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과 줌아웃


줌인과 줌아웃

한때는 사진에 빠져 있었습니다. 15미리 단렌즈부터 300미리 망원렌즈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세상에서 이쁘다고 하는 것들은 다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필름카메라 시절이었습니다. 사진이란게 참 묘해서 같은 피사체라도 어떤 렌즈를 쓰느냐에 따라 화첩에 남겨둘 것이 나오기도 하고 쓰레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교과서에서는 단렌즈로 광활한 원경을, 망원렌즈로 세밀한 근경을 찍으라고 하지만 저는 종종 줌인과 줌아웃을 반대로 했습니다.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사진이 나왔기 때문이죠. 음악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실내악을 처음 들을땐 각 파트가 주고받는 선율 하나하나를 새겨듣는 맛에 흠뻑 빠져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곤해졌습니다. 내가 음악을 공부하는건지 감상하는건지 구분이 안되더군요. 오케스트라도 처음엔 쾅쾅쾅 영혼을 두드리는 소리와 가슴 뻐근함을 즐겼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이 마지널해지더군요. 그러다 언제부턴가 듣는 버릇이 바뀌었습니다. 실내악은 전체가 들려주는 하모니를 듣고 오케스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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