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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현, <산중설야> [내부링크]

해석 산속 눈 내리는 밤에(이제현) 종이 이불에 찬 바람 일고 불등은 가물거리는데 사미승은 하룻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네 자고 가는 객이 일찍 문 연 것을 당연히 성내겠지만 암자 앞 눈에 눌린 소나무를 보가자 함이라 원문 山中雪夜(산중설야), 李齊賢(이제현)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글자풀이 紙被: 종이로 만든 이불 生寒: 생기를 일으키다 沙彌: 절의 어린 중 一夜: 하룻밤 내내 應: 응당, 마땅히 嗔: 성내다 宿: 자다 早: 이르다, 일찍 庵: 암자 壓: 누르다 감상 이제현(1287-1367)은 고려 공민왕 때의 명신(名臣)이자 학자로,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입니다. 1320년 충선왕이..

두보, <강남봉이구년> [내부링크]

해석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두보) 기왕의 집에서 늘 그대를 보았고 최구의 집 마루에서 몇 번이나 그대 노래 들었던가 바로 이 강남의 좋은 풍경에서 꽃 지는 시절에 그대 또 만났구려 원문 江南逢李龜年(강남봉이구년), 杜甫(두보) 岐王宅裏尋常見(기왕댁리심상견)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글자풀이 逢: 만나다 李龜年: 당대(唐代)의 유명한 가객(歌客) 岐王: 현종의 아우이자 예종의 아들인 이범(李範) 尋常: 보통, 자주 崔九: 현종의 비서감인 최척(崔滌) 幾度: 몇 번 正是: 바로 落花: 꽃이 지다, 쇠락해진 현실을 말함 감상 두보(712-770)의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으로, 공부원외랑 벼슬을 지내서 '두공부(杜工部)'..

이숭인, <제승사> [내부링크]

해석 승방에 쓰다(이숭인) 산에 난 가는 길 남북으로 나뉘고 비 머금은 송홧가루 어지러이 떨어지네 도인이 물 길어 띠집으로 돌아와 한 줄기 푸른 연기 흰 구름 물들이네 원문 題僧舍(제승사), 李崇仁(이숭인) 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 松花含雨落繽紛(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 一帶靑煙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 글자풀이 細路: 가는 길 含: 머금다 繽: 어지럽다 紛: 어지럽다 汲: 물을 긷다 茅舍: 띠집, 초가집 煙: 연기 染: 물들이다 감상 이숭인(1349-1392)은 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도은(陶隱)입니다. 고려시대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고, 공민왕 때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은 밀직부사에 이르렀으며, 시인으로 이름을 날려..

최호, <등황학루> [내부링크]

해석 황학루에 올라(최호) 옛 사람 이미 황학을 타고 가버렸으니 이곳에는 부질없이 황학루만 남았네 황학은 한 번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고 천 년의 흰 구름만 부질없이 한가하네 한양의 나무들 맑은 시내에 역력하고 앵무주 모래톱엔 봄풀이 무성하네 날 저무는데 고향 땅은 어디가 그 곳인가? 강물 위 안개만이 근심을 자아내네 원문 登黃鶴樓(등황학루), 崔顥(최호)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晴天歷歷漢陽樹(청천역력한양수) 春草萋萋鸚鵡洲(춘초처처앵무주)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烟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글자풀이 黃鶴樓: 중국 호북성(湖北省) 무창(武昌)에 있는 누각 이름 昔人: 옛날 황학을 타고 놀았다는 ..

이백, <망려산폭포> [내부링크]

해석 망려산폭포(이백) 햇빛 받아 향로불 붉은 구름 피어나고 멀리 폭포는 산 앞 시내에 걸려 있네 날아 흘러 곧장 삼천 척을 떨어지니 아마도 은하수가 하늘에서 쏟아졌나 원문 望廬山瀑布(망려산폭포), 李白(이백) 日照香爐生紫烟(일조향로생자연) 遙看瀑布掛前川(요간폭포괘전천)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글자풀이 廬山: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부(九江府)에 있는 명산 香爐: 여산에 있는 봉우리 이름 遙: 멀리 掛: 걸리다 疑: 아마도 銀河: 은하수 九天: 하늘의 가장 높은 곳 감상 이백(701-762)의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靑蓮)으로 성당(盛唐) 때의 시인입니다. 두보와 함께 중국의 시종(詩宗)으로 추앙을 받아 '이두(李杜)'로 병칭되며, 방랑생활을 하면서 ..

김극기, <고원역> [내부링크]

해석 고원역(김극기) 뜬 구름같은 인생 백 년 오십이 가까운데 험한 세상길에 건널 나루 적구나 서울 떠나 삼 년 무슨 일 이루었나? 만 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만 이 몸뿐이라네 숲새는 정이 있어 나그네를 보고 울고 들꽃은 말 없이 웃으며 사람을 붙잡네 시마가 재촉하는 곳에 와서 괴로워하노라니 궁한 근심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시 짓느라 괴롭구나 원문 高原驛(고원역), 金克己(김극기) 百歲浮生逼五旬(백세부생핍오순) 崎嶇世路少通津(기구세로소통진) 三年去國成何事(삼년거국성하사) 萬里歸家只此身(만리귀가지차신) 林鳥有情啼向客(임조유정제향객) 野花無語笑留人(야화무어소류인) 詩魔催處來相惱(시마최처래상뇌) 不待窮愁已苦辛(부대궁수이고신) 글자풀이 高原驛: 함경도 고원군에 있던 역 이름 逼: 닥치다 崎: 험하 嶇:..

왕유, <송원이사안서> [내부링크]

해석 원이를 보내며(왕유) 위성의 아침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셔 주니 객사는 푸릇푸릇 버드나무 빛이 새롭네 그대에게 한 잔 술 또 비우기를 권하니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도 없을 테니 원문 送元二使安西(송원이사안서), 王維(왕유)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유색신) 勸君更盡一杯酒(권군갱진일배주)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글자풀이 元二: 원씨집의 둘째 使: 사신 가다 安西: 지금의 신강성(新疆省) 고거(庫車) 부근에 있던 지명 渭城: 장안의 서북쪽 浥: 적시다 更: 다시 陽關: 감숙성 돈황의 서남쪽에 있던 관문 故人: 친구 감상 왕유(701-761)는 성당(盛唐) 시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화가, 음악가이고, 자는 마힐(摩詰)이며 태원(太原) 사람입니다. 전원시(田園詩)..

지자(智者)가 필요한 사회 [내부링크]

'아는 척'과 '아는 것' 조선시대에 어떤 사람이 그림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화서(圖畵署)의 관원인 별제(別提)를 되고 싶어하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을 잘 그린다고 허풍을 쳤고, 그림에 대한 전문가라면서 도화서 제조(提調)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제조는 그를 시험해보고자 병풍 그림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겸재 정선의 였습니다. 어떤 그림인지 알 리 없는 그는 다만 "훌륭하다!"만 연발하였는데, 그의 반응에 제조는 진정으로 그림을 잘 아는 자라고 생각하여 별제의 벼슬을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를 알아챈 그는 마지막으로 그림 속 폭포를 가리키면서 "이 명주 천을 빨아 햇볕에 말리는 모양은 더욱 기기묘묘해서 뛰어나군요!"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제조는 어이가 없..

윤선도, <우음> [내부링크]

해석 우연희 읊다(윤선도)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에 있으니 세상의 어떤 일이 내 마음에 이르리오 가슴 가득한 호연지기 알아주는 이 없으니 한 곡 미친 노래 홀로 스스로 읊조리네 원문 偶吟(우음), 尹善道(윤선도) 眼在靑山耳在琴(안재청산이재금) 世間何事到吾心(세간하사도오심) 滿腔浩氣無人識(만강호기무인식) 一曲狂歌獨自吟(일곡광가독자음) 글자풀이 琴: 거문고 到: 이르다, 다다르다 滿腔: 가슴 가득 浩氣: 호연지기(사람의 마음에 차 있는 넓고 크고 올바른 기운) 狂: 미치다 吟: 읊조리다 감상 윤선도(1589-1671)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입니다. 벼슬은 예조참의를 지냈으며,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강화도로 갔으나 화의를 맺었다는 소식을 접한..

세배, 손도 예절이다 [내부링크]

손의 여러 기능 손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신체의 일부입니다. 인간의 몸에서 두뇌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철학자 칸트는 손을 '제2의 뇌'라고도 하였습니다. 자학(字學)에서는 '손 수[手]'자의 자원(字源)을 '다섯 손가락이 있는 왼손'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의 형태라고 하였습니다. 선사시대나 동굴·바위 그림에 그려진 손들의 모양은 대부분 왼손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초기 예술가는 보통 그림은 오른손, 모사는 왼손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손은 종교적으로도 하느님의 전능(全能)이나 부처님의 가호(加護)를 상징하기도 하고, 민속학적으로는 좌우의 손이 각각 선악(善惡)을 담당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인간의 길흉화복의 운명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손이라는 것입..

동지, 팥의 고마움 [내부링크]

풍이와 팥죽 후한 광무제 때의 장수 풍이(馮異)는 영천 부성 사람입니다. 사람됨이 늘 겸손하여 전쟁의 공을 가릴 때는 홀로 큰 나무에서 쉬면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를 대수장군(大樹將軍)이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광무제는 왕위에 오르기 전 무루정에서 전쟁을 치를 때 추운 날씨와 허기로 인해 지쳐 있었습니다. 그때 장군 풍이가 팥죽을 만들어 와서 광무제와 병사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호타하 강에서 도강(渡江)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풍이는 보리밥으로 다시 광무제의 허기를 달래주었습니다. 후일 전쟁에 승리하여 왕위에 오른 광무제는 무루정의 팥죽과 호타하의 보리밥을 잊지 못하며 풍이에게 큰 상을 내립니다. 이 글은 ≪후한서≫, 에 전하는 이야기로, 어려움에 처했던 지난..

왕창령, <규원> [내부링크]

해석 규방 여인의 원망(왕창령) 규중의 절은 아낙 근심을 몰라 봄날 짙게 화장하고 취루에 올랐다가 문득 길가 버들잎 빛을 보고 공명을 구하도록 남편 보낸 일 후회하네 원문 閨怨(규원), 王昌齡(왕창령) 閨中少婦不知愁(규중소부부지수) 春日凝妝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 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류색) 悔敎夫婿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글자풀이 閨怨: 남편과 헤어져 홀로 규방에 있는 여인의 안타까움과 원망 愁: 근심 凝妝: 짙게 화장하다, '妝'은 '粧'과 같은 뜻 翠樓: 푸른색을 칠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누각 陌頭: 길가, 길거리 敎: ~로 하여금 ~하게 하다, 사동의 의미 夫婿: 남편 覓: 찾다, 구하다 감상 왕창령(696-757)의 자는 소백(少伯)으로 섬서성 서안(西安)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은 청신하고 ..

정지상, <개성사> [내부링크]

해석 개성사에서(정지상) 백 걸음에 아홉 번 굽이돌며 가파른 산에 오르니 두어 칸 작은 집이 반공중에 걸려 있네 맑은 영천에선 차가운 물 떨어지고 창연한 옛 벽에는 푸른 이끼 얼룩졌네 바위 끝 늙은 소나무에 한 조각 달 걸려 있고 하늘 끝 구름 아래 점점이 산이로네 속세의 세상만사 이곳에는 못 이르니 은자만이 오랜 세월 한가함을 누리는구나 원문 開聖寺(개성사), 鄭知常(정지상) 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 家在半空惟數間(가재반공유수간) 靈泉澄淸寒水落(영천징청한수락) 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 石頭松老一片月(석두송로일편월) 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 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 幽人獨得長年閒(유인독득장년한) 글자풀이 開聖寺: 황해도 금천군의 성거산(聖居山)에 있던 절 折: 길이 굽이지다, ..

주희, <관서유감> [내부링크]

해석 책을 읽고 감흥이 일어(주희) 반 이랑 네모난 못이 거울처럼 열려 있어 하늘빛과 구름의 그림자가 모두 어른거리네 그에게 묻노니 어찌 이처럼 맑을 수 있는가? 근원이 있어 살아 잇는 물이 흘러나오기 대문이네 원문 觀書有感(관서유감), 朱熹(주희)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글자풀이 畝: 이랑, 사방 육 척(六尺)이 일보(一步), 백보(百步)가 일무(一畝)임 塘: 못 鑑: 거울 渠: 그, 인칭대명사, 여기서는 '塘'을 의인화하여 가리키는 말 那: 어찌 如許: 이와 같이, 이처럼 爲: ~때문이다 源頭: 샘의 근원 活水: 살아 있는 물, 신선한 물 감상 주희(1130-1200)의 자는 원회(元晦), 호는 ..

최치원, <증금천사주인> [내부링크]

해석 금천사 주지에게 주다(최치원) 흰 구름 시냇가에 불사를 열었으니 삼십 년 동안 이 절 주지라네 웃으며 가리키네 문 앞의 한 갈래 길 겨우 산 아래 벗어나자 천 갈래가 된다고 원문 贈金川寺主人(증금천사주인), 崔致遠(최치원) 白雲溪畔創仁祠(백운계반창인사) 三十年來此住持(삼십년래차주지) 笑指門前一條路(소지문전일조로) 纔離山下有千岐(재리산하유천기) 글자풀이 畔: 물가 創: 세우다, 창건하다 仁祠: 절 住持: 주지 스님 條: 갈래, 가지 纔: 겨우 岐: 갈래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자는 고운(孤雲)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12세에 당나라에 유학 가서 고운, 나은 등의 문인과 교류하면서 문명(文名)을 떨쳤습니다. 귀국 후에도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

도잠, <음주> [내부링크]

해석 술을 마시며(도잠) 집을 지어 사람 사는 데 있어도 수레나 말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속세를 멀리 하니 사는 곳이 저절로 외지다네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아득히 남산을 바라다보노라 산 기운은 날이 저물어 아름답고 날아갔던 새는 짝을 지어 함께 돌아오네 이 사이에 참뜻이 있으나 말하려다가 이미 말을 잊었네 원문 飮酒(음주), 陶潛(도잠)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글자풀이 結: 짓다 廬: 초가집 人境: 사람이 사는 곳 喧: 시끄럽다 爾..

조식, <잡시> [내부링크]

해석 잡시(조식) 아득히 먼 길 가는 나그네 집을 떠난 지 천 리쯤이네 나와도 갈 곳 없고 들어가도 머무를 곳 없는데 뜬 구름 햇빛을 가리고 슬픈 바람 땅을 말아올리며 일어나네 원문 雜詩(잡시), 曹植(조식) 悠悠遠行客(유유원행객) 去家千里餘(거가천리여) 出亦無所之(출역무소지) 入亦無所止(입역무소지) 浮雲翳日光(부운예일광) 悲風動地起(비풍동지기) 글자풀이 悠悠: 아득한 모양 所之: 갈 곳 浮雲: 뜬 구름 翳: 가리다 감상 조식(192-232)은 중국 위나라의 시인으로,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이며, 조비(曹丕)의 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이 뛰어나서 조조가 소중히 여겼지만, 형과 세자 계승 문제로 다투다가 형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측근들도 죽임을 당하고 자신도 정치적으로 불행을 겪었습니다...

최치원, <촉규화> [내부링크]

해석 촉규화(최치원) 거친 밭 언덕 쓸쓸한 곳에 탐스러운 꽃송이 가지를 눌렀네 장맛비 그쳐 향기 날리고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수레 탄 사람 누가 보아주리 벌과 나비만 부질없이 찾아드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 원문 蜀葵花(촉규화), 崔致遠(최치원)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影帶麥風欹(영대맥풍의)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글자풀이 壓: 누르다 梅雨: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 장맛비 麥風: 보리 위를 스치는 바람, 초여름의 훈훈한 바람 車馬: 수레와 말을 탄 사람, 곧 고관대직 蜂蝶: 벌과 나비 窺: 엿보다, 찾다 慙: 부끄럽다 賤地..

