 명이 페스트를 피해 떠난 별장에서 열흘간 나눈 백 개의 이야기로 편집한 책으로, 단테(Dante)의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에 대비해 인곡(人曲, La Umana Commedia)이라고도 얘기되는 고전이다. 보카치오도 (금욕적이고 고상해진) 말년에 이 작품을 불태우려고 했을 만큼 속되고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 거짓말쟁이는 죽는 순간까지 수도사를 속여 성인으로 등극하고, 동성애자 남편을 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동네 할머니가 소개한 남자는 부부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시골마을의 사제는 젊은 아낙과 순진한(?) 연애를 하고, 유태인 아브라함은 로마 성직자들의 파렴치한 모습을 보고는 그럼에도

[제5주]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것인가(Human Compatible) [내부링크]

스튜어트 러셀,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김영사, 2021. Stuart Russell, Human Compatible: AI and the problem of control, Penguin, 2019. 인공지능 학자들과 그들이 인공지능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유명 학자들이 대립하는 포인트인 가까운 시일 내에 general AI가 출현할 가능성과 미래 인간의 AI 통제 가능성. 회색인인 내 기본적인 생각은 IT도 다른 과학기술도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발전하지 않으므로,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는 일종의 시나리오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 내 나이브한 생각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근거에 기반해 명징하게 설명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대학자의 글이 반갑고, 회색인의 범주로 슬쩍 끌어와 억지로 동류의식을 갖고 싶어짐. 1장만 읽을 수많은(?) 독자들을 위해 두괄식으로 제시한 책의 핵심은, AI의 기본 정의인 합목적성 또는 합리성에 대한 재고. 즉, 기

멍 때리기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멍 때리기 대회를 아시나요? 불멍 물멍 바다멍~ 내가 좋아하는 멍 때리기 좋아하는 장소는? To, 블로그씨 편한 의자에 앉아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를 배경으로 초승달이 구름 사이로 드나들며 천천히 치는 영상을 보며 멍 때리기 https://www.youtube.com/watch?v=m-oJENVNxAQ

[제6주]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 [내부링크]

William Shakespeare, As You Like It, Penguin Classics, 1968, 2005.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연구회 옮김,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아름다운날, 2019. 대학 시절 영어 회화를 배우기 위해 영국 문화원 어학 과정에 다녔다. 1학년 가을 처음 들었던 수업의 Intermediate 이었는지 Upper-Intermediate 이었는지 교재 첫 챕터에 등장했던 As You Like It 2막 7장 Jaques의 대사(speech)는 사람의 일생을 7가지 단계로 나누어 묘사하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내용인데다 수업 중에 연극 배우의 인상적인 목소리로 반복해서 들었던 이유일까. 지금까지도 나에게 런던 브리지 만큼이나 영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운율로 남아 있다. 'All the 복수' 용례과 함께 :) Jaques: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Th

[제7주] 레드의 법칙 ReD's Rules [내부링크]

ReD's Rules 레드의 법칙, 윤형준, 틈새책방, 2021.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이 질문의 중요성이다. 가장 쉽지만 재미없는 프로젝트는 목표(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지나치게 뚜렷한 경우인데, 그 이유는 목표를 제시한 측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나름의 해답도 가지고 있어서, 결국 프로젝트가 그 '나름의 해답' 맞추기로 흘러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제대로 정의하고 검증한 목표나 질문 없이 다짜고짜 브레인스토밍부터 해보자고 들이대는 경우 역시 다소 재미는 있을 수 있으나 길고 어려운 프로젝트가 되겠지. 그렇다면 목표 즉 문제를 명확하지만 유연하게 정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특히 실무자들이)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문제만 주어지면 다양한 툴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풀어내는 사람들도, 혁신을 하기 위한 문제를 찾아서 정의해 보자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질문을 던져야 할지 난감해한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매출을

[제8주] 하얼빈 [내부링크]

하얼빈, 김훈, 문학동네, 2022 '총의 노래'가 아니었을까.. 이 작품의 가제는? 체포 후 첫 심문에서 안중근이 밝힌 자신의 직업은 '포수'. 소설에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도 그는 노루를 사냥하고 있다. 첫 마디도 '.....총이란, 선명하구나(p.23)'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0시를 향하여'라는 추리소설이 떠올랐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찰나이지만, 그 순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며칠, 몇 달, 몇 해가 필요하다. 그 순간까지, 그리고 그 순간 이후 안중근의 심경에 초점을 두다보니 정작 저격하는 순간의 묘사는 담담하다. 지근거리에서 베어야 하는 칼이 아니라 저격 대상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총의 느낌이다. 사형이 집행되고 시신을 인계받지 못한 안중근의 형제들이 '땅을 치고 울었다(p.277)'는 순간 역시 담담하다. 그 숨막히는 담담함 그러고보니 안중근과 이토, 메이지, 이은, 우덕순 등 모든 인물의 움직임과 말 모두가 시종일관 담담하다. 가장 분주하고 요란한 인물은 천주교

