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0202의 등록된 링크

 s20202로 등록된 티스토리 포스트 수는 60건입니다.

박연의 피리(성현) [내부링크]

대제학(大提學) 박연(朴堧)은 영동(永同)의 유생이다. 젊었을 때에 향교(鄕校)에서 학업을 닦고 있었는데 이웃에 피리 부는 사람이 있었다. 제학은 독서하는 여가에 겸하여 피리도 배웠다. 온 고을이 그를 피리의..

기예론(정약용) [내부링크]

하늘이 날짐승과 길짐승에게는 발톱과 뿔을 주고 단단한 발굽과 예리한 이빨을 주었으며 여러 가지 독(毒)을 주어서, 각기 하고 싶어하는 것을 얻게 하고 외부로부터의 습격을 막아 낼 수 있게 하였는데, 사람에게..

미운 간호부(주요섭) [내부링크]

어제 S병원 전염병실에서 본 일이다. A라는 소녀, 7, 8세밖에 안 된 귀여운 소녀가 죽어 나갔다. 적리(赤痢)로 하루는 집에서 앓고, 그 다음 날 하루는 병원에서 앓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에는 시체실로 떠메..

피딴문답(김소운) [내부링크]

"자네, '피딴'이란 것 아나?" "피딴이라니, 그게 뭔데……?" "중국집에서 배갈 안주로 내는 오리알[鴨卵] 말이야. '피딴(皮蛋)'이라고 쓰지." "시퍼런 달걀 같은 거 말이지, 그게 오리알이던가?" "오리알이지. 비..

불국사 기행(현진건) [내부링크]

7월 12일, 아침 첫 차로 경주를 떠나 불국사로 향했다. 떠날 임시에 봉황대(鳳凰臺)에 올랐건만, 잔뜩 찌푸린 일기에 짙은 안개는 나의 눈까지 흐리고 말았다. 시포(屍布)를 널어 놓은 듯한 희미한 강줄기, 몽롱한..

마고자(윤오영) [내부링크]

나는 마고자를 입을 때마다 한국 여성의 바느질 솜씨를 칭찬한다. 남자의 의복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호사가 마고자다.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같은 다른 옷보다 더 값진 천을 사용한다. 또, 남자옷에 패물이라면..

딸깍발이(이희승) [내부링크]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南山)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別號)가 생겼는가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

심춘순례서(최남선) [내부링크]

우리의 국토는 그대로 우리의 역사이며, 철학이며, 시이며, 정신입니다. 문학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입니다. 우리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 위에 박혀..

수묵화의 행복론(신일철) [내부링크]

달콤한 사탕을 먹던 입으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심심하고 밍밍한 것이 영 맛이 없다. 사람의 미각은 달거나 맵고 짠 양념이 너무 강하면 음식의 제 맛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향신료(음식물에 맵거나 향..

조선 청년에게(한용운) [내부링크]

새해를 맞이하면서 조선청년에게 몇 마디 말을 부치게 되는 것도 한때의 기회라면 기회다. 그러한 말을 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할 말이 하도 많아서 이루 다 할 수가 없을 것 같더니, 글을 쓰려고 붓을 들고 보니..

조선의 영웅(심훈) [내부링크]

우리 집과 등성이 하나를 격한 야학당에서 종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 편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에는 아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 가는 소리와, 아홉 시 반이면 파해서 흩어져 가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헐려짓는 광화문(설의식) [내부링크]

헐린다, 헐린다 하던 광화문은 마침내 헐리기 시작한다. 총독부 청사 까닭으로 헐리고 총독부 덕택으로 다시 지어지리라 한다. 원래 광화문은 물건이다. 울 줄도 알고, 웃을 줄도 알며, 노할 줄도 알고, 기뻐할 줄..

설(전숙희) [내부링크]

설이 가까워 오면, 어머니는 가족들의 새 옷을 준비하고 정초 음식 차리기를 서두르셨다. 가으내 다듬이질을 해서 곱게 매만진 명주로 안을 받쳐 아버님의 옷을 지으시고, 색깔 고운 인조견을 떠다가는 우리들의..

시일야방성대곡(장지연) [내부링크]

지난 번 이등(伊藤) 후작이 내한했을 때에 어리석은 우리 인민들은 서로 말하기를, "후작은 평소 동양삼국의 정족(鼎足) 안녕을 주선하겠노라 자처하던 사람인지라 오늘 내한함이 필경은 우리 나라의 독립을 공고..

방망이 깎던 노인(윤오영) [내부링크]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슬견설(이규보) [내부링크]

어떤 손[客]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사람이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

이상한 관상쟁이(이규보) [내부링크]

어떤 관상(觀相)쟁이가 있었다. 그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며, 상서(相書)도 읽지 않았고, 재래의 관상법도 따르지 않으면서 이상한 상법으로 관상을 보므로, 사람들이, “이상한 관상쟁이[異相者]”라 불렀다. 그..