왕유, <신이오> [내부링크]

해석 꽃은 피고 지고(왕유) 나무 끝의 부용화 산속에서 붉은 봉오리를 터뜨렸네 계곡 어귀엔 적막하여 인적도 없는데 어지러이 피었다가 또 지는구나 원문 辛夷塢(신이오), 王維(왕유) 木末芙蓉花(목말부용화) 山中發紅萼(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간호적무인) 紛紛開且落(분분개차락) 글자풀이 辛夷塢: 망천(輞川)의 땅 이름으로, 망천 20경의 하나, '辛夷'는 목련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고, '塢'는 둑, 제방의 의미 萼: 꽃받침, 여기서는 꽃봉오리 澗戶: 산골짜기의 계곡 어귀 紛紛: 어지러운 모양 감상 왕유(701-761)는 성당(盛唐) 시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화가, 음악가이고, 자는 마힐(摩詰)이며 태원(太原) 사람입니다. 전원시(田園詩)를 잘 지어서 당시 제일의 산수전원시인으로 인정받았고, 시의 표현은 ..

두목, <청명> [내부링크]

해석 청명(두목) 청명 날에 비 부슬부슬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 마음 심란하게 하네 술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원문 淸明(청명), 杜牧(두목) 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路上行人欲斷魂(노상행인욕단혼) 借問酒家何處有(차문주가하처유)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글자풀이 紛紛: 어지러이, 부슬부슬 斷魂: 심란한 모양 遙: 멀리 杏花: 살구꽃 감상 두목(803-852)은 당나라 말기의 낭만시인으로, 자는 목지(牧之), 호는 번천(樊川)입니다. 두보와 시풍이 비슷하여 '소두(小杜)'라 불렸으며, 오랜 기간 체류했던 강남의 아름다운 풍경과 직접 체험했던 향락적인 도시 생활을 노래한 시들을 즐겨 썼습니다. 특히 칠언절구를 잘 지었으며, 산문에도 뛰어났습니다. ..

설도, <춘망사> [내부링크]

해석 봄날을 바라보며(설도) 바람에 꽃잎은 날마다 장차 시들어 가는데 아름다운 기약은 오히려 아득하네 그대와 한마음 맺지를 못하고 공연히 풀로 동심결을 맺고 있네 원문 春望詞(춘망사), 薛濤(설도)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글자풀이 將: 장차 老: 시들다 期: 기약하다 渺: 아득하다 同心結: 두 가닥 실을 고리를 내어 매는 매듭 空: 공연히 감상 설도(768-832)는 당나라 중기의 여류시인이자 기생으로, 자는 홍도(洪度)입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음률에도 밝아서 8세에 시를 짓기도 하였으며, 14세에 아버지가 죽자 2년 뒤에 기녀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문집으로 ≪금강집≫ 5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전해지지 않으며, ≪전당..

이규보, <영정중월> [내부링크]

해석 우물 속 달을 읊다(이규보)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 병 속에 물과 함께 길어 왔다네 절에 이르면 깨달으리라 병이 기울면 달 또한 빌 것을 원문 詠井中月(영정중월), 李奎報(이규보) 山僧貪月光(산승탐월광)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글자풀이 詠: 읊다 貪: 탐하다, 욕심내다 幷: 아울러, 함께 甁: 병, 항아리 應: 응당, 마땅히 方: 바야흐로 傾: 기울다 감상 이규보(1168-1241)는 고려 중기의 문신이자 철학자로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입니다.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동명왕편(東明王篇)을 지었고, 최씨 무신 집권기에 상국(相國)의 벼슬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호칭을 들으면서도 과거..

소식, <제서림벽> [내부링크]

해석 서림사 벽에 쓰다(소식) 가로로 보면 산마루요 옆으로 보면 봉우리라 원근과 고저 보는 곳 따라 각각 다 다르네 여산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은 다만 이 몸이 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원문 題西林壁(제서림벽), 蘇軾(소식) 橫看成嶺側成峰(횡간성령측성봉) 遠近高低各不同(원근고저각부동) 不識廬山眞面目(불식여산진면목) 只緣身在此山中(지연신재차산중) 글자풀이 西林: 강서(江西) 여산(廬山)에 있는 서림사 橫: 가로 嶺: 산마루 側: 세로 峰: 봉우리 廬山: 강서 구강(九江)에 있는 명산 只: 다만, 단지 緣: ~때문이다, ~에 연유하다 감상 소식(1037-1101)은 중국 송나라의 문장가로,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東坡)입니다. 시(詩)와 사(詞), 서예(書藝)에도 능했으며, 당송팔대가 중 한 ..

진화, <춘만> [내부링크]

해석 늦은 봄날(진화) 비 내린 뒤 정원에는 이끼가 가득하고 인적 없는 사립문은 한낮에도 닫혀 있네 파란 섬돌에 떨어진 꽃잎들 한 치나 쌓였는데 봄바람이 쓸어갔다 쓸어왔다 하는구나 원문 春晩(춘만), 陳澕(진화) 雨餘庭院簇苺苔(우여정원족매태) 人靜雙扉晝不開(인정쌍비주불개) 碧砌落花深一寸(벽체낙화심일촌) 東風吹去又吹來(동풍취거우취래) 글자풀이 簇: 모이다 苺苔: 이끼 扉: 사립문 碧: 푸르다 砌: 섬돌 감상 진화(?-?)는 고려시대 문인으로, 자는 대경(大景), 호는 매호(梅湖)입니다. 정확한 출생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에 의하면 1200년에 아직 혼인을 안 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대략 1180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정중부의 난 때 문신을 보호해 주었던 판병부사 진준의 손자..

잠삼, <무위송유판관부적서행군> [내부링크]

해석 무위에서 적서 해영에 가는 유판관을 전송하며(잠삼) 화산의 5월엔 다니는 사람 적은데 그대 말타고 가는 것 보니 새처럼 빠르네 도호의 행영은 태백산의 서쪽 각소리 한번 울리자 변방의 하늘이 밝아오네 원문 武威送劉判官赴磧西行軍(무위송유판관부적서행군), 岑參(잠삼) 火山五月行人少(화산오월행인소) 看君馬去疾如鳥(간군마거질여조) 都護行營太白西(도호행영태백서) 角聲一動胡天曉(각성일동호천효) 글자풀이 武威: 중국 감숙성(甘肅省) 중부에 있는 현청소재지 磧: 모래사장, 사막 火山: 지금의 신강(新疆) 화염산(火焰山) 君: 그대 疾: 빠르다 都護: 관명(官名)으로 여기서는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高仙芝)를 가리킴 行營: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일정한 구역 太白: 서방의 태백성으로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잠삼, <봉입경사> [내부링크]

해석 서울로 가는 사신을 만나(잠삼) 동으로 고향 땅을 바라보니 길이 아득히 멀어 양 옷소매 다 젖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네 말 위에서 만나다 보니 종이와 붓이 없어 그대에게 부탁하니 잘 있다는 안부 좀 전해주오 원문 逢入京使(봉입경사), 岑參(잠삼) 故園東望路漫漫(고원동망로만만) 雙袖龍鐘淚不乾(쌍수용종누불간) 馬上相逢無紙筆(마상상봉무지필) 憑君傳語報平安(빙군전어보평안) 글자풀이 逢: 만나다 漫漫: 길이 멀고 먼 모양 袖: 옷소매 龍鐘: 눈물이 흘러서 젖는 모양 乾: 마르다 憑: 부탁하다 감상 잠삼(715-770)은 성당(盛唐)의 시인으로, 변새시(邊塞詩)로 유명합니다. 변새시는 변방의 풍경과 생활이나 종군하는 병사들의 고통과 향수를 주제로 한 시들을 말합니다. 그래서 잠삼은 변새의 황량한 풍경, ..

하지장, <회향우서> [내부링크]

해석 고향으로 돌아와서(하지장) 어려서 집을 떠나 늙어서야 돌아오니 사투리는 변함 없으나 귀밑머리 다 빠졌네 아이들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손님은 어디서 오셨나요 웃으며 묻네 원문 回鄕偶書(회향우서), 賀知章(하지장) 少小離家老大回(소소이가노대회) 鄕音無改鬢毛衰(향음무개빈모쇠) 兒童相見不相識(아동상견불상식) 笑問客從何處來(소문객종하처래) 글자풀이 偶: 우연히 鄕音: 사투리 鬢毛衰: 귀밑머리가 줄다, 살쩍이 빠지다 감상 하지장(659-744)은 초당(初唐) 시인으로, 자는 계진(季眞), 호는 사명광객(四明狂客)입니다. 당나라 월주(지금의 절강성) 사람이며, 두보의 에 등장하는 첫 번째 인물이기도 합니다. 초서와 예서에 뛰어났고, ≪전당시≫에 20여 수의 작품이 전해지는데, 참신한 시풍으로 평가를 ..

조수삼, <강진> [내부링크]

해석 강진(조수삼) 풍년이 되기를 원치 않고 흉년을 원하노니 흉년이면 세금 부과라도 혹시 줄여 줄까 해서라네 면화의 흰 꽃이 벌어지려 하는데 먼저 베를 거둬가고 벼를 아직 탈곡도 않았는데 전세 납부 재촉하네 좋은 약이라도 백성의 병을 고치기 어려우니 조정에 바라는 건 어진이 가려 보내주는 것이네 이름난 성 고을마저 쓸쓸한 곳이 많으니 남쪽으로 온 지 열흘 동안 한결같이 가슴만 아프네 원문 康津(강진), 趙秀三(조수삼) 不願豊年願儉年(불원풍년원검년) 儉年租賦或停蠲(검년조부혹정견) 綿將吐雪先徵布(면장토설선징포) 禾未登場趣稅田(화미등장취세전) 上藥難醫黎首疾(상약난의려수질) 中朝只仗簡心賢(중조지장간심현) 名城郡國多寥落(명성군국다요락) 十日南來一痛然(십일남래일통연) 글자풀이 儉年: 흉년 租賦: 구실 綿: 솜..

최충, <절구> [내부링크]

해석 절구(최충)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나지 않는 촛불 깊숙하게 들어와 앉은 산빛은 부르지 않은 손님 다시 악보 없는 곡을 타는 솔 거문고도 있지만 다만 진귀하고 소중해 남에게 전하지 못하네 원문 絶句(절구), 崔沖(최충) 滿庭月色無煙燭(만정월색무연촉) 入座山光不速賓(입좌산광불속빈) 更有松絃彈譜外(갱유송현탄보외) 只堪珍重未傳人(지감진중미전인) 글자풀이 煙: 연기 燭: 촛불 速: 부르다, 초청하다 更: 다시, 게다가 彈譜外: 악보에 없는 것을 타다 只: 다만 堪; 능하다(=能) 珍重: 진귀하고 소중하다 감상 최충(?-1068)은 자는 호연(浩然)으로 해주 사람입니다. 목종 때 장원급제하였고, 문장과 글씨에 능해 해동공자(海東公子)라고 불렸으며, 시호는 문헌(文憲)입니다. 고려 유학을 꽃피웠고, 많..

이상은, <무제> [내부링크]

해석 무제(이상은) 만나기도 어렵지만 헤어지긴 더 어려워 시들어 지는 꽃을 봄바람인들 어이하겠는가 봄 누에는 죽을 때까지 실을 뽑고 초는 재가 되어야 눈물 비로소 마르리 새벽에 거울 보면서 오직 구름 같은 머리 세는 것 근심하며 잠 못 이뤄 시 읊는 밤에 응당 달빛은 차리 봉래산은 여기서 멀지 않으니 파랑새야, 살며시 나를 위해 찾아봐 주려무나 원문 無題(무제), 李商隱(이상은)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누시간) 曉鏡但愁雲鬢改(효경단수운빈개) 夜吟應覺月光寒(야음응각월광한) 蓬萊此去無多路(봉래차거무다로) 靑鳥殷勤爲探看(청조은근위탐간) 글자풀이 難: 어렵다 殘: 시들다 春蠶: 봄누에 絲: 실 蠟炬: 촛불 灰: 재 乾..

이백, <춘사> [내부링크]

해석 춘사(이백) 연나라의 풀이 파란 실과 같을 때 진나라의 뽕나무 푸른 가지 낮게 드리웠네 그대 돌아갈까 생각하는 날 이 첩은 애간장이 끊어지는 때지요 봄바람은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일로 비단 휘장 안으로 불어오는지? 원문 春思(춘사), 李白(이백) 燕草如碧絲(연초여벽사) 秦桑低綠枝(진상저녹지) 當君懷歸日(당군회귀일) 是妾斷腸時(시첩단장시) 春風不相識(춘풍불상식) 何事入羅幃(하사입나위) 글자풀이 燕: 지금의 허베이(河北) 지방, 허베이는 날씨가 추워서 초목이 늦게 싹틈 碧絲: 푸른 실, 하북은 기온이 낮아 초목의 성장이 느려서 다른 지방의 풀들에 비해 가늘다는 것을 실로 표현함 秦: 지금의 섬서 지역 低綠枝: 푸른 가지를 낮게 드리움, 섬서 지방은 따뜻해서 뽕나무 잎이 빨리 자라서 가지가 푸..

끝과 마지막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이 세상의 (끝/마지막)은 어디일까? 어제 노래방에서 (끝/마지막) 노래는 BTS 노래였다. '끝'은 과정의 종점 '유시자, 필유종(有始者, 必有終)'이라는 말처럼 '처음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나 마지막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때 '처음'의 상대어가 '끝'과 '마지막'이 모두 가능합니다. 우리는 별 의미 없이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두 단어의 결정적인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끝'은 한 덩어리로 된 사물의 가장자리 또는 계속되던 것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는 곳이나 때를 말하고, 보통 '손 끝', '하늘 끝', '연필 끝'처럼 공간이나 사물에 주로 쓰입니다. 계속되던 것, 쭉 이어지는 과정에 놓여 있던 것이라는 ..

두보, <춘망> [내부링크]

해석 봄을 바라며(두보) 나라가 무너져도 산하는 그대로이고 성에 봄이 오니 초목만 우거졌구나 시절을 한탄하니 꽃이 눈물을 뿌리게 하고 헤어짐을 슬퍼하니 새가 마음을 놀라게 하네 봉화가 석 달 동안 이어지니 집에서 오는 편지는 만금이나 나가네 흰머리는 긁을수록 더 짧아져 도무지 비녀를 이기지 못할 듯하네 원문 春望(춘망), 杜甫(두보)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글자풀이 破: 무너지다 濺: 흩뿌리다 淚: 눈물 驚: 놀라다 烽火: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알리는 불 신호, 전쟁의 상징 抵: 해당하다 搔: 긁다 更: 다시 渾: 다, 거의 簪: 비녀 ..

하지장, <제원씨별업> [내부링크]

해석 원씨 별장에서(하지장) 주인과는 서로 모르는 처지지만 마주 앉은 것은 경치 때문이라네 술 사 올 것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주머니 속에 돈은 넉넉히 있으니 원문 題袁氏別業(제원씨별업), 賀知章(하지장) 主人不相識(주인불상식) 偶坐爲林泉(우좌위임천) 莫謾愁沽酒(막만수고주) 囊中自有錢(남중자유전) 글자풀이 題: 제하다 別業: 별장 偶: 짝 林泉: 자연 경치 謾: 함부로 하다 囊: 주머니 錢: 돈 감상 하지장(659-744)은 초당(初唐) 시인으로, 자는 계진(季眞), 호는 사명광객(四明狂客)입니다. 당나라 월주(지금의 절강성) 사람이며, 두보의 에 등장하는 첫 번째 인물이기도 합니다. 초서와 예서에 뛰어났고, ≪전당시≫에 20여 수의 작품이 전해지는데, 참신한 시풍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성품도 활..

