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장이 나달나달했다 / 전동균


겉장이 나달나달했다 / 전동균

겉장이 나달나달했다 / 전동균 말기 췌장암 선고를 받고도 괜찬타, 내사 마, 살 만큼 살았데이, 돌아앉아 안경 한 번 쓰윽 닦으시고는 디스 담배 피워 물던 아버지, 병원에 입원하신 뒤 항암 치료도 거부하고 모르핀만, 모르핀만 맞으셨는데 간성 혼수*에 빠질 때는 링거 줄을 뽑아 던지며 살려달라고, 서울 큰 병원에 옮겨달라고 울부짖으셨는데, 한 달 반 만에 참나무 둥치 같은 몸이 새뼈마냥 삭아 내렸는데, 어느 날 모처럼 죽 한 그릇 다 비우시더니, 남몰래 영안실에 내려갔다 오시더니 손짓으로 날 불러, 젖은 침대 시트 밑에서 더듬더듬 무얼 하나 꺼내 주시는 거였다 장례비가 든 적금통장이었다 *간성(肝性) 혼수 : 간이 해독 작용을 못해 암환자들이 겪는 발작, 혼수상태. 출처 : [징검다리] 언어의 행간을 밟고 징검징검 시를 찾아가리....



원문링크 : 겉장이 나달나달했다 / 전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