마음이 헛헛할 때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마음이 공허하고 헛헛할 때, 나만의 마음 다스리는 법이 있나요? To, 블로그씨 우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좋아하는 맛과 향을 가진 원두를 사요. 매번 오래 고민하지만 결국 '이디오피아 예가체프'나 '케냐AA'를 사게 되네요. 깨끗이 씻고 나서 원두와 핸드밀을 꺼내요. 자리에 앉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면, 분쇄되는 소리와 함께 방이 커피 향으로 가득 차요. 물을 끓이는 동안 잠시 향을 즐긴 다음 드리퍼에 분쇄된 원두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려요. 산사에서 즐기는 다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신맛이 나는 부드러운 커피를 한잔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즐기다 보면 헛헛한 마음이 소리와 향, 맛과 따뜻함으로 가득 찬답니다. #from블로그씨#마음이헛헛할때 #커피 #커피원두 #케냐AA #핸드밀 #드리퍼 #커피내리기 #마음다스리기

[제9주]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내부링크]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한국문화인류학회 지음, 일조사, 2003/2021. '레드의 법칙([제7주]차 참조)'을 읽으면서 문화인류학의 접근법이 궁금해져서 선택한 책. 몇번의 처절한(?) 실패 후 'OO 첫걸음', '사흘만에 배우는 OOO'류의 책을 절대 믿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나름 성공한 듯 하다 :) 제목 그대로 문화인류학을 '처음 만나는' 일반인들을 위해 각 장(chapter)마다 문화인류학의 주요 주제를 테마로 어떤 접근법과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연구하고,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이지만 각주나 미주 대신 본문에서 내용을 충분히 다루고, 각 장의 마지막 '읽을 거리' 부분에 참고 도서를 소개하여 독자들이 공부를 확장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좋았다. 책을 읽고 나서 다음 몇 가지 용어의 명확한 정의를 알고 되었고, 라포 rapport p.36 신뢰에 바탕을 둔 친밀한 관계 호미니드 hominid p.50 현재 멸종한 인간의 직계

[제10주]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Alice in Bed [내부링크]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수잔 손택, 배정희 옮김, 이후, 2007. Susan Sontag, Alice in Bed, Farrar, Straus and Giroux, 1993. 앨리스 인 베드 Alice in Bed, 국립극단, 2022년 8월 25일 공연. 연극을 관람하기 전에, 절판된 번역서를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으면서 든 생각 '와... 이걸 어떻게 연극으로 지루하지 않게 만들지?' '연출의 글'을 보니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 19세기 실존 일기 작가 앨리스 제임스(Alice James)를 소재로 수잔 손택이 쓴 희곡 몸과 마음의 병으로 침대를 떠나지 않는 앨리스는 상상을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다른 여성 작가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Elizabeth Browning), 에밀리 디킨슨(Emily Dikinson)과 발레 '지젤(Giselle)'의 윌리의 여왕 미르타(Myrtha), 오페라 '파르시팔(Pasifal)'의 쿤드리(Kundry) 등을 티파티에 초대(5

[제11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Socratess Express [내부링크]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Eric Weiner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2021. 14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는 14개 챕터를 한달동안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다. 첫 챕터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대해 읽다가 그의 저서인 '명상록'을 꺼내 들었던 것처럼, 자주 옆길로 새(?) 철학자들의 다른 저서를 읽고 돌아오기도 했다. '새벽'이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항상 깨어 명상하고, 소크라테스처럼 명백해 보이는 것도 궁금해하고, 루소처럼 섣부른 판단이나 기대없이 천천히 걷고, 소로처럼 자신의 감각을 믿고 집중해서 보기.. '휴우.. 여기까지만 실행하기에도 벅찬데?' 싶을 때 쇼펜하우어의 예술, 특히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시대를 앞선 지나친 정보에 대한 경고('책은 자기 생각이 고갈되었을 때만 읽어야 한다(p.179).')가 단번에 머릿속을 리프레시한다. 에피쿠로스와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을 소개하는 2부는 '정오' 즉, 바쁘게 살아가

냉장고 털기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냉장고 가득 추석 음식들을 활용한 새로운 레시피를 사진과 함께 소개해 주세요! To, 블로그씨 요즘은 냉장고 가득 남을 정도로 명절 음식을 하지 않는 집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음식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식구가 많지 않아서 어제 저녁까지 차례 음식을 먹었어요. 마무리는 역시 나물비빔밥~ 뻔한 메뉴지만 설과 추석에 딱 두번이라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냉장고에 추석 음식이 없고, 비빔밥 사진도 없어서 이틀 잘 먹은 명절 음식으로 대신합니다 :) 2022년 추석 갈비찜 2022년 추석 토란국 어쩌면 서양에서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나 거위를 굽는 것 처럼, 명절 전통 음식 한두가지를 만들어서 한끼 맛나게 먹는 것도 모두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

[제12주] 공정하다는 착각 The Tyranny of Merit [내부링크]