왕유, <종남별업> [내부링크]

해석 종남산 별장(왕유) 중년이 되면서 자못 도를 좋아하여 만년에야 남산 기슭에 집을 지었네 흥이 나면 늘 혼자 나서니 좋은 일은 그저 나 혼자만 알 뿐 수원지 끝까지 가 보기도 하고 앉아서 구름이 피어나는 것을 보기도 하네 우연히 숲 속에서 노인이라도 만나면 서로 담소하느라 돌아갈 줄 모른다네 원문 終南別業(종남별업), 王維(왕유) 中歲頗好道(중세파호도) 晩家南山陲(만가남산수) 興來每獨往(흥래매독왕)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 行到水窮處(행도수궁처)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 遇然値林叟(우연치임수) 談笑無還期(담소무환기) 글자풀이 別業: 별장 中歲: 중년 南山: 왕유가 별장을 지은 종남산 陲: 근처, 변두리 勝: 훌륭하다 値: 만나다 叟: 노인 還期: 집으로 돌아갈 시간 감상 왕유(700-761)는 성..

김부식, <감로사차운> [내부링크]

해석 감로사에서(김부식) 속된 나그네 오지 않는 곳 올라와 굽어보니 마음이 맑아지네 산 모양은 가을에 더욱 아름답고 강 빛은 밤에도 여전히 밝네 흰 새 높이 날아가 버리고 외로운 배 홀로 가볍게 가네 부끄럽네 달팽이 뿔 위에서 반평생 공명만 찾았으니 원문 甘露寺次韻(감로사차운), 金富軾(김부식)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登臨意思淸(등림의사청) 山形秋更好(산형추갱호)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自慚蝸角上(자참와각상)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글자풀이 俗: 속세, 세속 猶: 오히려, 여전히 帆: 배 慚: 부끄럽다 蝸角上: 달팽이 뿔 위, ≪장자≫에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촉씨와 오른쪽 뿔에 사는 만씨 두 부족이 서로 싸우는 우화를 전고로 사용 覓: 찾다 감상 김..

정몽주, <춘> [내부링크]

해석 봄(정몽주)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밤중에야 희미하게 소리 들리네 눈 녹아 남쪽 개울물 불어나니 얼마씩 풀싹이 돋아날까? 원문 春(춘), 鄭夢周(정몽주)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多少草芽生(다소초아생) 글자풀이 滴: 물방울, 방울지다 夜中: 밤중, 깊은 밤 微: 작다 雪盡: 눈이 녹다 多少: 얼마나, 어느 정도 芽: 싹 감상 이 시는 포은 정몽주(1337-1392)의 오언절구 작품입니다. 포은은 고려 말기의 문인 겸 학자로, 자는 달가(達可), 호는 포은(圃隱)입니다. 충숙왕 때 외교가로서 이름을 날렸고, 시문에도 뛰어나서 많은 시가 전해집니다. 시는 기상이 크고 시상이 활달했으며, 목은 이색으로부터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로 평가를 받기도 했..

박제가, <지연> [내부링크]

해석 종이 연(박제가) 들이 좁고 바람이 약해서 뜻대로 날지 못해 햇빛에 흔들거리며 연줄을 당기고 있네 천하의 홰나무 다 쳐서 없애면 새가 사라지고 구름이 날아가듯 연이 날아 속이 후련하네 원문 紙鳶(지연), 朴齊家(박제가) 野小風微不得意(야소풍미부득의) 日光搖曳故相牽(일광요예고상견) 削平天下槐花樹(삭평천하괴화수) 鳥沒雲飛乃浩然(조몰운비내호연) 글자풀이 鳶: 연 搖: 흔들리다 曳: 끌다 削: 깎다 槐: 홰나무 浩: 크다 감상 박제가(1750-1805)의 본관은 밀양, 자는 차수(次修), 호는 초정(楚亭)으로, 승지 박평(朴坪)의 아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서·화에 뛰어났고, 당대 이덕무와 유득공 등 북학파들과 교유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북학의(北學議)≫, ≪정유집(貞蕤集)≫, ≪명농초고(明農草..

이양연, <야설> [내부링크]

해석 들판의 눈(이양연) 눈을 뚫고 들 가운데를 갈 때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오늘 아침에 내가 다닌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를 만들 것이니 원문 野雪(야설), 李亮淵(이양연)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글자풀이 穿: 뚫다 跡: 자취 遂: 드디어, 마침내 程: 길 감상 이 시는 이양연(1771-1853)의 오언절구의 작품으로 ≪임연당별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양연의 본관은 전주, 자는 진숙(晋叔), 호는 임연(臨淵)이며, 광평대군 이여의 후손입니다. 어릴 때부터 문장이 뛰어나서 후학들이 그의 문장을 앞다투어 암송하였다고 합니다. 성리학에도 밝았고, 만년에는 후학 교육에 힘썼으며, 노년까지도 학문을 게을리하지..

가족과 식구 [내부링크]

예문과 설명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모든 직원을 한 (가족/식구)처럼 여긴다. 유년 시절 비좁은 방에서 아홉 (가족이/식구가) 생활했다. 가족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집단으로, 영원한 아군들의 보금자리일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건강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야 하고, 적극적인 감정표현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식구'를 크게 구별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한자어를 분석해보면, '한 집에 속한 무리'가 '가족(家族)'이고,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식구(食口)'라고 되어 있어서 약간..

주체적인 삶을 살자 [내부링크]

주체가 없는 구관조의 말 구욕새는 남쪽 지방에서 나는 새로, 구관조(九官鳥)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 새를 그물로 잡아서 말하는 법을 훈련시키면 한참이 지나서 사람의 말을 흉내낼 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단지 몇 마디 말만 흉내를 내는데 그칠 뿐이라서 하루종일 부르짖어도 그저 몇 가지 어휘에 불과할 정도로 사용량은 미미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매미가 뜰에서 울고 있는데, 구관조가 그 소리를 듣고는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매미가 구관조에게 "네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니 참으로 좋구나. 그렇지만 네가 하는 말은 진정한 말이라고 할 수가 없어. 어떻게 내 생각대로 마음껏 우는 나만 같겠냐?"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들은 구관조는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였으며, 이후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사람의 말을 흉내내..

이백, <송우인> [내부링크]

해석 친구를 보내며(이백) 푸른 산은 북쪽 성곽에 빗겨 있고 흰 물은 동쪽 성을 감돌아 흐르네 여기서 일단 이별하면 외로운 다북쑥처럼 만리 길을 가겠지 뜬 구름은 나그네의 마음이고 지는 해는 친구의 정이라네 손을 흔들며 이제 떠나갈 때 처량하게 무리를 떠난 말이 우는구나 원문 送友人(송우인), 李白(이백) 靑山橫北郭(청산횡북곽) 白水遶東城(백수요동성) 此地一爲別(차지일위별) 孤蓬萬里征(고봉만리정) 浮雲遊子意(부운유자의) 落日故人情(낙일고인정) 揮手自玆去(휘수자자거) 蕭蕭班馬鳴(소소반마명) 글자풀이 橫: 가로 郭: 바깥 성곽 遶: 두르다, 에워싸다 蓬: 다북쑥 浮雲: 나그네의 마음과 생활이 정처없음을 비유 落日: 떠나가는 사람을 만류할 수 없는 시인의 아쉬운 마음 비유 揮: 흔들다 蕭蕭: 처량한 말의..

두보, <월야> [내부링크]

해석 달밤(두보) 오늘 밤 부주의 달을 규방에서 단지 홀로 보겠구나 멀리서 어린애들을 가련히 여기나니 장안 그리는 마음 이해하지 못하겠지 향기로운 안개에 구름 같은 머리 젖고 맑은 달빛에 옥같은 팔이 차가우리 어느 때나 휘장에 기대어 둘이서 달빛 받아 눈물 말리리 원문 月夜(월야), 杜甫(두보)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雙照淚痕乾(쌍조루흔간) 글자풀이 鄜州: 고을 이름, 지금의 섬서성 부현(鄜縣) 지방, 난을 피하여 두보의 가족들이 잠시 머물던 곳 閨: 안방 獨看: 부인 혼자서 본다 遙: 멀다 憐: 가련하다 小兒女: 어린 자식들 雲鬟: 구름 같은 머리쪽, 부인의 ..

박인량, <오자서묘> [내부링크]

해석 오자서 사당(박인량) 눈을 빼 동문에 걸었어도 분이 아직 삭지 않아 푸른 강 천고에 파도를 일으키네 지금 사람들 선현의 뜻을 모르니 다만 조수의 높이가 몇 자인가를 묻네 원문 伍子胥廟(오자서묘), 朴寅亮(박인량) 掛眼東門憤未消(괘안동문분미소) 碧江千古起波濤(벽강천고기파도) 今人不識前賢志(금인불식전현지) 但問潮頭幾尺高(단문조두기척고) 글자풀이 廟: 사당 掛眼: 눈알을 뽑아 걸다 憤: 분하다 消: 사라지다 前賢: 예전의 어진 사람, 여기서는 오자서를 말함 潮: 조수 幾: 몇 감상 박인량(?-1096)은 자는 대천(代天), 호는 소화(小華)이고, 평주 사람이라고 합니다. 고려 문종 때 과거에 급제하였고, 문장이 맑고 고상하여 송나라와 요나라에 보내는 외교문서는 모두 박인량이 초안을 작성할 정도로 ..

왕창령, <출새> [내부링크]

해석 변경으로 나가(왕창령) 진나라 때에도 비치던 밝은 달, 한나라 때에도 있던 관문 만리 밖 싸움 나간 군사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 단지 용성의 비장군만 있었다면 오랑캐 군대 음산을 넘지 못하게 했을 것을 원문 出塞(출새), 王昌齡(왕창령) 秦時明月漢時關(진시명월한시관) 萬里長征人未還(만리장정인미환) 但使龍城飛將在(단사용성비장재) 不敎胡馬度陰山(불교호마도음산) 글자풀이 關: 관문 但使: 단지 ~하기만 하면 胡: 오랑캐 度: 건너다, 넘다 감상 왕창령(696-757)의 자는 소백(少伯)으로 섬서성 서안(西安)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은 청신하고 격조가 높다는 평을 받으며, 특히 규원시(閨怨詩)와 변새시(邊塞詩)가 유명합니다. 절구에도 뛰어났고, 특히 칠언절구는 이백을 제외하고는 견줄 사람이 없..

궁둥이와 엉덩이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문지방에 (궁둥이/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시골집 아랫목에서 뜨끈하게 (궁둥이/엉덩이)를 지졌다. 설명 우리가 어릴 적 불렀던 동요에 "어린 송아지가 큰 솥에 앉아~"로 시작하는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 번쯤은 불러봤을 이 노래 중간에 "엄마! 엄마! 엉덩이가 뜨거워"라는 가사가 보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흰말 궁둥이나 백말 엉덩이나"라는 말도 있고요. 여기에 나오는 '엉덩이'와 '궁둥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엉덩이'는 사람이나 동물의 둔부(두 다리가 몸통과 만나는 허리 아래서부터 허벅다리 뒤쪽 위)를 말합니다. 볼기의 윗부분으로 바닥에 닿지 않는 허리 아래 부분까지가 해당됩니다. 반면 '궁둥이'는 엉덩이의 ..

맹호연, <과고인장> [내부링크]

해석 벗의 농장에 들러(맹호연) 오랜 벗이 닭과 기장 준비하고 시골집에 오늘 나를 청하였네 푸른 나무들이 마을 가에 모여 있고 청산은 먼 교외에 비스듬히 보이네 창 열어 채마밭과 마당을 마주하고 술 들어 뽕과 삼에 대해 이야기하네 중양절 되기를 기다려 다시 와 국화에 다가가야지 원문 過故人莊(과고인장), 孟浩然(맹호연) 故人具鷄黍(고인구계서) 邀我至田家(요아지전가) 綠樹村邊合(녹수촌변합) 靑山郭外斜(청산곽외사) 開軒面場圃(개헌면장포) 把酒話桑麻(파주화상마) 待到重陽日(대도중양일) 還來就菊花(환래취국화) 글자풀이 過: 방문하다 故人: 친구 具: 갖추어 놓다 鷄黍: 닭과 기장(농촌에서 잔치를 베풀 때 차리는 음식) 邀: 부르다, 맞이하다 田家: 시골집 邊: 가, 가장자리 斜: 비스듬하다 郭外: 성 밖의..

두보, <강촌> [내부링크]

해석 강마을(두보)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안고 흐르는데 긴 여름 강 마을에는 만사가 한가롭네 절로 갔다 절로 오는 것은 들보 위의 제비요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이하는 것은 물 위의 갈매기로네 늙은 아내는 종이에 줄을 그어 바둑판을 만들고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들겨 낚시 바늘을 만드노라 병약한 몸에 필요한 것이라곤 그저 약물 뿐 하찮은 이내 몸이 이 밖에 또 무엇을 바라리오 원문 江村(강촌), 杜甫(두보) 淸江一曲抱村流(청각일곡포촌류)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글자풀이 曲; 굽이 抱: 안다 梁: 대들보 燕: 제비..

맹교, <유자음> [내부링크]

해석 나그네의 노래(맹교) 자애로우신 어머니 수중의 바느질로 바로 길 떠나는 아들이 입을 옷을 만들었지 떠날 때 촘촘히 기우시는 것은 행여 늦게 돌아올까 걱정하신 때문인가 누가 말하리오, 한 치 풀같이 미약한 효심으로 봄날의 따스한 빛 같은 어머니 마음을 보답할 수 있다고 원문 遊子吟(유자음), 孟郊(맹교)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遊子身上衣(유자신상의) 臨行密密縫(임행밀밀봉)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報得三春暉(보득삼춘휘) 글자풀이 遊子吟: 악부의 노래 제목으로, ≪악부시집≫에서 잡곡(雜曲)으로 넣고 있는 이 곡은 그 내용이 대부분 집을 떠난 나그네를 노래한 것 慈: 자애롭다 線: 바느질 蜜蜜: 촘촘히 恐: 두려워하다 誰: 누구 寸草心: 자식의 효심이 보잘것없음을 비유 三春暉:..

맹호연, <유별왕시어유> [내부링크]

해석 왕유와 헤어지며(맹호연) 쓸쓸하게 결국 무엇을 기다렸던가? 날마다 부질없이 돌아올 뿐이었지 향기로운 풀을 찾아 떠나려 하니 그대와 이별함이 아쉽구나 권세자는 그 누가 도와줄까? 날 알아주는 사람 세상에 드물구나 그저 쓸쓸하고 적막함을 지켜야 할 텐데 돌아가서 고향집 사립문을 닫고 지내리라 원문 留別王侍御維(유별왕시어유), 孟浩然(맹호연) 寂寂竟何待(적적경하대) 朝朝空自歸(조조공자귀) 欲尋芳草去(욕심방초거) 惜與故人違(석여고인위) 當路誰相假(당로수상가) 知音世所稀(지음세소희) 只應守索寞(지응수삭막) 還掩故園扉(환엄고원비) 글자풀이 留別: 길을 떠나는 사람이 머물러 있는 사라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 송별의 반의어 侍御: 왕유의 벼슬 이름 寂寂: 쓸쓸하고 고요한 모양 朝朝: 매일 尋: 찾다 故人:..

정지상, <송인> [내부링크]

해석 대동강(정지상) 비가 그친 긴 둑에 풀빛은 많은데 남포에서 그대를 보내니 슬픈 노래 울려 퍼지네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네 원문 大同江(대동강), 鄭知常(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연년첨록파) 글자풀이 歇: 그치다 堤: 둑 南浦: 중국의 시인 굴원의 시에서 유래한 이별의 장소 盡: 다하다 別: 이별 淚: 눈물 添: 더하다 綠: 푸르다 波: 파도 감상 이 시는 고려 중기 문인인 정지상(?-1135)은 서경 출신으로, 초명은 지원(之元), 호는 남호(南湖)입니다. 이 시는 칠언절구의 송별시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화자의 안타까운 정서가 절묘하게 잘..

