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수리공 / 이서화


날씨 수리공 / 이서화

날씨 수리공 / 이서화 부러진 빗줄기가 흩어진 눈송이를 본 적 없지만, 날씨를 수리하는 수리공을 본 적은 있다 양동이에 빗물을 받거나 지붕에 쌓인 눈 더미를 치우는 수리법이 아니라 날씨들의 뒤끝, 우산이라든가 눈이 녹지 않은 오르막에 모래를 뿌리는 일을 하는 수리공을 많이 봤다 서둘러 장독 뚜껑을 덮거나 빨래를 걷는 일도 알고 보면 날씨를 수리하는 일이다 앞서가는 절기들에 도착하는 계절 모두 수리하고 손을 봐야지만 싹이 트고 까끄라기가 생기고 보리숭어들이 연안을 지나간다 고인 물의 물꼬를 트는 일, 새가 둥지를 떠나는 일도 모두 관련이 있는 것 날씨 수리는 끝이 없고 계속된다 무엇보다도 절그럭거리는 빗줄기를 허리며 어깨에 넣고 있다가 비가 그치고 개이면 씻은 듯이 낫던 그런 수리공이 그중 제일이었다 출처 : [징검다리] 언어의 행간을 밟고 징검징검 시를 찾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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