공정하다는 착각 -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마이클 센델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20 Michael J. Sandel, The Tyranny of Merits -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FSG, 2020. 원서를 구입하고 번역본 초판이 발행되자마자 바로 구입한 책 사회적으로는 여러가지 스캔들로 한국와 미국이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이었고, 개인적으로는 고3이었던 딸의 입시가 팬데믹으로 인해 수능일 연기 등 혼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머리보다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각종 이슈들로부터 조금 멀어진 상황에서 머리로(!) 다시 한번 책을 살펴본다. (특히 국내에서) 너무나 유명한 저자의 책이라서 사회적, 정치적으로 많이 인용되었지만, 베스트셀러의 숙명이겠지. 저자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일부 자극적인 부분만을 인용하여 악용하는 경우는 많이 아쉬웠다. 전반적인 관점은 미

[제13주]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내부링크]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파람북, 2020 시간과 밀당하여 얻은 자투리 시간 아직 읽지 않고 미뤄두었던 책과 읽었지만 감상을 정리하지 못한 책 중에서 어떤 쪽을 선택할까. 행복한 고민 후에 고른 책 표지의 그림이 몇해 전 언론에서 접한 인간 아티스트와 인공지능 아티스트의 협업 작품을 떠오르게 했다. 제목을 타이핑하다가 세 번이나 오타. 뭔가 '간장공장 공장장'식(?)의 제목인걸까? 다시 실수하지 않으려고 타이핑하기 전에 이미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른 저녁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초승달 그리고, 달을 뛰어넘을 듯 힘차게 동쪽으로 달리는 '야백'과 '토하'의 모습 먼 옛날 사람이 처음 말을 길들일 때 즈음, ‘나하’라는 강을 사이에 둔 두 부족 ‘초’와 ‘단’이 벌이는 전쟁과 두 마리 말에 대한 이야기, ‘초원과 산맥에 흩어진 이야기의 조각들을 짜맞추었다’는 작가의 변처럼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적당히 낯섬. ‘칼을 한번 휘둘러서 적을 베지 못하면 내가 죽을 차례다...

[제14주] 걸리버 여행기 Gulliver's Travels [내부링크]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글, 아서 래컴 그림, 햇살과 나무꾼 옮김, 비룡소. Gulliver's Travels, Jonathan Swift, Oxford World's Classics. 어린 시절 내 책장에는 ‘소년소녀 세계명작선집’ 류의 전집이 꽂혀 있었다. 한권 한권 (사전처럼) 두꺼운 종이재질의 커버가 씌워져 있었는데, 커버 전면이 보이게 꽂으면 각 권의 커버를 장식한 그림이 하나로 길게 이어졌다. 동생들이나 다른 가족들이 가끔 책을 제 자리에 꽂지 않아서 그림이 끊어지면 쪼끄만게(?) 혼자 골을 내며 바로잡던 기억이 난다 :) 브리태니커 사전 크기만 한 서른권 넘는 책 중에서 내가 특히 좋아해서 자주 꺼내 보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걸리버 여행기’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 오래 가는 것인지, 지금도 달걀 껍질을 깔 때마다 거의 매번 Lilliput(소인국)의 ‘계란 뾰족깨기 반대회’가 떠오른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넓적(한 쪽으로 달걀을 깨는)파’라고 번역하고

[제15주]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Why Read Hannah Arendt Now [내부링크]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한길사, 2018. 철학자(리처드 J. 번스타인)가 철학자(한나 아렌트)에 대해 저술한 책을 한나 아렌트 전문가인 또 다른 철학자(김선욱)가 번역한 책. 한나 아렌트의 저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와 함께 구입했지만, 저자의 관점으로 '예루살렘...;을 읽게 될까봐 접어 두었던 책을 이제 펼친다. 저자는 뉴욕의 뉴스쿨(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강의하는 철학자로 사회, 정치, 문화 쟁점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대중적 지식인이다. 예를 들어 9.11 테러같은 현대 사회의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한 쟁점들을 탐구하여 강의와 저술을 하고 있다. 1970년대 한나 아렌트와의 인연으로 뉴스쿨에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학교 사이트를 찾아보니 노령에도 불구하고 현재 강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렌트의 사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진지한

10월은 안식월입니다 :) [내부링크]

[제15주]를 지나 10월은 잠시 쉬어갑니다. 11월 [제16주]에 다시 뵐게요 :)

덕수궁 '즉조당 재현 집기 전시' 관람 [내부링크]

오랜만에 나선 산책 정동길과 덕수궁의 인파가 곱게 물들고 있는 단풍과 잘 어우러진 오후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집무실이었던 즉조당 전각 내부를 재현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관람 Hermès 코리아가 전통 장인들을 후원하기 위해 2018년부터 시작하였다고 함 전시안내 http://www.cha.go.kr/newsBbz/selectNewsBbzView.do?newsItemId=155703012&sectionId=b_sec_1&pageIndex=1&strWhere=&strValue=&mn=NS_01_02_02 문화재청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 문화재청 공식 홈페이지 입니다. www.cha.go.kr 돌담길을 걸어 덕수궁으로 전시 소개 부스 단체 관람객이 다녀간 직후, 운 좋게 잠시 혼자 공간을 차지함. '수'와 '복'을 다양한 모양으로 배치해 장수와 다복을 기원한 병풍과 왕골 자리가 깔린 왕의 평상 왕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붉은색 안료를 칠한 경상과 십장생을 새긴 손화로 은으로

