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다는 것은 / 안차애


길들여진다는 것은  / 안차애

길들여진다는 것은 / 안차애 날 오이 한 개 송송 썰어 주전자에 담고 이슬 소주 한 병을 붓는다 강하고 센 소주 기운이 청 오이 서늘한 담 향에 삼투되기를 즐겁게 기다린다 가시를 발라내고 얌전한 안주가 된 광어처럼 지금 소주도 가시를 발라내고 있는 것이다 역한 냄새의 가시, 오래 성질 부리는 숙취의 가시.... 청 오이 맑은 날에 거친 가시들을 발라내고 나면 나긋나긋하고 빛 고운 새 술이 흰 잔 가득 넘칠 것이다 문득, 센 것 역한 것들 훌훌 털어 내고 가벼워진 소주말고 소주의 성질을 얌전히 받아낸 주전자 속 오이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나와 같이 사는 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급하고 마른 기질의 불 가시를 묵묵하게 받아낸 식구들 가슴 속 안부가 새삼 아프게 궁금하다 출처 : [징검 다리] 언어의 행간을 밟고 징검징검 시를 찾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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