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만화경

보잘 것 없이 갈라져 버린 그림이 숨어있는 암실 사각사각 입을 벌려 일그러진 내일을 갉아먹는 리듬 다정하게 오염이 된 미지근한 바람 금지된 노래를 부르던 암탉의 비틀어진 목 흐르지 않던 계절 마모되어 버린 호흡 시퍼렇게 멍이 든 시들어버린 허공 무관심하게 흘러내린 연락이 없던 시간 머뭇거리다 안개가 되어 버린 새벽 으스러진 몸을 긁어오는 꼬리 비틀거리는 소리를 내는 잃어버린 손톱 잘려진 망상을 비집고 나오는 착각 사라져 버린 찌꺼기로 만든 싱크홀 이미 한쪽 눈을 잃어버린 거울 굴절된 소리로 천박스럽게 날 만지는 림보 스스럼 없이 마술의 노래를 부르는 미로 서성거리는 유령의 저물어가는 머릿속 아슬하게 매달려 울고 있는 처참한 향기 뒤틀린 채로 웃는 절름발이 이미 한쪽 눈을 잃은 새 설익은 호흡 매스꺼운 지저귐 괴상한 소리로 우는 빛 허름한 집착을 삼켜버린 손바닥 사정없이 나를 몰아세우는 병든 행복의 끝 음흉한 환상 뒤섞여 버린 삶 끔찍이 우는 믿음 나를 숨기는 나를 버리는 너를 훔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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