2022 만추 [내부링크]

신촌 정동

[제16주]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A Leg to Stand on [내부링크]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 2012. A Leg to Stand on, Oliver Sacks, Wylie, 1984, 1991. 올리버 색스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환자들의 사연을 소개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였다. 다양한 신경과적 증상과 환자를 대하며 느낀 바를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문학작품으로 바꾸어 놓는 저자의 필력에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한 후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의사가 쓴 책은 많지만, 지나치게 감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의학 외부로 확장하여 환자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과정을 편안하게 풀어 쓴 균형잡힌 글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등산 중에 사고로 정형외과와 신경과 환자가 된 경위, 그리고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 글이다. 사고 상황과 수술 및 재활 과정의 감정 변화를 상세하고 실감나게 묘사하여 읽는 재미를 주면서도

플레이리스트 - 2022 가을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지금 이 계절에 듣기 좋은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해 주세요~ To, 블로그씨 얼마 전 만든 플레이리스트입니다. 멜로디만 들어도 가을이네요. #블로그씨 #2022가을 #playlist #고난없이참평화없도다 #비발디 #엠마커크비 #nullainmundopax #vivaldi #EmmaKirkby #카덴차 #뉴트롤스 #cadenza #newtrolls #concertogrosso #별보러가자 #적재 #비긴어게인3 #고엽 #짐홀 #론카터 #autumnleaves #jimhall #roncarter #guitar #bass #oceangypsy #renaissance

[제17주] 명상록 Ta Eis Heauton [내부링크]

명상록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18. Meditations, Marcus Aurelius, Translated by Georg Long, Sofia Publisher, 2022 (e-Book) 치세 기간(AD 161-180)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냈던 로마의 황금시대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래는 제목이 없었던 그의 일기 또는 메모 뭉치에 9세기 경 'Ta Eis Heauton', 그리스어로 '그 자신에게'라는 제목이 붙었고, 17세기 쯤부터 '명상록(Meditations)' 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로마에서는 라틴어를 사용했지만, 그는 그리스어로 글을 작성했다. 책의 '해제'에는 철학자인 그가 고대 철학의 표준 언어인 그리스어로 글을 작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늘 아랫사람들과 적에게 둘러싸여 있었을 전장에서 황제인 자신의 내면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마음도 조금은 담겨있지 않았을까

[제18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1 [내부링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2.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1 - Du côté de chez Swann, Marcel Proust, Grasset, 1913. 1913년부터 14년간 출간된 장편소설 7권. 1871년생인 작가는 30대 후반이던 1909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1922년 51세에 폐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계속했다. 시간을 잃은 채로 생을 마감한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 마지막 7편의 제목을 찾아보니 '되찾은 시간(Le Temps retrouvé)', 다행이다 :) 좋아하는 작가라고 선뜻 얘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읽은 작품이 하나이기 때문이고, "20세기 소설의 혁명"이니 '현대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니 하는 평가가 마땅찮은 이유는 책의 가치를 시간이라는 척도로 재단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작품의 의미는 좀 더 사적이고 통시적이다. 나는 '고도를 기다리며'

[제19주] 프루스트의 화가들 [내부링크]

프루스트의 화가들, 유예진 지음, 유재길 감수, 현암사, 2010 (e-book).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프루스트는 글을 '그리고' 그림을 '읽는다'. 그가 그린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하는 그림들을 함께 읽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작품을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주인공의 유년기가 지오토(Giottto di Bodone)와 보티첼리(Sando Botticeli), 그리고 작곡가인 벨리니(VIncenzo Salvatore Carmelo Francesco Bellini)의 작품으로 대표된다면, 청소년기는 휘슬러(James Abbot McNeil Whistler)와 모네(Claude Monet)로 시작해 바토(Jean-Antoine Watteau)와 마네(Edouard Manet)로 마무리된다. Padova의 Strovegni 예배당을 장식한 지오토의 작품들. 예수의 생애와 천지창조 등의 작품 아래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7개 미덕과 7개 악덕

[제20주] 웹 3.0 혁명이 온다 [내부링크]

웹 3.0 혁명이 온다 - 패러다임 대전환과 새로운 기회, 김재필 지음, 한스미디어, 2022. 책장을 살펴보니 비슷한 주제의 책이 많은데, 딱히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특정 부분만을 참고했거나, 주제의 특성상 시효(?)가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감상을 정리하기 머쓱해지는 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지만, 현상이 등장한 초기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변화를 잘 정리하고 있어서, 너무 늦기 전에(?) 감상을 적어본다. '제1장 새로운 미래, 웹 3.0이 온다'와 '제2장 웹 3.0은 왜 지금 등장했나'는 웹 3.0이라고 불리는 기술과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개요에 해당한다. 주로 메타버스(Metaverse)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바탕으로 웹 2.0(Web 2.0)과 웹 3.0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웹 2.0 시대에 '개방과 소통의 플랫폼 경제가 완성(p. 63)'되었다면, 아직 오지 않은 웹

