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억


아버지의 기억

우리 아버지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주무시고, 식사하시고, 화장실 가시고 우리 아버지는 태어났을 때 귀여운 아가로 되돌아가셨다.

꿈 속을 걷는 눈빛으로 해맑게 웃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 안에 슬프게 다가와 귀여운 아가를 대하 듯 미소를 머금게 한다. 아버지의 모든 수발을 오로지 엄마가 감당하고 있으니 우리 자식들은 그저 아버지와 손꼽놀이하 듯 놀다 오면 그만이다.

어느 날은 알아보지 못하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생생히 알아 보는 날도 있다. 어렴풋이 기억하시는 날은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사과를 깍아 주신다.

사과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자식이 내려가면 항상 사과를 소복히 깍아 주시며, 먹으라고 성화셨다. 그 때는 너무 많이 깍는다며, 투덜대고, 꾸역꾸역 먹었었는데, 아버지가 그것을 기억하시는 모양이다.

좀 더 맛나게, 좀 더 즐겁게 먹을 것을~ 어느날 쇼파에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있는데, "사과 깍아 줄까?" 물으신다.

"응, 깍아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어나셔서, 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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