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꿈 - 정호승


[시]  꿈  - 정호승

꿈 눈사람 한 사람이 찾아왔었다. 눈은 그치고 보름달은 환히 떠올랐는데 눈사람 한 사람이 대문을 두드리며 자꾸 나를 불렀다. 나는 마등에 불을 켜고 맨발로 달려나가 대문을 열었다. 부끄러운 듯 양볼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눈사람 한 사람이 편지 한 장 내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밤새도록 어디에서 걸어 온 것일까 천안 삼거리에서 걸어 온 것일까 편지 겉봉을 뜯자 달빛이 나보다 먼저 편지를 읽는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정호승님의 꿈입니다. 저도 당신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었다고 앞으로 당신의 50년 후의 모습까지 사랑하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 지금... 마음에 사람을 두면 느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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