[제21주] 지킬 박사와 하이드 Dr. Jekyl and Mr Hyde [내부링크]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08. The Strange Case of Dr. Jekyl and Mr Hyde, Robert Louis Stevenson, 1886. 어릴 때 늘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와 헷갈렸던 작품인 '지킬박사와 하이드' :) 많은 영화나 뮤지컬, 동화 등으로 각색되고, 다양한 콘텐트의 소재가 되어 온,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기이한 사례 The strange case of Dr.Jekyll and Mr Hyde'라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제목을 가진 원전을 읽어보면 다른 형식으로 접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공포소설로 1885년에 겨울에 출간된 이 작품은, 번역본으로 100페이지 정도인 단편 소설이다. 소설의 주제는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또 다른 내 자신에 대한 공포(p.10)' 이므로, 이 이야기는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을 바탕으로 한 우화(p.10)'라고

[제22주]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 Six Walks in the Fictional Woods [내부링크]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 움베르토 에코 지음, 손유택 옮김, 열린책들, 1998. SIx Walks in the Fictional Woods, Umberto Eco, Harvard University Press, 1994.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책장에서 소설을 집어들게 된다. 조금 길고 묵직할수록 더 손이 간다. 올 겨울에는 소설을 읽기 전에 소설의 숲으로 몇 발자국 들어가 보기로 한다. 지옥도 연옥도 아닌 숲에서 여섯 발자국 쯤이야! 그것도 베르길리우스만큼 믿음직하면서도 그보다는 유머러스(?)할 것 같은 길잡이 에코의 안내라면 :) 첫 번째 강의인 '숲속으로 들어가기(entering the woods)'에서는 '독자의 역할(The role of the reader)'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수한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 세계를 구성함에 있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야기는 암시를 할 뿐이어서 독자 스스로 언급되지 않은 부분을 채워 넣

[제23주] Snow [내부링크]

Snow, Uri Shulevitz, Farrar Straus Giroux, 1998. 출판사 이름이 인상적이라서 다음에 뉴욕에 가게 되면 꼭 한번 찾아보리라 생각했던 :) 2022년 12월은 눈이 잦았던 겨울로 기억될 듯 하다. 12월에 오랜만에 제대로 눈이 내렸고, 연이은 한파로 내린 눈이 꽁꽁 얼었다. 세계 곳곳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은 아침, 좋아하는 그림책을 꺼내든다. 회색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자마자 "눈이 와요(It's Snowing)." 라며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이와 첫 번째 눈송이도 두 번째 눈송이도 "그냥 눈송이 하나잖아(It's only a snowflake)." "그게 무슨 눈이야(It's nothing)." "곧 녹을 걸?(It'll melt)"이라며 무시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대비된다. 물론 마지막 페이지는 눈 덮인 하얀 마을을 보며 아이가 "눈이다(Snow)"를 외치는 해피앤딩!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에는 날씨와 관련된 내용들

[제24주]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sa [내부링크]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교보문고 단독 한정 특별판, 2022 두 권으로 구성된 버전을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또 구입하고 말았다. 멋진 표지와 제본의 (두꺼운!) 합본인데다가, 삽화를 곁들인 소 책자 분량의 작가 노트까지,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 유혹적(?)인 표지 성격책 아님 주의 X)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서문은 화자가 우연히 발견한 중세 멜크의 수도사 아드소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후, 프롤로그부터는 아드소가 화자가 되어 책을 집필하게 된 경위(프롤로그)와 '11월 말의 청명한 아침(p. 40)'부터 7일 간 스승인 베스커빌 사람 윌리엄 수도사와 멋진 장서관을 갖춘 수도원에서 겪은 일(제1일~제7일)을 서술한다. 이야기의 배경인 수도원의 구조, A가 장서관이 있는 본관 건물 미로로 만들어진 장서관의 방 구조(p. 547) 수도원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의 전모와 함께, 14세기 유럽, 교황권과 왕권, 베네딕트 수도회와

[제25주] 차이에 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Different: Gender through the Eyes of a Primatologist [내부링크]

차이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세종, 2022. 점점 필수로 시청해야 하는 인권(장애인, 성폭력 등) 관련 영상의 수가 늘어간다. 숙지해야 하는 것은 반복해서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서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챙겨보는데, 각기 다른 기관에서 제공되는 영상인데도 내용이 획일적이다. 아마 영상 제작시 내려온(?) 지침이 유사하기 때문이겠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자니, 대체 인간의 본성이 뭐길래 이렇게 의식적이고 사회적인 학습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침 좀더 넓은 '영장류'의 관점에서 젠더와 관련 이슈를 이야기하는 책이 얼마 전에 출간되어 2023년 첫 책으로 읽어 보았다. DNA를 기준으로 볼 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와 보노보를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젠더와 성, 폭력, 평화, LGBT(Lesbian, Gay, Bisexsual, and Transgender) 등의 문

인생일력 - 존귀하게 되는 까닭을 소중히 여기기 [내부링크]

