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하는 날


벌초하는 날

아파트 정원의 풀잎 냄새가 진동하면서 굉음을 울린다. 눈길을 돌리니 아파트 조경의 잡풀을 깎는 일이다. 가을비가 내릴 모양으로 대기는 음산해 보인다. 풀냄새가 더욱 진동한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달라졌다. 점점 매미 소리도 멀어진다. 벌초 시기로 분주한 요즈음 나 역시 오래전의 일이 떠오른다. 세어보니 약 20년이 훌쩍 넘은 일이다. 나는 집안의 모든 책임을 맡고 있었다. 윤년이라 오랜 숙원사업인 이장을 하기위해 겸사겸사 찾았던 부모님의 고향이다. 서울서 지관을 모시고 경주 근처 양동이란 마을을 찾았다. 할아버지가 사시던 곳과 아버님이 태어난 곳이었다. 용천수가 나오는 집 구조라 한 번씩 밟아주는 것이 좋다고 지관은 권유한다. 뒷산에는 집안의 산소들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친할머니의 산소로 향했다. 나의 친할머니는 원 별감 댁 따님으로 시집올 때 친정에서 땅을 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의 땅에 묻히셨다. 혼자 쓸쓸히 계셨다. 할머니는 우리에겐 아무런 추억이 없다. 다만 ...


#벌초하는날 #예초기

원문링크 : 벌초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