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피월드의 에필로그


밀피월드의 에필로그

"…그게 다인가요?" 밀피 교도소장의 긴 이야기가 끝나고 내가 물었다. 소장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네, 끝이랍니다. 제 이상한 소설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젠 씨." 나는 빈 커피잔 바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걸 소설이라고 부를 수는 있나? 최소한의 미적 구성도 핍진성도 보이지 않는 제멋대로의 전개는 물론이고, 기저에 깔린 괴상한 사상은 또 무엇인지…. 이 무슨 추악하고 피해의식적이고 민망한 망상이 다 있을까. 고위 공직자란 작자가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이런 백일몽이나 꾸고 있다니 이 나라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사실대로 감상을 말하면 안 되지. 밀피 소장이 나를 빤히 보며 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뻔뻔한 눈빛 앞에서 나는 생각나는 대로 주섬주섬 평론의 언어를 내뱉었다. "으음…. 잘 들었습니다.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이야기라고 할까….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소재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파란만장한 여성서사에 녹여내시는 솜씨가 일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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