지난 연말에 충동구매한 민음사 인생일력 한 장씩 뜯을 때 마다 '오늘은 어떤 문구일까?' 기다리는 재미가 생각보다 괜찮다. 새해의 열흘을 보내고, 열한 번째 만난 문구 파를 하얗게 씻어서 쌓아 놓은 매운 추위여 - 바쇼의 하이쿠 - 일본어와 하이쿠의 느낌은 잘 모르지만 간결하면서도 계절의 느낌을 잘 살린 표현이다. 불 지핀 작은 화로와 전골 냄비도 함께 떠오르는.. 우리나라로 무대(?)를 옮긴다면 파 대신 가래떡은 어떨까? 그럼 맵지가 않은데.. 생각하다 피식 웃음이 난다. 열흘간 함께 한 문구 중 가장 좋았던 것은 1월 8일에 만난 사마천의 한마디 존귀하게 되는 까닭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는 그 존귀함을 영원히 잃지 않는다. - 사마천 [사기 열전] - 새해에는 귀한 존재가 되자. 그리고 그 까닭을 늘 가슴에 품어 교만하지 말자. 사마천이 현세에 살았다면 잘 나가는 자존감 전도사가 되지 않았을까? 후크를 적재적소에 던질 줄 아는 :)

[제26주] 고도를 기다리며 En Attendant Godot [내부링크]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오증자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0. '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저녁 (p. 9)' 2019. 5. 12. 공연 전 촬영 지금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다, 5-6년 간격으로 약효 떨어질 때 마다(?) 한 번 씩 산울림 소극장에서, 가장 최근에는 2019년 봄 명동예술극장에서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람하였다. 모든 배우의 디디(블라디미르)와 고고(에스트라공)가 다 좋지만 내 최애(!)는 이호성(디디)과 안석환(고고) 배우이다. 50주년 기념 공연도 두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날 관람하였다. 2019. 5. 12. 공연 후 커튼콜 시간 촬영 고도는 누구일까? 아니 무엇일까? 디디와 고고는 왜 그를 기다릴까? 매번 연극을 보고 난 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집어들지만, 읽고 나서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쩌면 그 갈증이 이 작품에 '꽁꽁 묶여' 반복해서 공연을 보고 책을 읽게 하는 셀링 포인트

[제27주] 마스터 키튼 리마스터 MASTERキ-トンREマスタ- [내부링크]

마스터 키튼 ReMaster,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나가사키 타카시 글, 강동욱 번역, 대원씨아이(주), 2016. 발행된 지 무려 6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다니.. 마스터 키튼의 팬으로 자처하면서도 ReMaster 판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x)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발견해 '바로드림'으로 얼른 가져와서 읽음 '바로드림' 받으러 간 광화문 교보문고 마당에서 만난 토끼님, 어딘가 고압적(?) 계묘년 새해 첫 독서 :) 아버지가 일본인, 어머니가 영국인인 주인공 히라가 다이치 키튼은 고고학을 전공한 영국 SAS 특수부대 교관 출신으로 대학에서 고고학 강사를 하면서 로이드 보험사의 보험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고고학 지식과 뛰어난 머리, 그리고 실전 액션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번 꼬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고고학과 20세기 정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사건이 대부분이라서 사건 해결의 쾌감과 함께 통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생각할 여지를 준다. 18권 완전판(뒤에 12

[제28주] 회복력 시대 The Age of Resilience [내부링크]

회복력 시대 -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22. The Age of Resilience - Reimagining Existence on a Rewilding Earth, Jeremy Rifkin, St.Martin's Publishing Group ebook, 2022.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저자의 ‘소유의 종말’과 ‘노동의 종말’을 읽으면서, 한 줄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는 꽉 찬 내용을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내려가게 하는 필력과 편집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20여년만에 다시 접하는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잘 나가던)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치열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1945년생 저자의 젊음에 감탄하며 읽기 시작한 지 2주, 3백5십 페이지 분량이지만 3만5천 페이지 이상의 내용이 담긴.. 만만찮은 스케일이였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경제학, 사회학 & 생태학 버전이랄까? 1장과 2

[제29주] 사물의 소멸 Undinge: Umbrüche der Lebenswelt [내부링크]

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Undinge: Umbrüche der Lebenswelt),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김영사, 2022. 함께 읽은 책 -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독일어 제목인 undinge는 신조어로 사물, 물건이라는 뜻의 dinge에 반대, 부정의 접두사 un-을 더해 만든 것으로 저자는 '정보'를 undinge로 보고 있다. 책에서는 '반사물'로 번역하고 있고, 정보'화'의 느낌으로 '탈사물화'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독일어 부제인 umbrüche der Lebenswelt는 사회(구체적으로는 생활세계)의 대전환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물 대신 정보가 생활세계를 규정함에 따라 인간은 행위 능력과 자율성을 점점 잃게 되고 충실이나 결속, 의무 등과 타인과의 공감이 사라져간다고 주장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하이데거, 데카르트,

정월 대보름 [내부링크]

From, 블로그씨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을 까먹고 오곡밥을 지어 먹어요~ 오늘 내가 먹은 보름 음식은? To, 블로그씨 오곡밥을 김에 싸 복쌈을 먹고, 부럼도 깨고, 잣죽도 쑨 대보름이었습니다. 부스럼없는 물광 피부 유지하시고, 인간 관계 긁어 부스럼도 만들지 말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달이 안 보여 일력의 꽉 찬 달 보며 부럼 깨고 복쌈도 한 입씩 오곡밥 대신 어르신 드릴 잣죽을 쑤고나니 향긋한 잣향이 집안 가득!