춘야독작(2)-술에 대한 예의를 다하며 [내부링크]

술, 예를 다하다 술을 마실 때는 먼저 그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처음 주법(酒法)을 배우는 군자의 마음으로 오만한 마음을 경계하고 선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인(俗人)의 마음에서 마치 취마(醉魔)가 일어나듯이 온갖 마심(魔心)이 일어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술이라는 것은 속인(俗人)이 마시면 흥락(興樂)을 얻고, 무인(武人)이 마시면 강락(剛樂)을 얻고, 군자(君子)가 마시면 청락(淸樂)을 얻고, 도인(道人)이 마시면 선락(仙樂)을 얻는다고 하였다. 세상 만물지중(萬物之中)에 이러한 신약(神藥)이 또 어디 있으랴. 마음의 정리가 끝나면 조용히 병을 든다. 술병에 들어있는 술은 태극의 상태로서 하늘의 기운이 아직 운행하지 않은 것이라면, 술병의 술이 잔에 ..

춘야독작(1)-이백을 떠올리며(春日憶李白) [내부링크]

봄, 이백을 떠올리다 바람에도 향기가 느껴지는 계절이다. 햇살을 머금은 벚꽃들이 찬연한 자태를 뽐내며 봄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봄의 전령사 노릇을 하는 벚꽃을 예전에는 앵화(櫻花)라고도 하였는데, 지금과 같이 보고 즐기는 대상은 아니었다. 조선시대의 벚꽃은 완상의 대상이 아니라, 배꽃과 살구나무꽃이 핀 마을 너머에서 불어오는 '이화풍(梨花風)'과 '행화풍(杏花風)'이 문인들의 시흥을 돋우는 역할을 대신하였다. 이백(李白)이 복사꽃, 오얏꽃이 흩날리는 정원에서 형제들과 술자리를 벌이던 때도 지금과 별반 다르진 않았으리라[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梨園書)] . 공자도 ≪논어≫에서 "술은 일정한 양은 없었지만, 취함에 절도가 있었다(酒無量, 不及亂)"고 하셨고, 또 "말 안 할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

두보, <여야서회> [내부링크]

해석 객지에서 밤을 새우며(두보) 보드라운 풀에 바람 이는 언덕 우뚝한 돛대를 단 외로운 밤배 별이 드리우니 벌판 너르게 보이는데 달이 용솟음치는 장강 흘러흘러 가네 이름이 어찌 문장으로 드러나리요마는 벼슬은 늙고 병들어 그만두었네 정처 없는 이 몸 무엇과 같은가 천지간에 홀로 나는 갈매기라네 원문 旅夜書懷(여야서회), 杜甫(두보)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星垂平夜闊(성수평야활) 月湧大江流(월용대강류) 名豈文章著(명기문장저) 官因老病休(관인노병휴)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글자풀이 書懷: 감회를 적다 危檣: 높이 솟은 돛대 垂: 드리우다 闊: 트이다 湧: 샘솟다, 용솟음치다 江: 장강(양쯔강) 休: 그만두다 飄飄: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도는 모습 何所似: ..

김시습, <유객> [내부링크]

해석 나그네(김시습) 나그네 청평사에 와서는 봄 산을 마음대로 노니는구나 새 우니 외로운 탑 고요하고 흐르는 작은 시내엔 꽃들이 떨어지네 맛있는 채소는 때를 알아 풍성해지고 향기로운 버섯은 비를 맞아 부드럽네 시 읊조리며 선동에 들어가니 내 평생의 근심 사라지는구나 원문 有客(유객), 金時習(김시습)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글자풀이 淸平寺: 강원도 춘천에 있는 절 任意: 마음대로 啼: 울다 佳菜; 맛있는 채소 秀: 풍성하다 香菌: 향기로운 버섯 吟: 읊조리다 消: 사라지다 감상 김시습(1435-1493)은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

두보, <절구 이수> [내부링크]

해석 절구 이수(두보) 봄날 나른한 날 강과 산이 아름답고 봄바람에 꽃과 풀은 향기롭구나 진흙이 녹으니 제비가 날고 모래가 따뜻해 원앙새 잠드네 고향이 그리워 강물이 파라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는 듯하구나 올 봄은 보아하니 또 가고 있으니 언제가 고향에 돌아가는 해일까? 원문 絶句 二首(절구 이수), 杜甫(두보) 其一(기일) 遲日江山麗(지일강산려)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泥融飛燕子(이융비연자) 沙暖睡鴛鴦(사난수원앙) 其二(기이) 江碧鳥逾白(강백조유백) 山靑花慾然(산청화욕연)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글자풀이 遲日: 시간이 더디 가는 봄날 麗: 아름답다 泥融: 봄이 되어 얼었던 흙이 녹다 燕子: 제비 沙: 모래 睡: 잠자다 江: 사천성 성도의 금강 碧: 푸르다 ..

백거이, <부득고원초송별> [내부링크]

해석 부득고원초송별(백거이) 더부룩한 언덕 위의 풀은 해마다 시들었다 다시 우거지네 들불에 타도 다 없어지지 않고 봄바람이 불면 또 자라나네 멀리 향기로운 풀 옛길을 덮고 맑은 날 푸른 빛 황폐한 성까지 닿아 있네 또 다시 당신을 떠나보내니 무성한 풀같이 이별의 슬픔 가득하네 원문 賦得古原草送別(부득고원초송별), 白居易(백거이) 離離原上草(이리원상초)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글자풀이 離離: 풀이 어지럽고 무성한 모양 枯: 마르다, 시들다 榮: 꽃이 피다 燒: 불타다 盡: 다하다 吹: 불다 遠芳: 먼 곳까지 자라난 향기로운 풀 晴翠: 맑은 날 보이는 풀의 녹색 王..

암수를 구분하는 표준어 [내부링크]

암컷과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 암컷과 수컷을 가리켜서 우리는 '자웅(雌雄)'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원래 역법(曆法)에서 나온 말로 '자'는 밤을 가리켰고, '웅'은 낮을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나중에 암수를 가리키는 말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원래는 밤낮이 교차하면서 일진일퇴한다는 의미가 되었고, 그 후로는 서로 비슷한 힘을 가진 상대끼리 승부를 겨루어 우열을 나눈다는 의미로 변했습니다. 그럼 언제 '암', '수'를 써서 구분을 할까요? 기본적으로 암컷이나 수컷은 접두사는 '암'과 '수'로 통일했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 7항에 보면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되, '수-'가 역사적으로 '숳'에서 비롯되어 복합어로 굳어진 말들, 예를 들면 '수캉아지, 수컷, 수탉, 수퇘지, 수평아리'는..

목숨과 생명 [내부링크]

(예제)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풀 한 포기에도 (목숨/생명)이 깃들어 있다. 스스로 (목숨/생명)을 끊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1. '목숨'보다 '생명'이 더 큰 의미 '목숨'은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이라는 의미이고, '생명'은 '유기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살아 있는 상태'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때 '목숨'은 '목[首]'과 '숨[息]'이 합해진 순우리말입니다. 사람의 신체 기관인 목이 들어간 만큼 동물이나 사람에게 사용하고, 식물이나 무생물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생명'은 한자어인 '生命'을 사용하며, 동식물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물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때 '생=삶'이고 '명=목숨'을 의미하기 때문에..

왕유, <녹시> [내부링크]

해석 사슴 울타리(왕유) 빈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단지 사람의 말소리만 들려오네 석양빛 깊은 숲 속을 들어와 다시 푸른 이끼 위에 비치네 원문 鹿柴(녹시), 王維(왕유) 空山不見人(공산불견인) 但聞人語響(단문인어향) 返景入深林(반경입심림) 復照靑苔上(부조청태상) 글자풀이 柴: 울타리, 울짱 人: 주인 但: 다만 響: 소리 返景: 동쪽으로 되비치는 빛, 즉 석양 復: 다시 靑苔: 푸른 이끼 감상 왕유(701-761)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자연을 벗하며 살았던 시인입니다. 전원시(田園詩)를 잘 지어서 당대(唐代) 제일의 산수전원시인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음악과 회화에도 뛰어났습니다. 이 작품은 '녹채'라고도 세간에 알려져 있는데 '사슴 울짱'이라는 의미의 '녹비'로 읽어야 ..

이백, <금릉주사유별> [내부링크]

해석 금릉 술집에서 이별하며(이백) 바람이 버들 꽃을 불어서 술집은 향기로 가득하고 오나라 여인은 술을 거르며 나그네 불러 맛보라 하네 금릉의 자제들이 와서 송별해 주니 가려다가 가지 않고 각자 잔을 다시 다 비우네 그대에게 묻노니 저기 동쪽으로 흐르는 강과 이별하는 이 심정 어느 것이 더 긴가? 원문 金陵酒肆留別(금릉주사유별), 李白(이백) 風吹柳花滿店香(풍취유화만점향) 吳姬壓酒喚客嘗(오희압주환객상) 金陵子弟來相送(금릉자제내상송) 欲行不行各盡觴(욕행불행각진상) 請君試問東流水(청군시문동류수) 別意與之誰短長(별의여지수단장) 글자풀이 金陵: 지금의 남경시 酒肆: 술집 吳姬: 오 지방의 여인, 여기서는 술집 아낙 壓酒: 술을 거르다 觴: 술잔 誰: 누구, 어느 감상 이백(701-762)의 자는 태백(太..

맹호연, <춘효> [내부링크]

해석 봄 새벽(맹호연) 봄잠에 날 새는 줄 몰랐더니 곳곳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 들려오네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렸으니 꽃은 얼마나 졌을까 원문 春曉(춘효), 孟浩然(맹호연)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 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 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 글자풀이 曉: 새벽 眠: 잠자다 覺: 깨닫다 處處: 곳곳, 여기저기 啼鳥: 새가 울다 來: 어조사로 의미 없음 多少: 얼마나 감상 맹호연(689-740)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이름은 호(浩), 자는 호연(浩然)입니다. 절개와 의리를 중요하게 여겼고, 평생 전원에 묻혀 살았기 때문에 자연을 노래한 시가들이 많았습니다. 도연명의 영향을 받았고, 왕유와 함께 자연파 시인으로 전해집니다. 이 시는 화자가 나른한 봄날에 늦잠에서 깨어나 ..

왕지환, <등관작루> [내부링크]

해석 관작루에 올라(왕지환) 해는 산에 기대어 지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네 천 리를 다 바라보려고 다시 누각을 한층 떠 오르네 원문 登鸛雀樓(등관작루), 王之煥(왕지환)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黃河入海流(황하입해류) 欲窮千里目(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갱상일층루) 원문풀이 白日: 백일 依: 의지하다, 기대다 盡: (해가)지다 欲: ~하려고 하다 窮: 끝까지 다하다 千里目: 천 리 밖을 바라보다 更: 다시 감상 왕지환(695-?)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변방의 일과 전쟁을 제재로 한 시를 많이 지었습니다. 모함을 받아서 15년 동안 유랑하면서 지은 시가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망실되고 현재 6수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시는 모택동 주석이 가장 애송한 시이자, 중국 중학생들이 가장 ..

유종원, <강설> [내부링크]

해석 강설(유종원) 모든 산에는 새들도 날지 않고 수많은 길에는 인적도 끊어졌네 외로운 배에 도롱이와 삿갓 쓴 노인네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하네 원문 江雪(강설), 柳宗元(유종원)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글자풀이 千山: 모든 산 絶: 끊어지다 萬徑: 수많은 길 蹤: 발자취 蓑: 도롱이 笠: 삿갓 釣: 낚시 감상 유종원(773-819)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자는 자후(子厚)입니다. 당대(唐代) 한유와 함께 고문 운동을 주도하였고,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이 시는 유종원이 귀양을 갔을 때 지은 것으로, 낚시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시인이 지향하는 고결한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

이이, <산중> [내부링크]

해석 산속에서(이이) 약초를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으니 수많은 산봉우리 가을 낙엽 속이구나 산사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더니 수풀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오르네 원문 山中(산중), 李珥(이이)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 千峰秋葉裏(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 林末茶烟起(임말다연기) 글자풀이 採: 캐다 藥: 약, 약초 迷: 미혹하다, 헤매다 裏: 속, 안 汲: 물을 긷다 茶: 차 烟: 연기 감상 율곡 이이(1536-1584)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사임당의 아들이며,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대학자입니다.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 석담(石潭), 우재(愚齋)입니다. 어려서는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았고, 1564년 과거에 급제하여 대제학, 이조판서를 지냈고, 기호..

황진이, <송도회고> [내부링크]

해석 송도를 회고하며(황진이) 눈 속의 저 달은 전 왕조의 빛이고 차가운 저 종소리도 옛 나라의 소리라네 남루에 시름 겨운 채 홀로 서 있으니 남은 옛 성터에 저녁연기 피어오르네 원문 松都回顧(송도회고), 黃眞伊(황진이) 雪月前朝色(설월전조색) 寒鐘故國聲(한종고국성) 南樓愁獨立(남루수독립) 殘郭暮烟生(잔곽모연생) 글자풀이 松都: 고려의 수도인 개성 朝: 왕조 寒鐘: 차가운 날씨에 들리는 종소리 故國: 옛 나라, 즉 고려 愁: 근심 殘: 남다 郭: 성곽 烟生: 연기가 (피어)나다 감상 황진이(1506-1567)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로, 기명(妓名)은 명월(明月)입니다. 시서(詩書)와 음률(音律)에 모두 뛰어났고, 서경덕, 박연포포와 아울러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습니다. 이 시는 고려의 수도..

이달, <산사> [내부링크]

해석 산사(이달) 흰구름 속에 절이 있는데 흰구름을 스님을 쓸지 않네 손님이 와서야 비로소 문을 여니 온 골짜기에 송홧가루 날리고 있네 원문 山寺(산사), 李達(이달)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 글자풀이 僧: 스님 掃: 쓸다 萬壑: 온 골짜기 松花老: 송화(소나무 꽃가루)가 늙었다(시들어 떨어진다), 즉 벌써 봄이 다 갔다 감상 이달(1539-1612)은 최경창, 백광훈과 더불어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일컬어지는 시인입니다. 서자의 신분에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맑고 아담하고 고운 시풍을 지닌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산속에 있는 절은 높고도 깊은 곳에 있어서 항상 구름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구름에 잠겨서 인적도 드물기에 산사에..

이백, <대주부지> [내부링크]

해석 기다리는 술은 오지 않고(이백) 아름다운 술병에 푸른 실 매어 술 사러 보냈는데 왜 이리 늦는가 산꽃은 날 향해 웃고 있으니 바로 지금이 술 마시기 좋은 때라네 해 저문 동쪽 창가에서 술을 따르니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 함께 하네 봄바람과 더불어 취한 나그네 오늘 서로 정답게 어울리누나 원문 待酒不至(대주부지), 李白(이백) 玉壺繫靑絲(옥호계청사) 沽酒來何遲(고주래하지) 山花向我笑(산화향아소) 正好銜盃時(정호함배시) 晩酌東窓下(만작동창하) 流鷪復在玆(유앵부재자) 春風與醉客(춘풍여취객) 今日乃相宜(금일내상의) 글자풀이 壺: 병 繫: 매다 沽: 팔다, 사다 遲: 더디다, 늦다 銜盃: 술을 마시다 晩: 저녁 酌: 술을 따르다 鷪: 꾀꼬리 玆: 이, 여기 相宜: 양쪽이 서로 잘 어울리다 감상 이 시는..