규중 칠우 쟁론기(작자 미상) [내부링크]

이른바 규중 칠우(閨中七友)는 부인내 방 가온데 일곱 벗이니 글하는 선배는 필묵(筆墨)과 조희 벼루로 문방 사우(文房四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잰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이러므로 침선(針線) 돕는 유를 각..

교양의 정신(최재서) [내부링크]

교양은 궁극적으로 개성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이 경우, 개성이란 일종의 처녀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다. 처녀지를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제초를 하고 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개발과..

작품애(이태준) [내부링크]

어제 경성역으로부터 신촌오는 기동차에서이다. 책보를 메기도 하고, 끼기도 한 소녀들이 참새떼가 되어 재깔거리는 틈에서 한 아이는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흑흑 느껴 울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우는 동무에게..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박완서) [내부링크]

<신나는 일 좀 있었으면> 가끔 별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고 싶은 충동 같은 것 말이다. 마음속 깊이 잠재한 환호(歡呼)에의 갈망 같은 게 이런 충동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

초설에 부쳐서(류달영) [내부링크]

막 어느 날 나는 텅 빈 운동장에서 두 팔을 앞뒤로 높이 휘저으면서 혼자 걸어가는 한 어린이를 지나쳐 볼 수가 있었다. 밤 사이 내린 첫눈으로 뒤덮인 운동장은 동녘 하늘에 솟아오르는 햇살에 더욱 눈이 부시었..

죽음(김형석) [내부링크]

맑은 아침이었다. 밀렸던 원고를 정리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이게 웬일일까? 약 먹은 쥐를 먹은 모양이지? 저걸 어쩌나?" 걱정하시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아마 나에게도 들려주어야겠다는 심산인 것 같..

생활인의 철학(김진섭) [내부링크]

철학을 철학자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결코 무리한 일은 아니니, 왜냐 하면, 그만큼 철학은 오늘날 그 본래의 사명――사람에게 인생의 의의와 인생의..

가난의 철학(한완상) [내부링크]

1 가난은 미워하되 가난한 사람은 돌보아야 하고, 가난은 물리쳐야 하되 가난한 사람은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얼핏 듣기에 모순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가만히 따지고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가난은 물..

은전 한 닢(피천득) [내부링크]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

들사람 얼(함석헌) [내부링크]

들사람 이야기 요(堯)는 천하를 얻어 임금이 된 다음, 세상에서 자기의 다스림을 어찌 아나 알아보려고, 한번은 시골로 나갔다. 밭에서 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농사꾼을 보고 슬쩍, "당신은 우리 나라 임금을 아시..

행복의 메타포(안병욱) [내부링크]

[1] 앉은뱅이꽃의 노래 괴테의 시(詩) 가운데 「않은뱅이꽃의 노래」라는 시가 있다. 어느 날, 들에 핀 한 떨기의 조그만 앉은뱅이꽃이 양의 젖을 짜는 순진 무구한 시골 처녀의 발에 짓밟혀서 시들어 버리고 만다..

경주(김태길) [내부링크]

팔자를 따라 타고난 두 다리가 유난히 길었다. 이것은 체질이 눈에 띄게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달음박질에 있어서만은 같은 또래 어린이들을 대략 물리칠 수 있는 조건, 이를테면 만사에 공평무사한 신의 섭리의 나..

지조론(조지훈) [내부링크]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

차마설(이곡) [내부링크]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일야구도하기(박지원) [내부링크]

하수(河水)는 두 산 틈에서 나와 돌과 부딪쳐 싸우며, 그 놀란 파도와 성난 물머리와 우는 여울과 노한 물결과 슬픈 곡조와 원망하는 소리가 굽이쳐 돌면서, 우는 듯, 소리치는 듯, 바쁘게 호령하는 듯, 항상 장성..

권태(이상) [내부링크]

1 어서- 차라리- 어두워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僻村-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아주 외진 시골 마을)의 여름날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동에 팔봉산. 곡선은 왜 저리도 굴곡이 없이 단조로운고? 서를..

낙엽을 태우면서(이효석) [내부링크]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 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움직이는 고향(허세욱) [내부링크]

어머님이 홀로 되신 지 어언 2년이 다가온다. 그러니까 내 마음의 포근한 고향도 때마다 봇짐을 싸듯이 자리를 옮기기 2년이 가까워온다. 고향이 고향으로 불리우는 내력은 많다. 누구는 자기가 출생한 곳을, 누구..

우덕송(이광수) [내부링크]

금년은 을축년(乙丑年)이다. 소의 해라고 한다. 만물에는 각각 다소의 덕(德)이 있다. 쥐 같은 놈까지도 밤새도록 반자위에서 바스락거려서 사람에게, "바쁘다!" 하는 교훈을 주는 덕이 있다. 하물며 소는 짐승 중..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김용준) [내부링크]

골동집 출입을 경원한 내가 근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 옆에 꽤 진실성 있는 상인 하나가 가게를 차리고 있기로 가다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한담(閑談)을 하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의자고(조경희) [내부링크]

의자란 나무와 돌로 만든 물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왕좌가 될 수도 있고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보좌하기 위한 희생의 정신을 있는 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어쨌든 의자는..