[제30주] 몸이 마음에게 - 마음이 몸에게, 뉴필로소퍼(NewPhilosopher Korea) Vol. 21 [내부링크]

몸이 마음에게 - 마음이 몸에게, New Philosopher Korea, Vol. 21, 2023.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관심있는 이슈를 다룰 때 마다 구입하는 계간지이다.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좋다. 이번호는 주제도 좋았지만 구입하게 된 데는 시선을 사로잡는 커버 디자인 영향도 컸다 :) 일본에 다녀온 지인에게 선물받은 아이템들과 함께 무심코 책상에 올려두었는데 소위 깔맞춤(!)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편집자의 글(Editor's Letter)에서 안토니아 케이스(Antonia Case) 편집장은 몸과 마음이 이분화된 이유에 대해 몸이 4개의 다른 부분으로 쪼개져 각각 다른 학문분야에서 다루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포츠 용품업체 아식스(ASICS)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경구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머리글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말은

[제31주]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 [내부링크]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 서정욱, 큐리어스, 2023.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관람한 오르세미술관전의 도록들을 꺼내 보았다.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특정 작가, 사조나 시대, 미술관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미술관, 특히 규모가 큰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술관의 모든 작품을 싣는 도록이 아니라면, 책에 실을 작품을 선정하는 관점이나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 이 책은 우선, 그 자체로 예술품이라 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건물의 유래를 설명한 후,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19세기의 미술 사조를 비교하여 정리한다(pp.26 - 42). 신 고전주의(예. 앵그르의 '샘)와 낭만주의(예. 들라크루아의 '호랑이 사냥') 아카데미즘(예.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과 사실주의(예.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 인상주의(예. 모네의 '수련')와 후기 인상주의(예. 세잔의 '병과 양

[제32주] 연애 소설 읽는 노인 Un viejo que leia novelas de amor [내부링크]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Louis Sepulveda) 지음, 정창 옮김, 열린책들, 2009. 이 책은 아마존을 개발하려는 세력에게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Chico Mendes)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제목이 다소 의아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머리가 끄덕여졌다. 고향을 떠나 아마존에서 힘겨운 삶을 시작한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풍토병으로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지만, 원주민들과 친구가 되고 서서히 밀림과 자연 속의 삶에 익숙해 진다. 밀림과 그 속에 사는 동물, 원주민들을 괴롭히고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아마존에서의 삶을 늘 위협하지만, 노인은 매번 밀림의 편에서 그들에 맞서고, 고된 싸움 뒤에 혼자만의 안식처에서 평안을 얻는다. 지면의 대부분은 이처럼 '노인과 밀림'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은 사건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연애 소설 얘기는 어디에? 밀림의 안식처에서 그는 늘 책과 함께 한다. 그가 (책을 구해주는) 치과의

[제33주] GPT 제너레이션 - ChatGPT가 바꿀 우리 인류의 미래 [내부링크]

GPT 제너레이션 - 챗 GPT가 바꿀 우리 인류의 미래, 이시한, 북로망스, 2023. ChatGPT가 원자와 비트의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ChatGPT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찾고 있던 차에, 마침 포괄적이면서도 정리가 잘 된 책을 찾아내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ChatGPT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좋겠지만, 내 관심사는 비즈니스와 사회 전반에 ChatGPT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이므로 찾고 있던 바로 그 내용이었다. 1장에서 ChatGPT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 설명한 후, 2장과 3장에서는 논문, 자소서, 기획서, 시나리오, 홍보문구, 코딩 등 실제 생활에서 ChatGPT를 활용할 수 있는 예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혁신적으로 변화할 비즈니스와 교육, 문화예술, 미디어 등 생활 전반을 예측한다. 개인적으로는 ChatGPT가, 검색엔진에서 시작해 플랫

[제34주] 캔터베리 이야기 The Canterbury Tales [내부링크]

캔터베리 이야기, 제프리 초서(Jeoffrey Chaucer) 지음, 송병선 옮김, 책이있는마을, 2000.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대한 텍스트 비평, 안선재, 이동춘, 서울대학교출판부, 2002. 여러 번 읽었는데도 여전히 줄거리가 헷갈리는 소설들이 있다 x) 메리 셀리의 [프랑켄스타인]과 ([제21주]에 소개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허먼 맬빌의 [모비 딕]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제4주]에 소개한)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https://blog.naver.com/bookweekly/222816345186 [제4주] 데카메론(Decameron) 조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1, 2, 3, 민음사, 2012. 구윤숙, 데카메론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 작은... blog.naver.com [캔터베리 이야기]가 [데카메론]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작품 해설을 보니. 내가

[제35주] 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The Creativity Code [내부링크]