밑과 아래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중국 여행에서 오른 면산은 발 (밑으로/아래로) 구름이 깔려 있었다. 엄마는 항상 나를 다리 (밑에서/아래에서) 주워왔다고 말씀하셨다. 설명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편하게 구분 짓지 않고 쓰는 말 중에 하나가 '밑'과 '아래'입니다. 두 단어의 차이점을 몰라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구어(입말)인 경우에만 해당하고, 문어(글말)인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아래에 있는 쓰임새의 차이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밑: 밑 빠진 독, 땅 밑, 물 밑, 책상 밑, 산 밑, ··· -아래: 아랫배, 아랫마을, 아랫니, 하늘 아래, 지도 아래, ··· 두 단어의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먼저..

광경과 장면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학살 (장면/광경)을 삭제하지 않고 영화를 상영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갈대밭은 천지를 뒤덮은 (장면/광경)이었다. 설명 어떤 일이 벌어지는 모양이나 형편이 우리 눈에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광경', 또는 '장면'이라고 말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광경'은 '벌어진 일의 상태와 모양'을 의미하고, '장면'은 '어떤 장소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의 사전적인 의미만 비교해봐도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럼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장면'은 상황이나 작품 전체로부터 얼마든지 잘라내서 사건 전개 과정의 일부분이나 특정한 일이 벌어지는 장소나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시간의 흐름을 끊어낸..

조식, <칠보시> [내부링크]

해석 칠보시(조식) 콩을 삶으려고 콩깍지를 태우니 콩이 솥 안에서 울고 있네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거늘 지저대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급한가 원문 七步詩(칠보시), 曹植(조식) 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글자풀이 煮: 삶다 燃: 태우다 萁: 콩깍지 釜: 솥, 가마 本是: 본래, 본디 煎: 지지다 太: 심하다 감상 조식(192-232)은 중국 위나라의 시인으로,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이며, 조비(曹丕)의 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이 뛰어나서 조조가 소중히 여겼지만, 형과 세자 계승 문제로 다투다가 형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측근들도 죽임을 당하고 자신도 정치적으로 불행을 겪었습니다. 이 시는 형인 조비가 왕위에 오른 뒤에도 아..

예(禮), 사람다움의 실천 [내부링크]

배려하는 인간관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답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징, 긍정적인 속성이 있다'는 뜻을 더해 주는 이 말은 보통 사람이 자신의 소임을 다해서 칭찬하거나 인정해 주는 상황에서 사용합니다. 자신의 일이나 책임을 충실하게 해낼 때 사람다움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천 년 전에 공자도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君君臣臣, 父父子子)이 모두 그 '다움'을 주장하며 각자의 직분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집단입니다. '사람 인(人)' 자의 자형(字形)을 보더라도 작대기가 서로를 받쳐주고 의지하며 서 있는 것처럼 인간도 타인과 소통하면서 서로 부둥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김광규 시인이 에서 말한 것처럼 '오직 하..

법대로 장관이 필요한 시대 [내부링크]

이리복검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 때에 이리라는 법무부 장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하루는 지나간 재판의 기록들을 재검토하다가 본인의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곧 관복을 벗어던지고 죄인의 형상을 한 다음에 문공에게 나아가 자신을 사형에 처해달라고 자청하였습니다. 문공은 "관직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형벌에도 가볍고 무거움이 있기 마련이오. 이 사건은 아랫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그대가 책임질 일이 아니오."라며 이리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리는 "제가 장관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리를 아랫사람에게 양보한 일이 없으며, 남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나누어 준 적이 없었습니다..

언로, 언론과 권력을 잇는 소통의 길 [내부링크]

대간(臺諫)은 어사대의 관원이라는 의미의 '대관(臺官)'과 사간원의 '간관(諫官)'을 합해서 부르는 명칭으로, 임금에게 간쟁(諫諍)하는 관리를 말합니다. 오로지 임금 옆에서 왕을 비롯하여 관료들의 잘못을 간하거나 탄핵하고 인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입니다. 지존에게 껄끄럽고 불편한 말을 올리는 것이 임무라서 자리의 긴장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왕과 대간과의 의사소통을 '언로(言路)'라고 합니다. ≪경제문감≫에서 말한 "대간이 비록 직책은 낮으나 역할은 재상과 동등하다. 궁궐에서 왕과 더불어 시비를 다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간뿐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왕의 의사와 배치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놓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본 적이 있는 "전하, 아니되옵니다."라..

동방규, <소군원> [내부링크]

해석 왕소군의 원망(동방규)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네 저절로 옷이 헐렁해지니 허리를 날씬하게 하려는 건 아닐세 원문 昭君怨(소군원), 東方虬(동방규)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글자풀이 王昭君: 중국 4대 미녀 중 한 명, 한나라의 원제(元帝) 떼 화친을 위해 오랑캐 땅으로 시집감 胡地: 오랑캐 땅 衣帶緩: '의대'는 옷과 띠, '완'은 느슨해짐, 즉 고향 생각에 몸이 말라서 옷이 헐렁해짐 非是: 이것은 ~이 아니다 腰: 허리 감상 이 시는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이라는 세 수의 작품 중에 한 수이며, 시인이 왕소군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상상하며 지은 작품입니다. 왕소군은 중국 4대 미녀(..

이안눌, <산수시> [내부링크]

해석 산수시(이안눌) 사람도 좋고 새 또한 좋은데 하물며 계곡과 산까지 기이함에랴 산속에 한적한 땅이 있으니 나는 이곳에서 늙고 싶구나 원문 山水詩(산수시), 李安訥(이안눌) 人好鳥亦好(인호조역호) 況乃溪山奇(황내계산기) 山中有閑地(산중유한지) 我欲老於斯(아욕로어사) 글자풀이 況: 하물며 ~함에 있어서랴 乃: 어조사로 특별한 의미 없음 奇: 기이하다 欲: ~를 하고자 하다 斯: 이곳 감상 이안눌(1571-1637)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시인입니다. 자는 자민(子敏), 호는 동악(東岳)이며, 시문 창작에 일생을 몰두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당시(唐詩)에 뛰어나 이태백에 비유되기도 하였고, 기발한 시적 표현을 자주 사용하여 문학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제목에서 보이는 대로 산수 자연..

씨와 씨앗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말이 (씨가/씨앗이) 된다. 민들레 (씨가/씨앗이) 바람에 날린다. 설명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씨'와 '씨앗'만 놓고 보면, 뿌리고 심는다는 점에서 서로가 거의 비슷한 어휘처럼 느낍니다. '씨'는 '씨앗'의 준말인 것 외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씨'가 쓰일 수 있는 곳에 '씨앗'은 사용하지 못하는 의외로 많습니다. '씨'는 고추, 호박, 수박, 사과, 참외 등에 어울려서 사용할 수 있으나, '고추 씨앗', '참외 씨앗' 등의 말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습니다. '씨'는 식물의 이름 뒤에 붙어서 복합어의 형태로 사용될 수 있으나 '씨앗'은 그렇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씨앗'의 어원은 '..

국민, 권력을 경계하는 빛 [내부링크]

민심을 거스른 권력 초나라 영왕(靈王)은 가는 허리의 여자만 좋아할 정도로 호색(好色)이 병적으로 지나친 군주입니다. 궁녀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여자들에게도 오직 가는 허리를 강요하여 굶어 죽는 여자들이 생기게 되었고, 이에 분노한 백성들은 영왕이 잠시 수도를 비운 사이에 반란을 일으킵니다. 백성의 마음에서 벗어난 영왕은 산속을 헤매며 굶주리다가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영왕의 동생 비(比)를 추대했지만, 소심한 그는 영왕이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만을 걱정하였습니다. 반면 또 다른 동생 기질(棄疾)은 상대적으로 권력욕이 강하여 영왕이 살아 돌아온다는 유언비어를 활용하였고, 이를 무서워한 비는 결국 자결하였습니다. 기질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초나라 평왕이었습니다. 왕위에 오른 평왕은 영왕을..

21세기 사관인 언론의 역할 [내부링크]

연산군과 사관 조선왕조 오백 년의 정통성을 이끈 왕들은 모두 27명입니다. 이들이 죽으면 종묘에 신위를 모시는데, 이때 공덕을 칭송하는 차원에서 묘호(廟號)도 붙여 줍니다. ≪신당서≫에 '조유공, 종유덕(祖有功, 宗有德)'이라 하여 창업(創業)한 왕에게는 '조', 수성(守成)한 왕에게는 '종'을 붙인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의 왕은 조는 7명, 종은 18명에게 주어졌는데, 후기에는 종보다 조를 좀 더 높게 여겼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리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여기서 제외된 2명의 왕이 바로 광해군과 연산군인데, 이들은 폐위되어 묘호를 받지 못하고 비운과 폭군의 왕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이중에서도 연산군은 조선왕조 최초로 신하에 의해서 쫓겨난 임금이기도 합니다. 폭군으로 기억되는 연산군의 폭정은 역사의 기..

뜰과 마당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얘들아, (뜰/마당)에 나가서 놀아라. (뜰/마당)에 꽃들이 많이 있네요. 설명 '뜰'과 '마당'의 정확한 의미를 구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는 이 두 단어가 조금은 낯설 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뜰'의 사전적인 의미는 '집안에 있는 평평한 빈터'이고, '마당'은 '집 둘레에 반반하게 닦아 놓은 땅'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단어는 모두 울타리나 담 안에 있으면서 집 근처에 딸려 있는 평편한 빈터를 가리킨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럼 미세한 차이를 알아볼까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놀이와 노동의 구분'에 따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뜰'은 화초..

껍질과 껍데기 [내부링크]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국을 끓일 때 감자(껍질/껍데기)을/를 깎아서 넣으면 더욱 맛있다. 책이 오래되어 책 (껍질/껍데기)이/가 모두 찢어졌다. 설명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껍질'과 '껍데기'를 언어 관습에 따라 불편하지 않게 사용해오고는 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두 단어의 쓰임을 알고 사용했던 것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개의 단어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만 쓰일 때 좋은 것이 있지만, 두 갱의 단어를 모두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사전적인 의미로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물질의 막'을 말하고,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소동파, <소아불외호> [내부링크]

해석 어린 아이는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부인이 낮에 어린 아이들을 백사장 위에 놓아 두고 물가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호랑이가 산위로부터 달려드니 부인이 놀라서 당황하여 강물로 뛰어들어 피하였는데, 두 아이는 태연하게 백사장 위에서 놀고 있었다. 호랑이가 한참 동안 곰곰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심지어 머리로 툭툭 건드려서 그 애들이 한번이라도 두려워하기를 바랐으나, 아이들은 어리석어 끝내 호랑이가 무서운 것을 알지 못하니 호랑이 또한 이윽고 마침내 가버렸다. 생각해 보건대 아마도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을 때에는 먼저 위협을 가하지만,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위협 또한 베풀 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원문 小兒不畏虎(소아불외호) 有婦人(유부인)이 晝日(주일)에 置小兒沙上(치소아사상)..

썰매가 '설마(雪馬)'라고? [내부링크]

40~50대의 어른들에게 기억되는 어릴 적 추억 중 하나는 겨울철에 얼음판에서 얼음을 지쳤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을 호호 불어야 하는 추운 겨울 날씨에도 놀거리가 없었던 시골이었기에 꼬챙이 두 개로 얼음판을 찍어 달리며 친구들과 속도 경쟁하는 것이 유일학 낙이었기 때문입니다. 썰매의 기원 이러한 '썰매'의 유래가 어떻게 될까요? 이는 멀리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것입니다. 당시 '설마(雪馬)'라고 하는 운반 도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익의 ≪성호사설≫, 편에 보면 "우리나라 북쪽 변방에는 겨울철이 되면 사냥꾼들이 모두 설마를 이용하게 된다. 산골짜기에 눈이 두껍게 쌓이기를 기다려서 한 이틀 지난 후면 나무로 말을 만드는데 두 머리는 위로 치켜들게 한다. 그 밑..

2음절 한자어에 쓰이는 중요한 법칙 하나 [내부링크]

2음절의 한자어 우리말은 고유어 외에도 외래어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우리말에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한자어의 습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에 2음절로 된 한자어 중에 한자어와 한자어가 결합한 말은 '사이시옷(ㅅ)'을 붙인 것을 표준어로 인정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6개로 '찻간(車間)', '곳간(庫間)', '툇간(退間)', '숫자(數字)', '횟수(回數)', '셋방(貰房)'들이 있습니다. 원래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이 붙지 않는데, 우리말에만 사이시옷을 붙여서 표준어가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차 차(車)'와 '사이 간(間)'이 합해진 한자어의 독음은 '차간'인데, 표준어는 '찻간'이라는 말입니다. 이 6개의 단어들만 예외적..

'열/렬(列)'과 '율/률(率)'의 구분법을 아시나요 [내부링크]

해설 우리말에 '명사+열/렬', '명사+율/률'의 형태가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나올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마다 어떤 것이 표준어이고 비표준어인지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고, 또 그때마다 모든 표준어를 외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이 법칙 하나만 알아두시면 여러분의 국어생활이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먼저 한글맞춤법 제11항에 보면, 우리말에서 '열'과 '율'은 앞에 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받침이 없거나), 오직 앞에 'ㄴ' 받침만 올 때는 무조건 '열'과 '율'로 적으면 됩니다. '列'과 '率'은 각각 본음이 '렬', '률'이지만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서는 속음으로 '열', '율'로 적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단어들이 표준어가 되는..

강백년, <산행> [내부링크]

해석 산행(강백년) 십 리를 가도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텅 빈 산에는 봄 새만 울고 있네 스님을 만나 앞길을 물어보았지만 스님이 가자 길이 다시 헷갈리네 원문 山行(산행), 姜栢年(강백년) 十里無人響(십리무인향) 山空春鳥啼(산공춘조제) 逢僧問前路(봉승문전로) 僧去路還迷(승거로환미) 글자풀이 響: 울리다 山空: 산에 아무도 없다 啼: 울다 逢: 만나다 僧: 스님 還: 다시 감상 강백년(1603-1681)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이조참판과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입니다. 청백리(淸白吏)와 문명(文名)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시호는 문정(文貞)입니다. 이 시는 산속의 적막한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오언절구의 시입니다. 십리를 가도 인적이 나오지 않는 길,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에 적막을 ..

송한필, <우음> [내부링크]

해석 문득 읊다(송한필)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 가련하구나 이 한 봄의 일들이 비바람 속에 오고 가는구나 원문 偶吟(우음), 宋翰弼(송한필)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글자풀이 偶吟: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우연히 시로 읊다 花開: 꽃이 피다 可憐: 가엾고 불쌍함 一春事: 봄밤에 일어난 모든 일들 감상 지은이 송한필(1539-?)은 조선 중기의 학자로 형인 송익필과 함께 문명(文名)이 높았습니다. 율곡 이이는 이들 형제들이 당대 유일하게 성리학을 논할 인물들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언절구의 이 시는 어젯밤에 비를 맞은 꽃이 활짝 피었는데, 반나절 사이에 그 꽃이 비바람에 떨어지고 만 아쉬움을 노..

배려하는 음주 문화 [내부링크]

누가 나은가 삼국시대 위나라에 종요라는 문장가에게는 종육과 종회라는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낮잠을 자고 있는데, 두 아들이 몰래 들어와 술을 훔쳐 먹고 있었습니다. 종요는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계속 잠든 척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아들의 모습을 보니 큰아들은 술에 절을 하고 마시는데, 작은아들은 절을 하지 않고 곧바로 마셨습니다. 아들들의 행동이 궁금해진 종요는 일어나서 그 이유를 물으니, 큰아들은 술을 마실 때 예의를 갖춰야하기에 절을 한 것이고, 작은아들은 도둑질은 본래 예의에 어긋나서 절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첫째는 술에, 둘째는 도둑질에 초점을 맞췄기에 두 형제의 대답이 달랐던 것입니다. 종요는 두 아들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누구의 생각에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

도잠, <사시> [내부링크]

해설 사시(도잠) 봄물은 사방 연못에 가득 차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구나 가을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겨울 산마루에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네 원문 四時(사시), 陶潛(도잠)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秋月揚明暉(추월양명휘)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글자풀이 四澤: 사방의 연못 奇: 기이하다 揚: 날리다 暉: 빛나다 嶺: 산마루 秀: 빼어나다 감상 도잠(365-427)은 중국 동진 때의 시인으로 자는 연명(淵明),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입니다. 지방의 하급 관리로 관직생활을 잠시 하기는 했지만, 평생을 은둔하며 창작에만 몰두하였습니다. 술의 성인, 전원시인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언절구의 이 시는 사계절의 변화를 자..

