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너의 온기를 느낀다


하지만 난 너의 온기를 느낀다

나는 구를 먹었다. 나의 목덜미를 쓰담아주던 구의 입술과 구를 살아 숨 쉬게 만들어주었던 구의 심장과 내가 선명하게 비추어졌던 구의 눈알까지도. 얼마나 따스한가. 구의 온기를 나의 몸 전체로 느끼고 있다. 핏속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나는 너를 먹음으로써 죽을 이유가 없어졌다. 비록 너는 나의 목덜미를 쓰담어 줄 수 없으며 내 얼굴에 닿던 너의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없고 너의 눈 안에 있었던 나도 이제 볼 수 없다. 하지만 난 너의 온기를 느낀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너와 나의 심장의 개수를 더하면 1이며 내가 내뱉는 숨들은 너의 숨이고 이젠 영원히 같은 곳을 바라보니까. 구야. 대답해 봐. 구야. 살아있다고 말 좀 해봐. 구가 말했던 문장들을 머릿속에 전부 넣어둔 나는 그 말들을 하나씩 뱉으며 구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진영_구의 증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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