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씀, 박유진 옮김, 북라이프, 2019. ChatGPT와 함께 맞이한 겨울이 완전히 떠나기도 전, 봄꽃 소식과 함께 GPT-4가 등장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라는 기술이 워낙 우리를 정신없게 만들지만, GTP-3 이후 최근 1-2년은 정말 '하루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몇 해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첫머리가 떠올랐다. '그 기계는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둘레에 숫자가 새겨진 톱니바퀴 여러 개가 줄줄이 축에 고정되어 수많은 탑을 이루고, 핸들을 돌리면 작동하는 기계 ... 에이다 바이런(Ada Byron)은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가 만든 기계의 핸들을 돌리며 그 기계가 수치를 계산하고 제곱과 세제곱은 물론 제곱근까지 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넋을 잃었다...그녀는 배비지의 해석 기관 설계도를 연구하다 그 기계가 한낱 계산기의 범주를 넘어선

[제36주] 군주론 The Prince(Il Principe) [내부링크]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펭귄북스, 2008 The Prince, Niccolò Machiavelli, Pengin Books, 1531/2015. 100쪽 남짓되는 이 소책자만큼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는 텍스트가 또 있을까? 마키아벨리 사후 얼마되지 않아 16세기에 피렌체에서 이 책을 접했던 레지놀드 폴(Reginald Paul) 추기경은 '처음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책에서 사탄의 손길을 느꼈다([여우가 되어라] p.13).'고 하였고, 당대 피렌체에는 마키아벨리가 교묘한 수사법으로 말장난을 한다고 보거나, 공화정을 무너뜨린 메디치가를 몰락시키기 위해 이 책을 로렌조 데 메디치에게 바쳤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최근 '악인'을 제목으로 내세운 자기계발서가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 마키아벨리를 떠올렸다. 자극적인 제목이나 표현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견인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듯. 메디치 가 주요 인물들의 초상화로 두 번째가 로렌조

[제37주] 프랑켄슈타인 Fl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내부링크]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오수연 옮김, 현대지성, 2021 ‘생명의 원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p. 104)’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이 질문을 던져왔을까? 같은 질문으로부터 서로 다른 얼마나 많은 학문 분야가 생겨나고, 또한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왔을까? 평안하고 행복한 공동체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프랑켄슈타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생명 과학 분야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직접 생명을 창조하는 방법으로 이 질문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결과물 역시 불완전하겠지만, 과학과 공학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을 떠올릴 때 당장의 시도는 최소한 미래 시도가 성공할 토대만큼은 마련해주리라고 스스로 격려했습니다(p. 110)’ 개구리 뒷다리에 전기 자극을 주어 근육이 수축하는 실험을 했던 갈바니(Galvani)에서 비롯된 전기와 생명 활동의 연관성을 증명하려는 이론을 갈바니즘(Galvanism)이라고 함 http://www.astronomer.roc

[제38주] 빙산이 녹고있다고? Our Iceberg Is Melting [내부링크]

빙산이 녹고 있다고?, 존 코터, 홀거 래스거버 지음, 유영만 옮김, 김영사, 2006/2019. Our Iceberg is Melting, John Kotter, Holger Rathgeber, St.Martin's Griffin, 2006. 처음 읽은 게 벌써 17년 전? :O 경영 분야에서 내가 명작(!)으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이다. 우선, 표지부터 출판사와 역자가 심혈을 기울인 것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하드 커버와 올 컬러 인쇄, 원서보다 열 배 쯤 업그레이드된 삽화, 원서에는 없는 상세한 목차와 인물(아니 동물) 관계도까지.. 하지만, 비주얼(?)을 무시하더라도 이 책은 콘텐트만으로 충분히 독자에게 몰입을 선사한다. 저자 존 코터는 경영 기법 중에서도 가장 실행하기 힘들다는 '변화관리'의 대가이다. 경영 환경은 늘 정신없이 변화하니, 변화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에게는 필수적인 루틴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락함을 파괴하는 변화에 저항하기 마련이므로,

2023 봄, 신록 [내부링크]

멀리까지 일부러 보러 나가지 않아도, 황사와 미세먼지, 변덕스런 날씨를 이겨낸 연두빛 이파리들이 여기저기서 팔랑이며 인사를 건넵니다. 그 부드럽고 연한 강함을 배우고 싶은 계절이예요. 단골 찻집에서 만난 아침 햇살도 봄빛이라고 우기고 싶어 집니다 :)

[제39주]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Edible Economics [내부링크]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23. 솔티 캬라멜 초콜릿도 좋아하시려나? 초콜릿 중독자라고 귀엽게(?) 고백하는 경제학자의 책을 읽었다. 책을 구입하면 예쁜 펜 트레이를 준다는 교보문고의 마케팅에 혹하기도 했고 :) 저자가 밝힌대로 10여년 동안 마음 속에서 이리 저리 굴렸던 내용이어서일까? 챕터마다 문장마다 저자의 신남(!)이 묻어난다. 이 책은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라는 부제대로, 각 식재료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그 역사적, 경제적 의미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마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식탁에 오른 음식의 레시피를 나누다가 대화의 초점이 그 식재료의 기원과 경제적 의미로 발전한 느낌이랄까? 요리와 경제학에 모두 박식한 밥친구와의 대화가 즐겁고도 유익하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오크라'의 점착성을 통해 자유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설명하고, 호밀과 비스마르크의 관계(?)를 소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