송시열, <금강산> [내부링크]

해설 금강산(송시열) 산과 구름이 모두 희니 구름과 산의 모습 구별 못하겠네 구름이 걷히자 산만 우뚝 서 있는데 금강산 일만 이천봉이구나 원문 金剛山(금강산), 宋時烈(송시열) 山與雲俱白(산여운구백) 雲山不辨容(운산불변용) 雲歸山獨立(운귀산독립) 一萬二千峰(일만이천봉) 글자풀이 與: ~와 俱: 모두, 함께 辨: 분별하다, 구별하다 容: 용모, 모습 雲歸: 구름이 돌아가다, 구름이 걷히다 감상 이 작품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오언절구 작품입니다. 주자의 학설을 신봉, 실천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으며, 평생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여 정통 성리학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7세기 붕당정치가 활발했을 때 서인 노론의 영수이자 정신적 지주로 활동했으며, 많은 제자들을 ..

생각을 말하는 마따호쉐프 수업 [내부링크]

말하는 공부 노벨상 수상자의 22%, 하버드생의 30%가량이 유대인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면서도 각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유대인과 공부의 상관성을 파악하려면 3천 5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 교육방식의 문화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학교 수업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장면이 눈에 띕니다. 우리의 여느 수업 분위기와는 다르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무슨 말인가를 외치고, 학생들은 쉬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입니다. 수업 내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건네는 이 말은 "네 생각은 무엇이니?"라는 뜻의 '마따호쉐프'입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늘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과 토론을 통..

이인로, <산거> [내부링크]

해석 산에 살다(이인로) 봄이 지났어도 여전히 꽃이 있고 하늘이 맑아도 골짜기는 그늘졌네 밤에 우는 두견새가 대낮에도 울어대니 비로소 내 사는 집이 깊은 줄을 알겠네 원문 山居(산거), 李仁老(이인로) 春去花猶在(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시각복거심) 글자풀이 猶: 아직도, 여전히 晴: 맑다, 개다 陰: 그늘이 지다 杜鵑: 두견새 啼: 울다 卜居: 살만한 곳을 정함 감상 이인로(1152-1220)는 고려 중기의 문신으로, 죽림고회의 한 사람입니다. 한유와 소동파의 시문학을 좋아하였고,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을 저술하여 한국문학사에 본격적인 비평 문학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5언 절구의 이 시는 깊은 산속의 그윽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욕 먹어야 오래 산다(?), 손가락을 조심하자 [내부링크]

손가락의 경고 전한의 13대 황제인 효애황제는 재위 당시 실권은 외척에게 빼앗겼으며, 미소년인 동현을 사랑하며 동성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황제는 비위를 맞춰가며 복종하는 동현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팔베개를 하고 자는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스스로 팔까지 잘랐다고 전해질 정도로 총애한 것입니다. 동현에게 수많은 벼슬과 녹봉을 내리려 하자 안 좋은 소문이 사방에 자자하였고,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신하 왕가는 "천인소지, 무병이사(千人所指, 無病而死)"라는 말로 왕을 경계하였습니다. 이는 "천명(많은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라는 뜻으로, ≪한서≫, 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성이 아닌 몸짓이나 손짓으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비언어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의미를 전달하..

돼지에게 바라는 것은 삼겹살이 아니다 [내부링크]

서러운 돼지 ≪주역≫, 를 설명하는 글에는 돼지를 물고기와 함께 무지한 동물의 대표로 묘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돼지는 조급하고 물고기는 사리에 어두워서 이러한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감동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사람의 신의가 그만큼 진실하다는 것입니다. ≪산림경제≫, 의 기록에도 물에 뜨는 돼지고기는 먹으면 안 되고, 메밀과 함께 하면 머리가 빠지며, 쇠고기와 같이 먹으면 촌백충(寸白蟲)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여타의 문헌에서도 돼지의 용도는 가장 미천하고 하찮은 것이나 소인을 의미하는 것에서부터 불순한 탐욕을 부리는 대상, 왜적과 오랑캐를 빗대어 쓰는 부정적 이미지가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관상학에서도 돼지가 마냥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심술이 올바르지 않고 탐욕스러운 인상을 시시(豕視)..

한문으로 배우는 수학 [내부링크]

해석 어떤 사람이 물건을 사는데 사람마다 돈을 7냥씩 내면 14냥이 부족하고 사람마다 9냥씩 내면 딱 맞았다. 질문: 사람과 돈은 각각 얼마인가? 정답: 사람은 7명, 돈은 63냥이다 원문 有人買物(유인매물)에 人出錢七兩(인출전칠냥)이면 不足一十四兩(부족일십사냥)이요 人出錢九兩(인출전구냥)이면 適足(적족)이라. 問(문): 人(인)과 錢(전)은 各幾何(각기하)오? 答曰(답왈): 人(인)은 七(칠)이요, 錢(전)은 六十三兩(육십삼냥)이라. 글자풀이 有人: 어떤 사람 買: 사다 兩: 엽전을 세는 단위 適足: 정확하게 딱 맞음 幾何: 얼마인가? 해설 이 글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홍대용(1731-1783)의 ≪주해수용≫에 실린 글입니다. 홍대용은 지전설, 무한우주론 등의 독창적인 과학 이론을 주장했던 과..

미꾸라지의 꿈 [내부링크]

고전 속 미꾸라지의 모습 여름철만 되면 생각나는 보양식 중에 하나가 추어탕입니다. 영양가가 풍부하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만원 지폐 한 장으로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으므로,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서민 음식입니다. 인기를 증명이나 하듯 요즘은 탕뿐만이 아니라 전골, 튀김, 만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여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처럼 음식으로서의 진가는 증명했지만, 미꾸라지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부터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추어(鰌魚)는 미꾸라지를 가리키는 한자어입니다. 중국 청나라의 서가가 쓴 ≪청패류초≫, 편에 의하면 '미꾸라지는 추어(鰍魚)로도 쓰는데, 먹을 수가 있고, 모양은 뱀장어와 비슷하며, 길이는 서너치 정도가 된다. 몸은 둥글지만 꼬리는 넓적하고, 색은 청흑색이..

반려견, 정서를 교감하는 가족 [내부링크]

역사 속 개의 모습들 17세기 문인 이응희는 이웃집에서 개를 얻은 뒤에 라는 시를 썼습니다. 개는 무심한 동물이 아니라서 닭과 돼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예전에 집에 묵었던 손님은 잘도 기억해 내며, 어두운 밤이라도 지나가는 낯선 손님을 잘 가려서 여지없이 짖어댄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짐승을 잡는 재주도 매우 민첩하고 청력도 뛰어나서 작은 소리도 귀신같이 잘 듣는 영리한 동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역사 속 이야기에서도 개는 다양한 모습들로 묘사됩니다. 들불을 끄거나 맹수를 물리쳐서 주인을 구하기도 하고, 독약이나 귀신으로부터 주인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주인을 보호하고 목숨을 구하는 충견(忠犬)을 넘어서서 의견(義犬)의 모습으로까지 형상화되기도 합니다. 인간도 못하는, 인간보다 나은 동물..

인생, 써야지 달콤하다 [내부링크]

여름의 대표 과일, 참외 삼국시대 조조의 둘째 아들인 위문제가 신하 오질에게 보낸 편지에는 "맑은 샘물에 달콤한 참외를 띄우고, 차가운 물에 붉은 오얏 담가 놓았네(浮甘瓜於淸天, 沈朱李於寒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 '감과(甘瓜)'는 참외, '주이(朱李)'는 자두를 의미합니다. 맑고 차가운 물에 참외와 자두를 넣었다는 것은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과일을 먹으며 피서를 즐긴다는 의미이며, 당시 여름의 대표 과일 중에 하나가 참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의 화북으로부터 들어온 참외는 조선 땅에서도 인기 있는 과일이었습니다. 연산군은 중국 황제의 생일 축하단인 성절사를 보낼 때에도 참외를 사오라고 명하였고, 승정원에서는 참외를 주제로 시를 짓게도 하였습니다. 별미음식을 소개한 해설서인 ..

옥봉이씨, <자술> [내부링크]

해석 스스로 짓다(옥봉이씨) 근래 안부를 물으니 어떠하신지요? 달 밝은 비단 창가에 저의 한이 많네요 만약 꿈속의 혼령이 다닐 때 자취 있다면 문 앞의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겠지요 원문 自述(자술), 玉峰李氏(옥봉이씨)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白紗窓妾恨多(월백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已成沙(문전석로이성사) 글자풀이 近來: 요즘 紗窓: 비단 창가, 여인의 방에 있는 창 妾: 여인이 자신을 낮춘 1인칭 대명사 若使: 만약 ~라면 已: 이미 沙: 모래 감상 이 시는 본관은 전주, 호는 옥봉이며, 왕실 종친인 이봉지(李逢之)의 서녀 옥봉이씨(?-?)의 7언 절구 작품입니다. 옥봉은 모두 32편의 시를 남겼는데, 어려서부터 시문에 뛰어나 허균과 신흠에 의해 문학성을 인정..

황진이, <영초월> [내부링크]

해석 초승달을 노래함(황진이) 누가 곤륜산의 옥을 깎아 다듬어 직녀의 빗을 만들었나? 견우가 한 번 떠난 뒤로 시름 겨워 푸른 하늘 텅 빈 곳에 던졌네 원문 詠初月(영초월), 黃眞伊(황진이) 誰斲崑山玉(수착곤산옥)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 글자풀이 詠: 읊다 初月: 초승달 斲: 깎다 崑山: 곤륜산 裁: 마름질하다 梳: 빗 愁: 근심 碧空: 푸른 하늘 擲: 던지다 虛: 허공 감상 작가인 황진이(?-?)는 정확한 생몰 연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조선 초·중기에 활동했던 기생입니다. 한시와 시조 창작에 뛰어났으며, 시조 6수는 ≪청구영언≫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대 시·서·악(詩書樂)에 독보적인 능력을 보였고 화담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

이이, <산중> [내부링크]

해석 산속에서(이이) 약초를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으니 수많은 산봉우리 가을 낙엽 속이구나 산사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더니 수풀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오르네 원문 山中(산중), 李珥(이이)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 千峰秋葉裏(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 林末茶烟起(임말다연기) 글자풀이 採: 캐다 藥: 약 忽: 갑자기 裏: 속, 안 汲: 물을 긷다 烟: 연기 감상 율곡 이이(1536-1584)는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대학자입니다. 1564년 과거에 급제하여 대제학, 이조판서를 지냈고, 기호학파를 형성하여 많은 제자를 양성하였습니다. 화자는 약초를 캐러 산에 들어갔다가 눈앞으로 떨어지는 단풍의 황홀한 경치에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길을 찾고자 주위를 둘러보니 시인은 ..

아동학대와 부모의 자격 [내부링크]

아들을 묻어 대신한 효행 ≪삼국유사≫ , 설화에 의하면, 손순은 남의 집에서 품을 팔아가면서 노모를 봉양하는 효심이 극진한 인물입니다. 가난한 형편에 어린 아들이 늙으신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아들은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아내와 상의하여 아들을 땅에 묻기로 결심합니다. 교외로 나가서 아들을 묻으려고 했는데 돌로 만든 종이 나오자 기이한 생각이 들어 집에 가지고 와서 종을 쳐 봤습니다. 맑은 종소리는 궁궐에까지 전해지고 사연을 들은 흥덕왕은 그의 효성을 치하하여 집과 쌀을 하사하였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효를 절대적 가치로 여겨 온 우리 사회에서 효자를 다룬 이야기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순의 효행..

도덕성은 의무를 갖는다 [내부링크]

도덕적 행위와 실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경주 최씨 1347년, 백년전쟁 당시에 프랑스 북부의 항구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를 당하고 맙니다. 일 년을 버티던 칼레시는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왕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한 대가로 시민 대표 6명을 교살하겠다고 선포합니다. 이 말을 들은 칼레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며, 자신이 희생양이 되기를 주저합니다. 그때 칼레시에서 최고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를 필두로, 상인과 법률가 등 6명의 부유한 귀족들이 시민들을 대신하여 희생을 자처합니다. 사형 당일에 왕은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받아들여 이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집니다. 극적으로 살아난 여섯 명의 용기와 희..

이백, <정야사> [내부링크]

해석 조용한 밤의 생각(이백) 침상 앞의 밝은 달빛을 보니 서리가 내렸는지 의심하였네 머리를 들어 산에 걸린 달을 보고 머리를 숙여 고향을 생각하노라 원문 靜夜思(정야사), 李白(이백)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글자풀이 牀: 침상 疑是: 이것이 ~인가 의심하다 擧: 들다 低: 숙이다, 낮다 감상 작가인 이백(706-762)의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靑蓮)으로 성당(盛唐) 때의 시인입니다. 두보와 함께 중국의 시종(詩宗)으로 추앙을 받았으며, 방랑생활을 하면서 여행, 음주, 달빛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이 시는 5언 절구의 짧은 형식 속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시인은..

말의 가치는 몸이 따라야 [내부링크]

말보다 실천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고 말합니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이 지닌 인격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말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고전이나 잠언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을 알기에, 지금까지도 좀더 신중한 언어사용을 당부하는 것입니다. 특히 동양에서는 군자의 인격수양을 위한 필수덕목으로 언행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기에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할 줄 아는데, 올바른 언행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인격을 완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 재여는 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하였습니다. 하지만 스승은 제자가 말로 인해 재앙을 당할까봐 항상 노심..

권필, <도중> [내부링크]

해석 길을 가다가(권필) 해 저물어 외딴 집에 묵으니 산 깊어 사립문도 닫지 않네 닭이 울자 갈 길을 묻는데 단풍잎만 사람을 향해 날리네 원문 途中(도중), 權韠(권필)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 글자풀이 途: 길 日入: 해가 지다 投: 투숙하다, 묵다 掩: (문을)닫다 扉: 사립문 鷄鳴: 닭이 울다, 새벽이 되다 前路: 앞길, 떠나갈 길 黃葉: 낙엽 감상 작가 권필(1569-1612)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정철 문하에 있던 문신입니다.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을 싫어하여 자유 로운 삶을 추구하였고, 술과 시를 즐겼으며, 과거시험에는 뜻을 두지 않은 채 오직 시작(詩作) 활동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이 시는 늦가을 산길을 가다가 해..

인재(人災)를 막아야 인재(人才)다 [내부링크]

멍청한 호랑이는 누구? '노'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몸매가 자그맣고 발톱은 날카로워서 나무에 기어오르기를 잘합니다. 하루는 호랑이가 노에게 머리가 가렵다며 긁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 머리 위로 올라간 노는 머리를 계속 긁어대다가 마침내 구멍을 내고 마는데,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연신 시원한 표정만 짓고 있습니다. 반응을 살핀 노는 느긋하게 호랑이의 골을 파먹다가 맛난 것은 같이 먹어야 한다며 남은 것을 호랑이에게 건네기까지 합니다. 이를 고맙게 여긴 호랑이는 다 먹을 때까지 그것이 자신의 골인 것을 몰랐고, 나중에 호랑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원숭이는 약을 구해오겠다며 재빠르게 도망가고 맙니다. 원숭이에게 당한 호랑이는 길길이 날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명나라 유원경의 ≪현..