길(박이문) [내부링크]

뱃길, 철길, 고속 도로(高速道路), 산길, 들길, 이 모든 길들은 그냥 자연 현상(自然現象)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 인간의 언어(言語)다. 언어는 인간만의 속성(屬性)이다. 그러기에, 인간만의 세계에..

길(박종홍) [내부링크]

1 누구나 경험하였음직한 일이지만 나 자신도 몇 해 동안의 피난살이를 하다가 환도한다고 서울역에 내렸을 때, 한편 반갑기는 하면서도 어딘지 허전함을 느꼈다. 모두가 초토가 되어서 형편없이 되었건만 그런대..

글을 쓴다는 것(김태길) [내부링크]

사람은 가끔 자기 스스로를 차분히 안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나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느 곳에 어떠한 자세로 서 있는가? 나는 유언무언(有言無言) 중에 나자신 또는 남에게 약속한 바를 어느 정도까지 충..

면학의 서(양주동) [내부링크]

독서(讀書)의 즐거움! 이에 대해서는 이미 동서(東西) 전배(前輩)들의 무수(無數)한 언급(言及)이 있으니, 다시 무엇을 덧붙이랴. 좀 과장(課長)하여 말한다면, 그야말로 맹자(孟子)의 인생 삼락(人生三樂)에 모름..

양잠설(윤오영) [내부링크]

어느 촌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훤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 방에서 누에가 풀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투어서 뽕잎 먹는 소리가 마치..

수필(피천득) [내부링크]

수필(隨筆)은 청자 연적(靑瓷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책(이태준) [내부링크]

책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 '책'보다 '冊'이 더 아름답고 더 책답다. 책은 읽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 어루만지는 것인가? 하면 다 되는 것이 책이다.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건 책에게 너무 가혹..

구두(계용묵) [내부링크]

구두 수선(修繕)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는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구,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잘 준비된 말을(이해인) [내부링크]

매우 어줍잖은 글이긴 하지만, 나는 어느 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어 원고 청탁도 꽤 자주 받게 되고, 그러다 보니 더러는 거절을 한다 해도 늘상 글빚을 많이 지고 사는 셈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 [내부링크]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가난한 날의 행복(김소운) [내부링크]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歡迎)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인연(피천득) [내부링크]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출강을 하게 된 것은, 주 수녀님과 김 수녀님이 내 집에..

특급품(김소운) [내부링크]

일어(日語)로 '가야'라고 하는 나무 - 자전에는 '비(榧)'라고 했으니 우리말로 비자목이라는 것이 아닐까. 이 비자목으로 두께 여섯 치, 게다가 연륜이 고르기만 하면 바둑판으로는 그만이다. 오동으로 사방을 짜..

백설부(김진섭) [내부링크]

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도회인으로서 비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을 즐기는 것은 비단 개와 어린이들뿐만이 아닐 것이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온..

그믐달(나도향) [내부링크]

나는 그믐날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날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이 동시에 가슴이 저리도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

나무(이양하) [내부링크]

나무는 덕(德)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는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

매화(김용준) [내부링크]

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 수목 빛깔로 퇴색해 버린 장지 도배에 스며드는 묵혼처럼 어렴풋이 한두 개씩 살이 나타나는 완자창 위로 어쩌면 그렇게도 소담..

모송론(김진섭) [내부링크]

인생(人生)이 너무나 불행한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어머니를 모실 수 있다는 점만은 행복한 일입니다. 이 세상에 생(生)을 받은 우리의 찬송(讚頌)은,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첫째 우리들의 어머니 위..

해바라기(유진오) [내부링크]

이렇다 할 아무런 업적도 남긴 것 없이, 벌써 인생의 절반을 살아 온 내다. 20 전후의 불타오르는 듯하던 정열을 생각하면, 지나간 열다섯 해 동안 무엇을 해 온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깐으로는 허..

돌의 미학(조지훈) [내부링크]

돌의 맛그것도 낙목한천(落木寒天)의 이끼 마른 수석(瘦石)의 묘경(妙境)을 모르고서는 동양의 진수를 얻었달 수가 없다. 옛 사람들의 마당 귀에 작은 바위를 옮겨다 놓고 물을 주어 이끼를 앉히는 거라든다, 흰..

풍란(이병기) [내부링크]

나는 난을 기른 지 20여 년, 20여 종으로 30여 분까지 두었다. 동네 사람들은 나의 집을 화초집이라기도 하고, 난초 병원이라기도 한다. 화초 가운데 난이 가장 기르기 어렵다. 난을 달라는 이는 많으나, 잘 기르..

나의 사랑하는 생활 (피천득) [내부링크]

나는 우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지금 돈으로 한 오만 환쯤 생기기도 하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러면 그 돈으로 청량리 위생병원에 낡은 몸을 입원시키고 싶다. 나는 깨끗한 침대에 누웠다가 하루에 한두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