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독립 첫걸음


[조각글] 독립 첫걸음

친척들이 나를 부르던 아명이 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여전히 나는 아명으로 불리고 있고, 또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O남' 셋째 아들을 낳길 바라는 흔한 이유였다. 장손으로 대를 이어야 하는 그 세대의 끝에서 나는 둘째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촌스러웠던 아명이 호적으로 올라가진 않았지만, 현재 내 무난한 이름도 별 다를게 없다. 이름에 잘 쓰지 않는 내 이름 속 한자를 예전엔 특별하다고 착각했다. 언니는 '영글어라', 아들은 철학관에서 귀히 지어준 이름, 나는 '지혜를 이어라' 즉 대를 이어라는 의미의 이름. 시작부터 내 존재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었나보다. 남자아이로 태어나지 못해 다음은 꼭 아들을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존재였지, 오직 내가 잘 살길 바라며 지어준 이름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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