실수는 인정할 때 훌륭한 일이 된다 [내부링크]

누가 잘못이 없겠는가 진나라 영공은 양공의 아들로 13년간 통치를 한 군주입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조순이 섭정을 했는데, 어려서부터 거칠고 음란한 행동으로 방탕한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백성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수탈하여 궁전을 장식하거나 높은 누대 위에 올라가 사람을 향해 활을 쏘면서 그 모습을 즐기는 잔악무도한 모습으로 군왕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루는 요리사가 익히지 않은 곰 발바닥 요리를 올리자, 요리사를 죽여 시신을 대나무통에 집어넣은 다음 그 아내가 통을 짊어지고 조정을 지나가게 하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대부인 사회는 군왕의 무도함에 근심만 쌓여갔고, 결국 그는 영공에게 간언을 하기 위해 입궐을 하였습니다. 사회를 본 영공은 일부러 못 본 척 딴짓을 하다가 그가 절을 올리자 먼..

인성과 인성교육, 그리고 헬퍼스하이 [내부링크]

실천적 자극을 통해 행동하는 인재를 위한 인성과 인성교육 고전은... 중국 송나라 때 불교 서적인 ≪벽암록≫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인데,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가 밖에서 알을 깨는 것을 '탁'이라고 합니다. 이는 병아리가 세상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어미도 힘을 보태는 것을 말합니다. 또는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는 표현인데, '병아리-어미'는 '학생-선생'의 관계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재능이나 본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선생은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사람은 누구나 인(仁)한 본성을 지니고 있고, 인(仁) 사상은 모든 사람이 지향해야 할 ..

가도, <심은자불우> [내부링크]

해석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네(가도) 소나무 아래에서 아이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단지 이 산속에 계시건만 구름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다네 원문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賈島(가도)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글자풀이 尋: 찾다 隱者: 세상을 피해 은둔해 사는 사람 遇: 만나다 採: 캐다 只: 다만, 단지 處: (스승이 계신) 곳 감상 가도(779-843)는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잠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던 시인입니다. 후에 한유(韓愈)의 권유로 환속을 하였고, 그에게 시문을 배웠다고도 전해집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고, 세상에 남긴 것은 오로지 병든 말과 거문고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작..

정철, <산사야음> [내부링크]

해석 산사에서 밤에 읊다(정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스님 불러 문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시냇가 남쪽 가지에 달이 걸렸다네 원문 山寺夜吟(산사야음), 鄭澈(정철)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 錯認爲疏雨(착인위소우)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글자풀이 蕭蕭: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의성어 錯認: 잘못 오해하여 알다 疏雨: 성긴 빗소리, 빗방울이 가끔씩 떨어지는 비 爲: ~이다 掛: 걸다 溪: 시내 감상 정철(1536-1593)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입니다. 훈훈한 인간미, 강호 산수의 자연미를 노래한 작품이 많고, 국문학사에서 가사 문학의 대가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 , , 의 가사 네 작품과 시조 107수..

한번 사는 세상, 이름값하며 살자 [내부링크]

남이 부르면 부를수록 값어치가 높아지도록 이름값을 합시다 몇 년 전 재야의 실력자들이나 잊힌 비운의 가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오디션 방식과는 다른 포맷으로 출연자들을 익명으로 만나고 번호로만 부르는 방식입니다. 익명에 가려져 있다 보니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도 충분했고, 출연자들은 최종 TOP10에 올라가거나 탈락이 되고 나서야 본인의 이름을 드러냅니다. 이전까지는 번호가 이름인 무명자(無名者) 상태로만 존재한 것입니다. 순위에 올라서 이름을 달고 부르는 노래는 오롯이 자신의 음악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다가갑니다. 무명가수가 아니라 유명가수로 존재를 드러내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보는 이들도 그제야 번호의 존재를 확인해가며 더욱 열렬히 환호하기..

임제, <말없이 이별하다> [내부링크]

해석 말없이 이별하다(임제) 열다섯 아리따운 소녀가 남이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고 돌아와 중문을 닫아 걸고서 배꽃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흐느끼네 원문 無語別(무어별), 林悌(임제)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글자풀이 越溪女: 아름다운 미녀 상징 羞: 부끄럽다 掩: 닫다 重門: 대문 안에 있는 문 泣: 울다 감상 이 시는 임제(1549-1587)의 5언절구 작품으로, 규원(閨怨)이라는 부제로도 불립니다. 임제는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당대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시풍이 호방하고 시원해서 후대에도 널리 애송되고 있는 시입니다. 임과 이별하는 열다섯의 아리따운 소녀는 남들의 눈에 띌까 부끄러워서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한 상태로 이별을..

리더, 선비정신을 지닌 인재 [내부링크]

21세기 리더는 선비정신을 지니고 자신의 언행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 16세기 초에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에서는 "학문을 하여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學而居位曰士)"을 선비라 하였습니다. 17세기 상촌 신흠은 에서 "몸에 재능을 지니고 나라에서 쓰기를 기다리는 자를 선비라 한다. 그래서 뜻을 고상하게 가지며, 배움을 돈독하게 하며, 예절을 밝히며, 의리를 지니며, 청렴을 떳떳이 여기며, 부끄러워할 줄 알며, 세상에 흔하지 않다.(藏器於身, 待用於國者, 士也, 士所以尙志, 所以敦學, 所以明禮, 所以秉義, 所以矜廉, 所以善恥, 而又不數數於世也.)"라고 정의하였습니다. 18세기 연암 박지원은 "독서를 하면 선비, 정치를 하면 대부(讀書曰士, 從政曰大夫)"라 하여 사대부가 유학을 공부하는 모든 선비들을 일컫는 ..

철면피 세상에 염치를 아는 사람이 되자 [내부링크]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가 아니라 수치를 아는 염치 있는 사람이 되자 송나라 역사를 기록한 ≪송사≫에는 조변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가야금 하나와 학 한마리[一琴一鶴]가 전 재산일 정도로 청렴결백한 관리였습니다. 밤마다 의관을 정제하고 향을 피우며 "하늘에 고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갔기에 다산 정약용도 자경(自警)의 본보기라고 치켜세울 정도였습니다. 그는 관원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어사의 직책을 맡아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모두에게 엄정한 잣대와 원칙을 바탕으로 부정한 관원들을 처벌하였습니다. 상대의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엄격하고 공정한 판단을 한 성품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를 철면어사(鐵面御史)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북몽쇄언≫에 나오는 진사 양광원은 ..

도잠, <학문을 권하다> [내부링크]

시간의 주인이 되어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세요. 해석 학문을 권하다(도잠)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기 어려우니 때를 맞아 마땅히 힘써 노력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원문 勸學(권학), 陶潛(도잠)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글자풀이 盛年: 한창 때의 젊은 나이 重: 거듭, 다시 難: 어렵다 晨: 새벽 及時: 그 젊을 때에 이르러서 待: 기다리다 감상 도잠(365-427)의 자는 연명(淵明)이며,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입니다. 일평생을 은둔하며 지냈지만 많은 작품을 남겨서 당나라 이후 남북조 시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술의 성인이자 전원시인의 대표적 작가입니다. 이 시는 워낙 ..

이건, <걸국화> [내부링크]

해석 국화를 바라다(이건) 맑고 좋은 계절 중양절 가까우니 바로 술꾼이 취하기 좋은 때로구나 섬돌에 국화꽃이 가득 피어 있거든 향기로운 가지 하나 나누어주시오 원문 乞菊花(걸국화), 李建(이건) 淸秋佳節近重陽(청추가절근중양) 正是陶家醉興長(정시도가취흥장) 相見傲霜花滿砌(상견오상화만체) 可能分與一枝香(가능분여일지향) 글자풀이 乞: 빌다, 바라다 重陽: 양수가 겹친 음력 9월 9일 중양절 陶家: 진나라 도간(陶侃)의 집으로, 여기서는 술을 의미 傲霜: 오상고절(傲霜孤節)을 지닌 국화를 의미 砌: 섬돌 枝: 나뭇가지 香: 향기 감상 조선 효종 때의 문신인 해원군 이건(1614-1662)은 할아버지가 선조, 아버지는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입니다. 아버지가 역모 혐의로 제주도에 ..

인간임을 증명하는 예(禮)티켓 [내부링크]

인간의 기본 자격으로서 인간만이 가능한 예(禮) 제나라 제26대 군주인 경공이 어느날 술에 취해 의관을 풀어헤친 채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머리의 관을 벗고 옷도 어지러운 모양을 한 상태로 주변 신하들에게 인자한 사람도 자신처럼 즐길 줄 아는지를 묻자, 인자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인데 어찌 즐기지 않겠느냐며 경공의 비위를 맞춰줍니다. 기분이 좋아진 경공은 어진 재상인 안자(晏子)를 불러오라 명하고, 안자는 조복(朝服)의 예를 갖추고 임금 앞에 나아갔습니다. 안자에게도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기기를 청하니, 안자는 힘이 센 사람도 윗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은 예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경공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합니다. 이어서 천자가 예의가 없으면 사직을 지키지 못하고, 제후가 예의가 없으면 나라를 ..

무릎을 꿇는다는 것 [내부링크]

섬김의 마음을 담아 무릎을 꿇는 사람이 되자 1636년에 일어난 병자호란은 지금까지도 아픈 상처의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임진왜란에 이어 정묘호란까지 외침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청제국은 자신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조선 땅을 쳐들어왔습니다. 미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철퇴를 맞은 조선은 적을 감당할 능력이나 역량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의리와 문화자존의식을 내세우며 항쟁을 주장했던 척화파 김상헌의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습니다. 처참한 상흔만 남긴 채 결국 인조는 삼전도에서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三拜九叩頭禮]를 행하고 맙니다. 무릎을 꿇고 항복을 선언한 파국의 역사는 그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치욕적 단어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한 나라의 ..

말의 무서움을 아는 정치인이 돼야 [내부링크]

막말과 설화(舌禍)가 난무하는 요즘의 현실을 통탄하며, 1432년 5월, 세종은 대신들과 한자리에 모여 참위설을 주제로 경연에 한창입니다. 참위설은 중국 한나라 때 유행한 '미래예언설'을 말합니다. 세종은 "지진은 천재지변 중에 큰 것이니,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었고, 특히 경상도에 많았다. 지진이 하삼도(下三道)에 많으니 오랑캐의 변란이 있지는 않을까 의심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승지 권채가 답하기를, "반드시 어느 일을 잘하였으니 어느 좋은 징조가 감응(感應)하고, 어느 일을 잘못하였으니 어떤 좋지 못한 징조가 감응한다고 하는 것은 억지로 갖다 붙인 사리에 맞지 않는 언론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세종은 "경의 말이 옳으니 천재지이설(天災地異說)을 억지로 채택하지 않겠다."라..

양심, 내 마음의 주인 [내부링크]

지금 내 마음의 주인은 안녕하신가요? 해석 허형이 몹시 더운 날에 하양을 지나갈 때 갈증이 아주 심했다. 마침 길에 배나무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서 취하여 먹었으나, 그는 홀로 바르게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세상이 어지러워 이 배나무는 주인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허형이 말하기를 "배나무는 주인이 없을지라도 내 마음에 어찌 주인이 없겠는가."라고 하였다. 원문 許衡(허형)이 暑中(서중)에 過河陽(과하양)할새 渴甚(갈심)이러니 道有利(도유리)하여 衆爭取食(중쟁취식)이나 而獨危坐(이독위좌)어늘 或言(혹언) 世亂(세란)하여 此無主(차무주)라 하니 曰梨無主(왈리무주)나 吾心豈無主乎(오심기무주호)아 하더라. 글자풀이 許衡: 원나라 때의 학자 暑; 더위 過: 지나다 河陽:..

이규보, <농부를 대신하여 읊다> [내부링크]

가을, 농부가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기억해야 할 시기 해석 농부를 대신하여 읊다(이규보) 밭이랑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검고 추악한 몰골 어찌 사람의 모습이런가 왕손 공자여, 나를 업신여기지 말라 부귀와 호사가 모두 나로부터 나오느니 원문 代農夫吟(대농부음), 李奎報(이규보) 對雨鋤禾伏畝中(대우서화복무중) 形容醜黑豈人容(형용추흑기인용) 王孫公子休輕侮(왕손공자휴경모) 富貴豪奢出自儂(부귀호사출자농) 글자풀이 對雨: 비를 맞다 鋤: 김매다 伏: 엎드리다 畝: 밭이랑 醜黑: 햇빛에 그을려 추하고 검다 容: 용모, 얼굴 休: ~하지 마라 侮: 업신여기다, 모욕하다 儂: 나, 우리 감상 이규보(1168-1241)는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와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의 작가로 잘 알려진 고려시대 ..

최치원, <추야우중> [내부링크]

해석 가을 밤 비 내리는데(최치원)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롭게 읊조리나니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 창 밖에는 밤비 내리는데 등불 앞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 원문 秋夜雨中(추야우중), 崔致遠(최치원)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글자풀이 惟: 오직 苦吟: 괴롭게 읊조리다 世路: 세상길 知音: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 三更: 23~01시(자시) 萬里心: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당나라에 유학 가서 고운, 나은 등의 문인과 교류하면서 문명(文名)을 떨쳤습니다. 귀국 후에도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로 인정을 받았고..

선(善)은 욕심을 가지고 행해야 [내부링크]

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욕심내어 행할 것 극단적 개인주의인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한 양주는 갈림길을 만나자 북으로도 갈 수 있고, 남으로도 갈 수 있음을 슬프게 여기며 울었습니다. 모두를 사랑하는 겸애설(兼愛說)을 제창한 묵적도 염료에 따라 실을 노랗게도 검게도 물들일 수 있음에 슬퍼서 울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회남자≫, 에 전하는데, 서로 다른 학설을 주장한 두 남자의 울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맹자와 순자의 학설을 절충한 양웅의 성선악혼설(性善惡混說)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유는 인간성에 대해 고찰한 에서 사람의 성품을 상중하로 분류하였습니다. 선만 있는 최고의 상품(上品)과 교육으로도 불가능한 하품(下品), 교육에 따라서 결정지을 수 ..

대통령, 언격(言格)을 높이자 [내부링크]

대통령의 막말이 불러온 국격의 훼손과 국치(國恥) 조선왕조는 태조의 건국부터 1910년 한일합방까지 모두 519년 동안의 왕조를 지켜온 나라입니다. 500년이 넘는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근거리에서 왕이 자경(自警)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사관(史官)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록 낮은 벼슬의 직급이었지만, 지존 또한 두려워하는 존재였습니다. 2인 1조로 짝이 되어 각각 왕의 오디오와 비디오를 담당하면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연산군도 세상에 그 누구도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는 사관들만은 늘 껄끄러운 존재였음을 "오직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라는 말..

자녀 인성을 위한 격대교육의 필요성 [내부링크]

자녀 인성교육에 조부모의 지혜가 더해져야! 조선 중기 이문건(1494-1567)은 매일 손자 양육에 대한 일들을 기록했습니다. 손자가 태어나 병치레를 했던 일부터 자라면서 속을 썩이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자못 상세합니다. 현대의 부모들도 따라하지 못할 정도의 자세한 기록을 16년 동안이나 써내려간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손자는 가르침을 잘 받들고 실천하여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조선시대 사대부 최초의 육아일기라고 전해지는 ≪양아록≫입니다. 남녀의 역할이 엄격했던 시대에 할아버지는 손자의 올바른 양육을 위해 일상의 세사한 일들을 일기체 형식으로 남긴 것입니다. 한 세대를 건너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를 가르치는 것을 '격대교육(隔代敎育)'이라고 합니다. ..

