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꽃말 [내부링크]

단편소설 - 꽃말 대로변에 누더기를 걸친 한 백발의 남자가 그 행색에 어울리지 않는 값비싼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찢어진 누더기 사이로 어슴푸레 비치는 황금빛 시계를 보고 혹여 도둑인가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대충 훑어보면 길거리의 흔한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 남자에게 눈길을 스치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겨 다행히도 그에게 딴지를 거는 이는 없었다. 남자는 한때 저명한 식물학자였다. 그를 지나치는 이들은 그들이 즐겨 마시는 향긋한 차를 우려내는 꽃잎의 이름이 그가 두 달 동안이나 전전긍긍해 지어낸 것임을 모를 것이다. 남자는 한때 재능 있는 작곡가였다. 그를 지나치는 이들은 그들이 창문 밖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과 함께 공허한 낙조 속에 빠져들 때 듣는 노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