자신을 탓하는 지혜 [내부링크]

모든 원인을 나로부터 찾는 반성의 자세가 필요 고려 말 문신 이달충(?-1385)의 는 '칭찬하고[愛] 비난하는[惡] 것에 대하여' 잠언[箴]의 형식을 빌어서 쓴 글입니다. 이 글은 가상의 유비자(有非子)와 무시옹(無是翁)이라는 두 인물을 내세워 타인의 평가나 비난에 대한 대처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비자는 무시옹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물었고, 무시옹은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여기거나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기뻐할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반대로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여기거나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한다면 이 또한 두려워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남이 나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평가를 내리는 사..

김병연, <이십수하> [내부링크]

해석 스무나무 아래(김병연)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가 망할 놈의 마을에서 쉰밥을 얻어 먹네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집에 가서 설은 밥 먹는 것만 못하네 원문 二十樹下(이십수하), 金炳淵(김병연)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四十村中五十食(사십촌중오십사) 人間豈有七十事(인간기유칠십사)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사) 글자풀이 -二十樹: 스무나무, 느티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三十: 서른, '서러운'과 발음이 유사하여 차용 -四十: 마흔, '망할'과 발음이 비슷하여 차용 -五十: 쉰 -食: 밥 -七十: 일흔, '이런'과 발음이 비슷하여 차용 -不如: ~만 같지 못하다 -三十: 서른, '설은(설익은)'과 발음이 유사하여 차용 감상 흔히 김삿갓이라고 불리는 시인인 김병연(1807..

입 속에 호랑이가 산다 [내부링크]

이야기 속 호랑이 고전 속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민화나 문학 속에서의 모습은 어딘가 모자라고 어리숙한 표정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신보다 곶감을 더 무서워해서 울음을 그친 아기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꾀 많은 토끼에게 호되게 골탕을 당해 그림자만 봐도 줄행랑을 치며, 떡 하나만 줘도 목숨을 구제해주던 마음씨 좋은 호랑이는 익살과 해학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처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라면서 조선을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렀고, 한반도의 모습을 호랑이로 형상화해 놓기까지 했습니다. 단군신화부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친근한 동물이었던 것입..

사람 공부가 필요한 인간관계 [내부링크]

인간관계의 회복은 사람 공부에서 시작!!! 공자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도중 진나라와 채나라에 머물렀을 때의 일입니다. 곤경에 처한 공자는 이레 동안 쌀밥은커녕 묽은 국조차 먹지 못하는 형편에 놓였고, 허기를 잊는 유일한 방법은 잠을 청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을 때 안회가 인근의 농부에게 쌀을 구하여 밥을 하게 되었는데, 잠을 자던 공자는 안회가 밥을 한 움큼 집어먹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이 모습을 짐짓 못 본 척하면서 돌아가신 부친에게 깨끗한 음식으로 제사라도 지내고 싶다며 안회의 마음을 떠봅니다. 그러자 안회는 지금 이 밥은 재가 들어가서 안된다고 말하며, 음식을 차마 버릴 수가 없었기에 본인이 집어먹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제야 안회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공자는 믿을..

이신, <민농> [내부링크]

밥상에 오르는 모든 것들이 농부들의 땀의 결실임을!!! 해설 농부를 불쌍히 여기며, 이신 김을 매다가 한낮이 되니 땀방울이 벼 아래 땅으로 떨어지네 누가 알겠는가, 밥상에 오른 밥이 알알이 모두 농부의 고생인 것을 원문 憫農(민농), 李紳(이신)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誰知盤中飱(수지반중손) 粒粒皆辛苦(립립개신고) 글자풀이 -憫: 불쌍히 여기다 -鋤禾: 호미로 벼의 김애 매다 -當: ~에 당하다, '當午'는 '정오에 당하다'라는 의미이므로, 한낮이 되다 -誰知: 누가 ~을 알겠는가 -飧: 저녁밥 -盤: 소반, 쟁반 -粒: 쌀알 -辛苦: 괴로움, 고생 감상 이신(786-846)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체구가 작아서 단리(短李)라고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백거이와 함께 신악..

[수능D-50] 침묵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내부링크]

왜 우리는 생각을 열어 말문을 트는 교육이 필요한가 서로 마주보고 동그랗게 앉아 있는 아이들 가운데 한 학동이 쭈그려 앉아서 눈물을 훌쩍이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아이는 유복(儒服)에 방건(方巾)을 쓴 훈장님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우는 아이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대조적입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본 듯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우는 학동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 장면은 서당에서 글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그려낸 김홍도의 입니다. 조선시대 기본교육을 담당했던 서당은 우리나라 전통 교육의 상징과도 같고, 현대 우리들의 교육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훈장님과 학동들은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천자문≫과 ≪소학≫을 비롯한 많은 경전들을 ..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전통문화로서의 대전 효(孝) 축제를 바라며 [내부링크]

대전 효문화 축제의 성공을 위해 우리 국민에게 까마귀만큼 냉대를 받는 새도 드문 것 같습니다. 까치와 늘 비교를 당하는 까마귀는 민속학에서 악을 동반한 대표적인 흉조(凶鳥)로 묘사됩니다. 까마귀가 아침에 울면 아이, 낮에 울면 젊은이, 저녁에 울면 노인이 죽으며, 새벽에 울면 살인이 날 징조라는 것입니다. 어느 시간에 울어도 불길한 새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입니다. 사람들 마음에서 멀어지다 보니 생김새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백로의 흰빛을 시기한다고도 하고, 우연히 떨어진 배조차도 까마귀의 탓으로 돌려버리니 본의 아니게 누명을 많이 쓴 새가 까마귀입니다. 억울한(?) 까마귀가 한문학으로 날아들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길조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입니다. 예로부터 까마귀는 효를 상징하는 새로..

자신을 이기는 공부 [내부링크]

자신과 비교하여 자기를 이기는 학문을 하라 해석 군자가 하는 공부(학문)은 자기를 위함일 따름이다. 이른바 자기를 위함이라는 것은 곧 장경부가 일찍이 말한 바 "인위적으로 조장함이 없이 저절로 그러함"이다. 가령 깊은 산과 무성한 숲의 가운데에 어떤 하나의 난초가 있어서 하루종일 향기를 내뿜지만 그 난초 자신은 스스로 그것이 향기가 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군자의 '자기를 위함'의 뜻에 맞는 것이다. 원문 君子之學(군자지학)은 爲己而已(위기이이)니라 所謂爲己者(소위위기자)는 卽張敬夫所謂無所爲而然也(즉장경부소위무소위이연야)니 如深山茂林之中(여심산무림지중)에 有一蘭艸(유일난초)하여 終日薰香(종일훈향)이로되 而不自知其爲香(이부자지기위향)이 正合於君子爲己之義(정합어군자위기지의)니라. -≪..

두보, <절구> [내부링크]

해석 절구(두보) 강물이 푸르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르니 꽃은 더욱 불타는 듯하네 올 봄도 본 듯 또 지나가니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갈까 원문 絶句(절구), 杜甫(두보)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글자풀이 -碧: 푸르다 -愈; 더욱, =愈 -然: 불타다, =燃 -是: ~이다, 강조 감상 두보(712-770)는 성당(盛唐) 때의 시인으로, 이백(李白)과 함께 이두(李杜)라 불렸습니다.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들었으며, 지금도 시성(詩聖)이라고 일컬어지는 최고의 시인입니다. 빈부의 차가 심한 세상에 대해 분노가 심했으며, 사회의 불합리한 실정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백의 낭만적인 시풍과 대조적으로 웅혼한 시풍의 특징을 ..

성석린, <송승지풍악> [내부링크]

해석 금강산으로 가는 스님을 송별하며(성석린) 금강산 일만 이천 봉 높고 낮음이 각기 다르다네 그대는 솟아오르는 해를 보게나 어느 봉우리가 가장 먼저 붉어지는지 원문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成石璘(성석린) 一萬二千峰(일만이천봉) 高低自不同(고저자부동) 君看日輪上(군간일륜상) 何處最先紅(하처최선홍) 글자풀이 -之: 가다 -峰: 봉우리 -楓岳: 가을의 금강산 -君: 그대, 2인칭 -日輪: 해 -最: 가장 감상 성석린(1338-1423)은 여말선초의 문인으로, 고려 공민왕 때 대제학을 지냈고, 조선 태종 때는 영의정을 지냈습니다. 시사(詩詞)에 뛰어나 이제현에게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초서를 잘 썼으며, 검소한 생활을 즐겼습니다. 이 시는 일만 이천 개나 되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국민이 간신(諫臣)이다 [내부링크]

고언하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이 지났습니다. 여느 정부처럼 국민의 여망을 실어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어느 정부보다도 불안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퍼컷이 무색하게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는 지지율의 저조로 이어지고, 이른바 '핵관'들의 몸값만 연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처음(?)인 위정자를 위해서 충심으로 보좌하는 것이라고 믿고는 싶지만, 문고리 틈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측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인들 어련할까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지도자의 능력보다 주변에 현명한 신하가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와 신하를 성군(聖君)과 현군(賢君), 간신(諫臣)과 쟁신(諍臣)이라고 칭..

세상의 주체가 되어 변화에 대처해야 [내부링크]

변화를 이끄는 능동적 주체가 돼야 로 유명한 굴원은 기울어가는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백가쟁명의 시대를 살던 시인입니다. 후대인들은 그를 주변의 참언으로 끝내 왕에게 인정받지 못한 채 멱라수에 투신한 불운의 시인으로 기억하는데, 사마천은 "마치 혼탁한 세상에서 빠져나온 듯 티끌 하나 묻히지 않고 살아간 사람"이라고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사마천이 말한 굴원의 모습은 어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어부는 초췌한 얼굴에 몸이 바짝 마르고 여윈 굴원에게 추방당한 이유를 묻습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다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대답합니다. 이를 들은 어부는 "성은은 사물에 얽히거나 막히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서[與世] 변해 옮겨가야 ..

신뢰의 씨앗으로 우정의 결실을 맺는 정신적 벗 [내부링크]

친구, 신뢰의 씨앗으로 우정의 결실을 맺는 정신적 벗 초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코 끝에 파리 크기 정도의 아주 작은 석회 덩어리를 바르고, 석수장이 친구에게 도끼로 그것을 깎아내도록 하였습니다. 석수장이는 재빠르게 도끼를 휘둘러 석회 덩어리를 깎아냈지만, 그 사람은 전혀 겁내거나 동요하지 않았고 상처도 없었습니다. 송나라 임금이 이 이야기를 듣고 석수장이를 불러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석수장이는 지금은 그 친구가 죽어서 시범을 보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장자≫, 에 나오는 이야기로, 장자가 벗인 혜자의 묘 옆을 지나면서 말한 일화입니다. 보통 최고의 경지를 지닌 빼어난 기술자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운근성풍(運斤成風)'의 고사로도 쓰이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신뢰가 쌓인 진정한 벗과의..

돈, 욕망으로 쩐 세상 [내부링크]

돈,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는 없는 것 진나라 왕연은 고상한 인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재능이 뛰어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용모도 출중하였으며, 세속의 속된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돈'을 가장 속된 것으로 치부하여 돈이라는 말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왕연의 입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도록 시험하고자 여종을 시켜서 그가 잠든 사이에 동전을 침상 주변에 가득 쌓아놓게 하였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왕연은 침상 주변에 가득한 동전들을 가리키면서 "거각아도물"이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이것들을 모두 집어치워라"라는 의미로, 이때 '아도(阿堵)'는 당시의 속어로 '이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후로 '이 물건'을 의미하는 '아도물'이 돈의 별칭으로 ..

검소함과 사치함 [내부링크]

검소함과 사치함 해석 검소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고, 검소하면 구하는 것이 적으며, 검소하면 집안을 이룰 수 있고, 검소하면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으며, 검소하면 자손에게 성취한 것을 물려줄 수 있다. 사치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지 못하고, 사치하면 구하기를 탐하게 되며, 사치하면 집안을 망치게 되고, 사치하면 하찮은 존재로 떨어지게 되며, 사치하면 자손을 훈육할 수 없다. 이해가 상반됨이 이와 같다. 원문 서유구, ≪임원경제지≫ 儉則足用, 儉則寡求, 儉則可以成家, 儉則可以立身, 儉則可以傳子孫. 奢則用不給, 奢則貪求, 奢則破家, 奢則揜身, 奢則不可以訓子孫. 利害相反, 如此. 해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절약을 생활화, 습관화해야 한다고 배워 왔습니다. TV 예능에서도 모 연예인들의 짠돌이성(?) 절약 정신에..

신독과 무자기 [내부링크]

자신이 가장 어려운 존재 후한의 양진은 청렴결백한 관리입니다. 일전에 동래 태수로 있을 때에 왕밀이란 자를 천거한 일이 있었는데, 그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밤중에 금 열 근을 가지고 양진을 찾아왔습니다. 금을 양진에게 바치면서 지금은 한밤중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안심하고 받으라 청합니다. 그러자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爾知), 내가 아는데(我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냐며 단번에 거절합니다. 양진의 이러한 반응에 당황한 왕밀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며 돌아갔습니다. 밤이 깊어서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의 '모야무지(暮夜無知)'와 '양진사지(楊震四知)'라는 고사로, ≪후한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남과 함께 있는..

김정희, <추정> [내부링크]

가을 농촌의 한가로운 정경 해설 가을 마당(김정희) 노인은 기장 멍석을 지켜보고 있는데 집안 가득 가을 햇볕이 밝구나 닭은 풀벌레를 뒤쫓아가서 국화꽃 깊은 곳에서 울어대네 원문 秋庭(추정), 金正喜(김정희) 老人看黍席(노인간서석)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글자풀이 -黍: 기장 -秋陽: 가을 햇볕 -鷄: 닭 -逐: 쫓다, 물리치다 -鳴: 울다 감상 작가인 김정희(1789-1856)는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서화가로, 추사와 완당의 호를 사용하는 학자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추사체라는 서체를 완성하였고, 금석문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5언 절구의 이 시는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고, 공간적 배경은 시골 농촌입니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멍석을 지키는 노인과 풀벌..

진정한 고수 [내부링크]

자만을 경계하라 중국 주나라의 선왕은 닭싸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왕은 당대 최고의 투계 조련사인 기성자에게 싸움닭의 조련을 부탁합니다. 열흘 정도가 지난 뒤 왕은 닭이 잘 훈련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기성자는 닭이 아직 허세를 부리고 교만하여 자신의 기운만을 믿고 있다고 말하였고, 열흘이 지나자 왕은 다시 물었습니다. 이에 기성자는 아직도 다른 닭을 노려보고 공격적이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낸다고 답합니다. 조련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기성자는 만족함을 보이며 왕에게 닭을 바치며 말합니다. 이제는 다른 닭들이 싸움을 걸거나 울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이 완전한 덕을 갖추었다[木鷄之德]는 것입니다. ≪장자≫,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목계지덕'이 현대..

견공(犬公)의 충성 [내부링크]

충견(忠犬)과 주구(走狗)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보면 전라도 남원에 사는 김개인이란 사람은 개를 몹시 사랑한 인물입니다. 하루는 그가 술에 취하여 길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갑자기 들불이 번지면서 주인이 위험에 처하자 개는 몸에 물을 젹서서 주인을 살린 뒤 죽고 말았습니다. 술이 깨어 자초지종을 알게 된 주인은 개를 좋은 곳에 묻어주었는데, 그곳에서 나무가 자라나 후에 그 지역을 오수(獒樹)라고 명하였습니다. 현재 전북 임실에 있는 오수역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충견(忠犬)의 이야기입니다. 반면 ≪사기≫에는 제나라 책사인 괴통이라는 신하가 나오는데, 그는 왕 한신에게 한나라를 배반하고 천하를 삼분(三分)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모반을 꾀한 괴통을 삶아 죽이려 하니, ..

예(禮), 존경과 정성을 표현하는 사람다움 [내부링크]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지 사람이지 우리는 가끔씩 일상생활에서 '~답다'라는 표현을 듣습니다.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징, 긍정적인 속성이 있다'라는 뜻을 더해 주는 이 말은 보통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